고려해운, '역내선사 1위' 갈림길에 서다 [격랑 헤치는 해운업계]①아시아 역내항로 맏형, 노선 효율화 압박…KSP 외면도 쉽지 않아
고설봉 기자공개 2017-09-05 08:31:27
[편집자주]
국내 최대의 국적선사인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간 지 1년. 격랑 속에서 표류해 온 해운업계가 혹독한 구조조정 등을 거치며 옛 영광을 위해 절치부심하고 있다. 국적 선사들을 중심으로 한국해운연합이 출범했다. 치킨게임을 중단하고 사라진 항로를 다시 개척하는 일이 당면과제로 떠올랐다. 격랑을 헤치고 있는 해운사들의 현주소와 앞으로 항로를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17년 08월 30일 15:4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고려해운이 갈림길에 섰다. 주력인 아시아 역내노선에서 해운업 구조조정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과당경쟁의 주범으로 내몰려 사업을 축소해야 할 위기를 맞았다.고려해운은 1954년에 창립한 컨테이너 전문 해운사다. 선복량 기준 현대상선과 SM상선에 이어 국내 3위 규모이다. 중국, 일본, 동남아 등 아시아 역내에 정기선 서비스를 제공하며 탄탄한 입지를 다졌다. 지속적으로 선대를 확충하는 등 꾸준히 성장해왔다.
올해로 창립 63년을 맞은 고려해운은 국내 컨테이너 선사 중 아시아 노선에서 가장 활발하게 정기선을 운항하고 있다. 매년 항로를 신규로 개설하는 등 공격적인 영업을 펼치고 있다.
꾸준한 성장세에 더불어 안정적인 화물 운송능력을 인정받아 매출도 매년 불었다. 2012년 최초로 1조 원을 돌파한 이후 지난해에는 1조 3684억 원을 기록했다. 또 지난해 기준 31년 연속 영업흑자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영업력 극대화에도 한계가 노출된 상황이다. 더불어 최근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아시아 역내 항로 효율화는 고려해운의 명운을 결정할 중요한 이슈로 부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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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해운사들의 동반 부실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역내 항로에 대한 구조조정 논의는 지난해부터 꾸준히 진행돼 왔다. 지난해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부실이 표면화 됐을 때 아시아 역내에서 과당경쟁하는 중소선사들에 대한 구조조정 필요성도 힘을 얻었다.
경쟁 방지를 위한 노선 효율화 압박이 진행되면서 한국해운연합(KSP, Korea Shipping Partnership)이 출범했다. 각 선사들 간 이해관계 조율을 핵심과제로 놓고 공급과잉된 아시아 역내노선 구조조정 논의가 우선과제로 떠올랐다.
그러나 노선조정은 선사 간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사안이다. 업무협약(MOU)을 통해 유휴선복의 교환확대, 공급과잉노선의 구조조정, 신규노선 공동개설, 터미널·야적장 등 해운·항만시설의 공동투자 또는 공동임차 등에 협력하기로 방침을 정했지만 선사들 간 입장차가 큰 상황이다.
KSP는 인도네시아, 베트남(하이퐁), 태국 등 공급량이 많은 노선을 우선적으로 통폐합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이미 이 노선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선사들이 타 선사와 시장을 공유할지는 미지수다.
고려해운의 경우 이 조정대상 노선에서 가장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해운사다. 아시아 지역에 집중적으로 정기항로를 운영하고 있는 고려해운은 총 33개 정기항로를 개설해 운영 중이다. 이중 동남아 서비스는 항로가 8개로 가장 많다. 한·일 서비스도 항로가 8개 이다. 뒤를 이어 중동·인도 6개 항로, 한·중·일 5개 항로, 한·중 5개 항로, 한·러 1개 항로를 운영 중이다.
고려해운의 주요 노선이 동남아에 집중돼 있는 점은 향후 해운업 구조조정에서 중요한 이슈로 부각된다. 역내에서 가장 많은 정기선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는 고려해운이 과당경쟁 해소를 위해 노선을 일부 조정하는 등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요구에 직면했다.
그러나 KSP는 회원사 들 간 협의체로 강제성은 없다. 노선 합리화 등 구조조정 과정에서 논의를 중단하고 연합에서 탈퇴가 자유롭기 때문에 고려해운이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논의를 이어갈 필요는 없다. 다만 KSP 탈퇴로 인한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는 점은 부담이다.
KSP가 전체 해운사를 대상으로 노선 효율화를 이끌어 내지 못하고 다시 국내 선사 간 과당쟁이 재발하면 연합에서 떨어져 나간 해운사의 부담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 번 탈퇴 한 뒤 연합에 재 가입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아직 KSP에서 어떤 논의를 할지 정해 진 것은 없지만 목표는 역내에서 국적 선사들 간 치킨게임을 근절시키는 것"이라며 "강제성이 없는 만큼 중도에 이탈하는 선사들도 있을 수 있지만 이탈 시에는 홀로 영업을 해야한다는 불이익도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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