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인사 풍향계]'부회장 부활' 성과보상 특급열차 다시 달린다⑧장재훈 사장 승진, 정의선 체제 우등생 '송호성·이규석·김걸' 주목
고설봉 기자공개 2024-11-18 09:24:02
[편집자주]
현대차그룹 인사 시계가 빨라졌다. 사상 최고 실적을 달성하며 글로벌 톱티어로 부상했지만 동시에 지정학적 리스크에 더해 트럼프발 위기로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재편되는 글로벌 시장에서 미래차 선점을 위한 과제도 무겁다. 현대차그룹은 위기 대응력을 높이기 위해 올해 인사를 앞당기고 있다. 최고의 순간을 열어간 임직원 보상과 함께 미래지속성장을 위한 혁신을 동시에 추구하는 모습이다. 더벨은 올해 말 인사를 조망하고 2025년 현대차그룹을 이끌어갈 후보들의 면면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11월 15일 15:4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차그룹에서 2021년 이후 3년만에 전문경영인 부회장이 탄생했다. 현대자동차로만 좁혀보면 2020년 이후 4년만이다. 그 주인공은 최근까지 현대차를 이끌던 장재훈 사장(CEO)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혁신을 키워드로 강력한 인적쇄신을 단행했지만 동시에 성과보상 차원에서 기존 임원들에게 새로운 기회도 줬다.이번 장 부회장 승진으로 새로운 문이 열린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내년 말 정기인사 등을 기대해 볼 수 있다는 전망이다. 그동안 조직 안정화와 체질개선, 인적쇄신 및 인재영입 등 과정에서 우선순위가 밀렸던 부회장직 부활이 공식화됐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을 보좌해 그룹을 이끌 새로운 최고위 리더십 탄생 가능성이 그만큼 커졌다.
◇장재훈 사장, CEO 물러나지만 부회장으로 새로운 역할
현대차그룹은 15일 장재훈 현대차 사장을 그룹 완성차담당 부회장으로 승진시키는 인사를 단행했다. 새로운 경영환경에 맞춰 CEO를 교체하지만 지난 4년여 동안 CEO로서 성과를 낸 장 사장에 대한 보상성 인사로 풀이된다. 또 적재적소에 인재를 등용하는 실용주의 인사원칙이 반영된 결과다.
신임 장재훈 부회장은 지난 4년 동안 대표이사로 현대차를 이끌었다. 2019년 현대차 국내사업본부 본부장(부사장), 2020년 제네시스사업본부 본부장(부사장)을 거쳐 2020년 12월 사장에 올랐다. 2021년 3월 주주총회를 거쳐 대표이사로 정식 취임했다.
장 부회장의 CEO 생활은 도전의 연속이었다. 지정학 리스크 확대, 제품·기술 패러다임의 변화, 팬데믹 등 불확실한 경영환경이 지속된다. 이 가운데서도 장 부회장은 정 회장을 보좌하며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달성하며 호황기를 이끌었다.
장 부회장은 또 현대차그룹이 사활을 걸고 추진 중인 수소 이니셔티브 책임자로서 역할에도 충실했다. 미래차와 모빌리티 시장 선점을 위한 중장기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토대 구축에도 적극 나서며 성과와 역량을 인정받았다.
이러한 장 부회장의 성과는 그러나 새로운 경영환경을 맞아 변화를 요구받은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발 리스크가 강도를 높이는 가운데 현대차그룹은 미국 시장 전문가로 CEO를 교체했다. 다만 성과 보상 차원으로 전문 경영인이 오를 수 있는 최고 직위를 부여한 것으로 평가된다.
장 부회장은 향후 현대차와 기아의 상품기획부터 공급망 관리, 제조·품질에 이르는 밸류체인 전반을 관할하며 완성차 사업 전반의 운영 최적화·사업 시너지 확보를 도모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또 원가·품질혁신을 위한 기반 체계 구축을 통해 지속가능한 미래 경쟁력을 확보할 예정이다.
◇부활한 부회장직…또 다른 부회장 배출 가능성 확인
장 부회장 선임으로 그동안 폐지됐던 현대차 부회장 직제가 부활했다. 장 부회장은 정 회장 체제에서 처음 탄생한 현대차 부회장이다. 정 회장은 2018년 9월 수석부회장에 오른 뒤 곧바로 그룹 내 부회장들을 이선후퇴하거나 고문으로 위촉하는 등 부회장제를 폐지해왔다. 경영체제 확립과 다음 세대 리더십 육성을 위한 조치였다.
2018년 12월 정기인사에서 김용환·양웅철·권문식·윤여철 등 현대차 4인 부회장들을 이선후퇴 시켰다. 김용환 부회장은 현대제철로 자리를 옮겼고 양웅철·권문식 부회장은 고문으로 위촉됐다. 윤여철 부회장만 연임에 성공했다. 이후 2021년 12월 인사에서 윤 부회장도 퇴진하며 이후 3년 동안 현대차에는 부회장이 없었다.
그룹사 전체로 넓혀봐도 부회장 임명은 오랜만이다. 2018년 인사에서 정진행 전 현대차 사장이 현대건설 부회장에 임명됐다. 이후 추가로 부회장에 오른 인물은 없다. 오히려 2020년 10월 현대차그룹 회장에 오른 정 회장은 12월 인사에서 정 전 현대건설 부회장과 김 전 현대제철 부회장을 모두 퇴임시키며 사실상 부회장제를 없앴다.
장 부회장 탄생으로 현대차 부회장직이 부활하면서 현대차그룹 안팎에선 기대감이 생겨나고 있다. 이번 인사를 신호탄으로 향후 현대차 및 계열사에서 부회장 승진자가 다시 배출될 가능성이 열렸기 때문이다.
특히 현대차는 현대차그룹을 대표하는 법인으로 그룹 컨트롤타워 역할도 한다. 그런 현대차에 정식으로 부회장직이 생겼다는 것은 상징성이 크다. 그만큼 기타 계열사에 부회장직이 부활할 가능성은 훤씬 더 크다.
향후 부회장을 배출할 수 있는 유력한 계열사는 기아와 현대모비스 등이다. 기아는 2018년 1월까지 부회장이 존재했다. 이형근 전 부회장은 2015년 취임해 2018년 1월까지 부회장직을 수행했다. 이 전 부회장은 박한우 전 사장과 함께 각자대표를 지냈다. 부회장 직위만 부여받은 것이 아닌 CEO로 직접 경영활동에 나섰다.
현대모비스도 2012년까지 전문 경영인 부회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했었다. 정석수 전 부회장은 2009년 3월 취임해 2012년 3월까지 임기를 채웠다. 이후 이정대 전 부회장이 선임됐지만 취임 10여일 만에 자진 퇴임했다.
특히 기아와 현대모비스는 현대차그룹 내에서 안정적 경영성과를 내며 주목받는 계열사다. 송호성 기아 사장과 이규석 현대모비스 사장은 탁월한 성과를 인정받아 올해 대규모 혁신에도 불구하고 연임에 성공했다. 내년 경영성과와 대내외 경영환경 등에 따라 송 사장과 이 사장은 장 사장에 이어 부회장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다.
또 현대차 내에서도 기획조정실장을 맡고 있는 김걸 사장 등이 차기 부회장 후보군으로 꼽힌다. 현대차그룹은 공식적인 컨트롤타워를 두고 있지 않지만 기획조정실이 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정 회장 직속 부서인 기획조정실은 김걸 사장 주도로 운영된다.
김 사장은 2018년 정 회장의 현대차그룹 인적쇄신을 막후에서 보좌한 핵심 측근이다. 김 사장은 현대차그룹 전체를 총괄하는 기획조정실장으로 과거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 시절 김용환 전 부회장이 맡았던 역할보다 더 넓은 범위의 일을 수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사장은 1965년생으로 고려대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했다. 1988년 현대차에 입사해 현대차·기아의 해외 영업과 수출기획 업무를 맡았다. 김 사장은 기아의 스페인, 프랑스, 슬로바키아 등 유럽 현지 법인 설립과 안정적인 시장 진입을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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