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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시멘트 매각 '흥행 예감'에 입찰일정 단축 고려 아세아·LK 등 유력후보 진단..숏리스트 선정 임박

한형주 기자공개 2017-09-15 09:53:52

이 기사는 2017년 09월 14일 07:5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12일 마감된 한라시멘트 매각 예비입찰에 생각보다 많은 인수후보가 들어와 흥행 전망을 밝히는 모양새다. 자신감을 얻은 매도자는 딜 프로세스를 길게 늘이지 않고 되도록 빠른 진행을 추진하는 쪽으로 전략 수정을 검토 중이다.

현재까지 확실히 파악된 응찰자는 △한라시멘트의 동종업체인 아세아시멘트와 성신양회 △레미콘사인 아주산업 △사모투자(PE) 운용사인 LK투자파트너스 등 4곳. 거래 관계자들은 여기에 해외 전략적투자자(SI) 등 한두 군데 원매자가 더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간 잠재투자자로 지목돼 온 홍콩계 PE 퍼시픽얼라이언스그룹(PAG)은 입찰 당일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하진 않았지만, 여전히 인수전 참여를 저울질하고 있다. 따라서 실질적인 참가자 수는 대략 5~6곳 정도로 보인다.

응찰 가능성이 점쳐졌던 유진그룹은 비용 투입 대비 인수 효과가 크지 않다고 판단해 불참했다. 삼표그룹 역시 2015년 인수한 동양시멘트(현 삼표시멘트) 경영에만 집중키로 결정, 한라시멘트 입찰엔 들어오지 않았다. 이에 따라 루터어소시에잇코리아의 참전도 자동 무산됐다. 루터는 당초 삼표, 아주산업과 3자 컨소시엄 형태로 한라시멘트 인수 경쟁에 합류할 계획을 품고 있었다.

삼표가 빠진 이상 루터로서는 아주산업과 양자 파트너십을 구축해 한라시멘트 경영권을 노리는 것도 쉽지 않다. 루터가 삼표의 삼표시멘트 지분(9.55%)에 투자한 상태기 때문이다. 아주산업이 한라시멘트 인수에 성공한다면 삼표와는 기존 레미콘 사업을 넘어 시멘트 시장에서도 경쟁하는 관계가 된다. 루터가 아주산업의 한라시멘트 인수를 돕는 시나리오는 이런 점에서 부담스럽다. 하물며 단독으로 뛰어드는 것은 더 현실성이 떨어진다.

일부 예상 후보가 빠져나갔지만 그간 시장에서 거론되지 않은 투자자들이 관심을 표하면서 셀러 입장에서 한라시멘트 매각은 그럭저럭 해볼 만한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매각자 베어링프라이빗에쿼티아시아(이하 베어링PEA)와 주관사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은 예비입찰 전까지만 해도 숏리스트들에게 약 6주 간의 예비실사 기회를 제공하고 11월 초에 본입찰을 실시한다는 복안이었다. 입찰 스케줄을 의도적으로 느슨하게 잡아 놓은 것이다. 중간에 긴 추석 연휴가 끼어있는 점도 한 이유이나, 무엇보다 흥행 여부를 가늠키가 어렵다는 게 당시 판단이었다.

하지만 예비입찰 결과가 비교적 만족스럽게 나오면서 매각자 측에선 굳이 시간 끌 것 없이 일정을 앞당기자는 의견도 나오는 것으로 전해진다. 넌바인딩(Non-binding) 방식의 입찰이었지만 참여자들이 제시한 조건들도 파는 쪽에서 보기엔 나쁘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이번 거래에 정통한 관계자는 "어차피 응찰자 대부분이 시멘트업을 잘 아는 후보들인데 실사 기간을 꼭 길게 둘 필요 있느냐는 게 예비입찰 이후 셀러 측 내부 분위기"라고 말했다.

숏리스트는 서너 군데 정도로 추릴 방침이다. 딜 사이즈가 작지 않은 만큼 파이낸싱 측면에서 결격 사유가 없는지 등에 주안점을 두고 본입찰 적격자를 선정, 14~15일 중 결과를 통보하게 된다.

비더들 가운데 적격 예비후보로 가장 많이 주목받는 곳은 아세아시멘트다. 내륙사다 보니 해안사(한라시멘트) 인수시 얻어지는 사업적 시너지도 충분히 생각해 볼 수 있고, 시장 지위를 격상하는 데 있어서도 매우 유리한 고지에 서게 된다. 2015년 내수출하량 기준 아세아시멘트의 점유율은 7.3%로 상위 6개 과점기업 중 꼴찌다. 이런 아세아시멘트가 업계 5위 한라시멘트(11.2%)를 품으면 점유율이 18.5%로 올라 한일시멘트(현대시멘트 인수 이후 22%), 쌍용양회(19.5%)에 이은 3위 업체로 등극하게 된다. M&A업계에선 아세아시멘트가 숏리스트에 오를 경우 산업은행프라이빗에쿼티(PE)와 손잡고 본입찰에 나설 것으로 관측한다. 현실화된다면 시멘트 회사 인수의 명분과 여력을 겸비한 강력한 후보가 되는 것이다.

잇단 시멘트사 M&A 출현으로 또 한 번 시장을 놀래킨 LK투자파트너스도 다크호스다. 이번에도 뒤에 한일시멘트가 숨어있을 공산이 크기 때문. 실제 두 주체가 다시 손을 맞잡는다면 자금력 면에선 가장 막강한 인수후보가 된다. 다만 직전 현대시멘트 인수로 이미 20%를 웃도는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게 된 한일시멘트가 한라시멘트까지 삼킬 경우 불가피하게 제기될 독과점 이슈를 어떻게 피해가느냐가 관건이다. 한앤컴퍼니의 쌍용양회가 처음부터 한라시멘트 인수를 고려하지 않은 것도 이런 문제 때문으로 풀이된다. LK투자파트너스는 지난 6월 한일시멘트와 함께 현대시멘트 인수를 마무리했다.

국내 레미콘 업계에서 유일하게 도전장을 내민 아주산업도 최근 아주캐피탈 매각 성사로 2000억 원 넘는 실탄을 장전해 뒀다. 한라시멘트 인수시 삼표와 마찬가지로 골재에서 시멘트, 레미콘으로 이어지는 수직 계열화를 완성할 수 있게 된다는 점은 아주산업이 이번 M&A에 드라이브를 걸 유인이 된다는 평가다.

업계 2위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성신양회(2015년 내수출하량 기준 점유율 15.1%)의 경우 한라시멘트 인수에 따른 산업구조 재편(consolidation) 효과는 그 어떤 후보보다 크다 할 수 있다. 문제는 부족한 재무 여력이다. 입찰 경쟁에서 승기를 거머쥐기 위해 든든한 우군을 확보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매매 대상은 베어링PEA가 보유한 98.4%와 소액주주 지분 1.6%를 포함한 한라시멘트 보통주 100%다. 밸류에이션에 적용되는 한라시멘트의 조정(Normalized) 연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은 올 상반기 LTM(Last Twelve Months) 기준 약 1020억 원. EBITDA 멀티플 10배 안팎을 감안한 기업가치(Enterprise Value, EV)는 1조 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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