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7년 09월 21일 08:1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건설과 GS건설이 서울 반포주공 1단지(1·2·4주구) 공사를 놓고 벌이는 경쟁이 뜨겁다. 국내에서도 손꼽히는 두 대형 건설사는 자금조달과 신용등급, 이사비 등으로 이슈를 다양화시키면서 상대방을 공격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경쟁 과열을 염려하기도 하지만 8.2 부동산 대책 이후 다소 침체됐던 건설부동산 시장에 활기를 가져왔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무시할 수 없다.개인적으로 이번 경쟁을 바라보면서 주목하는 것은 후분양제 도입이다. GS건설이 "반포주공 1단지 재건축 조합이 후분양제를 요구한다면 이를 받아들이겠다"고 밝히자 현대건설도 후분양제 수용 의사를 나타냈다. 후분양제를 내세운 대우건설은 신반포 15차 아파트 재건축 시공권을 확보했다.
다소 의아한 상황이다. 그동안 건설사들이 쌍수를 들어 반대하던 후분양제가 이렇게 매끄럽게 받아들여질 줄은 몰랐다. 물론 후분양제를 도입하겠다는 지역이 대한민국에서 사업성이 가장 높은 강남의 노른자위 지역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하지만 분명 의미 있는 변화다. 상황이 180도 바뀐 이제는 후분양제 도입이 건설 부동산 시장에 미칠 파장을 생각해볼 때다.
선분양제 시절 건설은 철저히 금융에 의존했다. 시행사가 자금력이 부족해도 분양에 대한 가능성만 있다면 돈을 빌려주겠다는 금융회사가 줄을 섰다. 시공사는 지급보증과 신용공여 등을 통해 시행사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줬다. 분양대금이 순조롭게 들어오기만 하면 대출 원리금과 이자 상환에 대한 부담을 금세 지울 수 있었다.
후분양제에서는 정반대다. 분양대금을 기대할 수 없으니 자금력이 없는 시행사는 부동산 개발을 추진하기도 어렵다. 시행사든 시공사든 아파트를 준공할 때까지 버틸 수 있는 자금력이 있어야 한다. 바꿔 말하면 부동산 개발자금 명목으로 수 조원을 대출하면서 막대한 이익을 챙겼던 금융회사들도 더 이상 예전만큼의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주택보급률이 100% 넘는 상황에서 후분양제 도입은 선택이 아닌 필수로 다가오고 있다. 후분양제가 자리 잡으면 사업성(분양)이 확실한 지역이 아닌 곳에서는 부동산 개발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서울과 경기, 부산, 세종 등을 제외한 지역의 개발 사업이 줄어들 가능성도 높다.
건설업계는 후분양제의 직격탄을 맞을 것이다. 시작은 서울 강남 지역에 한정됐지만 사업성이 검증된 지역을 중심으로 후분양제 도입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될 것이 뻔하다. 최근 아파트 하자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는 것도 후분양제 도입의 필요성을 높이고 있다. 어쩌면 반포에서 대형 건설사간 경쟁이 야기한 후분양제 도입 움직임이 8.2 부동산 대책보다도 더 큰 파장을 가져올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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