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7년 07월 12일 08:5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3년간 주택경기 호황은 건설사의 실적 상승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매출 10조 원이 넘은 건설사만 3곳(대우건설, 현대건설, GS건설)이다. 반면 시행사는 매출 10조 원은 고사하고 1조 원을 넘은 곳이 신영 단 한 곳에 불과하다. 국내 주택분양 시장이 고공행진을 벌이는 와중에도 시행사들은 여전히 영세한 상태에 머물러 있다.국내 시행사의 고전은 선분양제도가 가장 큰 원인이다. 선분양제도는 정부가 1977년 당시 70%대에 머물던 주택보급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도입했다. 건설사가 착공 전에 입주자로부터 미리 선금을 받아 자금을 조달받는다.
선분양제도로 가장 큰 이익을 본 곳은 건설사다. 사실상 무이자로 건설자금을 조달하면서 미분양 리스크는 소비자에게 전가했다. 시행사도 마찬가지다. 목 좋은 곳에 토지만 갖고 있으면 개발 사업은 성공한 것이나 진배없었다. 금리가 떨어진 최근에는 토지 매입에 들어가는 자금조차 자기 자금을 쏟아 부을 필요가 없다. 시장에 유동성이 넘쳐나는 상황에서 대출을 해주겠다는 금융회사를 찾기는 식은 죽 먹기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같은 시장의 우호적인 환경은 시행사의 체질을 강화시키는데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상당수 시행사들은 진득하게 부동산 개발업에 몰두하기 보다는 뜨내기처럼 '시장에 나타났다 사라졌다'를 반복했다. 부동산 개발업의 특성상 긴 시간이 소요되는데다가 거칠고 고된 업무의 연속이라는 점도 시행사를 기피하는 요인 중 하나다. 여전히 시행사라고 하면 용역직원들을 동원해 재개발을 밀어붙이는 구태가 연상되는 것도 사실이다.
다행스럽게도 최근 시행사들은 과거와는 다른 한층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사업을 시작한지 10년 이상인 중견 시행사들이 제법 늘고 있다. IMF와 글로벌 금융위기 등을 겪으면서 나름대로 리스크 관리 능력도 길렀다. 일부 시행사는 건설사의 브랜드 파워에만 의지하지 않고 자체적인 설계 능력과 개발 노하우를 키웠다. 신탁사를 활용해 부동산 개발 과정도 투명화 시켰다. 이제는 시행사가 아닌 부동산 디벨로퍼(developer)라는 그럴싸한 이름을 붙이기도 한다.
선분양제도는 주택의 양적 공급을 노리고 만든 제도다. 주택공급률이 100%를 넘은 현재, 학계와 관계에서는 후분양제도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그동안 시행사를 온실 속 화초처럼 키워왔던 선분양제도의 폐지가 논의될 만큼 부동산 시장은 급변했다.
시장은 과거와 다른 고차원적인 부동산 개발을 요구하고 있다. 그 중심이 건설사에서 시행사로 옮겨가는 계기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제 국내에도 매출 10조 원의 시행사가 나올 때가 됐다. 아파트를 분양받을 때 건설사 브랜드가 아닌 시행사 브랜드를 보고 결정하는 미래를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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