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국약품, 형제경영 체제 구축…스타일은 상이 [중소형제약사 지각변동]③어진 부회장 M&A 등 외형 확대 숙제…어광 대표 공격 행보 눈길
이석준 기자공개 2017-09-29 08:06:31
[편집자주]
2012년 일괄 약가인하 이후 제약업계 옥석이 가려지고 있다. 단단하던 상위제약사 카르텔이 붕괴되고, 중견 제약사들이 세를 불린다. 기회를 잡지 못한 중견사들은 끝없이 추락한다. 약가 인하 5년간 제약사들의 변화와 전략 등을 점검해 향후 제약업계 판도를 가늠해본다.
이 기사는 2017년 09월 28일 07: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안국약품은 2세로 넘어오면서 형제 경영 기틀을 마련했다. 어준선 회장(81)의 두 아들 어진, 어광 대표는 각각 안국약품과 안국건강을 맡아 각자도생의 길을 걷고 있다.장남 어진 부회장(54)은 안국약품을, 차남 어광 대표(50)는 안국건강을 맡아 홀로서기를 진행하고 있다. 어준선 회장의 그늘은 여전히 안국약품에 남아 있다. 창업 1세대가 갖는 기업에 대한 애착이 여전한 상황이다. 그 때문인지 어진 부회장은 상대적으로 조용한 리더십을, 어광 대표는 공격적인 행보로 자기 색깔 입히기에 나섰다는 평가다.
◇실권 잡은 어진 부회장, 아버지 그늘 넘을까
어진 부회장은 지난해 1월 안국약품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어 부회장은 지분을 추가 확보해 지난해 12월 22.68%로 안국약품 개인 최대주주로 이름을 올렸다. 어준선 회장의 지분율은 20.44%다. 바야흐로 어진 부회장의 안국약품 시대가 열린 셈이다.
어진 부회장은 고려대학교 경제학과와 미국 노트르담 경영대학원(MSA)을 졸업하고 대신증권에서 근무했다. 1992년 안국약품에 입사해 기획실장과 총무담당 상무이사, 전무이사 등을 거쳐 1998년 사장에 올랐다. 사장 승진 8년만에 부회장에 승진하고 최대주주 자리까지 올랐다. 경영 승계의 마침표를 찍은 셈이다.
공교롭게 어진 부회장은 실권을 잡은 지난해 고비를 맞는다. 2015년 역풍 때문이다. 2014년 1679억 원에서 2015년 1977억 원으로 매출액(연결 기준)이 급증하는 과정에서 재고 및 매출채권 증가, 경력직 이탈 등 부작용이 발생했다. 여파는 고스란히 2016년으로 이어져 매출 역성장, 영업이익률 2%대라는 어닝 쇼크 성적표를 받게 된다.
어 부회장은 외부로부터 사업 수단이 좋다는 평가를 받는다. 위기 상황을 1년만에 반전 시키며 실적 턴어라운드를 기록한 것이 그 방증이다. 올해 안국약품은 상반기 영업이익이 54억 원으로 전년같은기간(11억 원) 대비 5배 가까이 급증한 실적을 보였다. 같은 기간 매출액(851억 원→902억원)은 6% 늘었다.
하지만 사업다각화 측면에서는 좋은 점수를 받지 못하고 있다. 특히 안국약품 숙원으로 꼽히는 인수합병(M&A)이 수년째 지지부진하다. 2014년 한화 계열사 드림파마 인수전에 참여했고 2015년 국내 뷰티 관련 바이오벤처 인수를 물밑에서 추진했지만 성과를 내지 못했다.
창업주인 어준선 회장의 그늘이 여전하다는 평가도 받는다. 안국약품 투자 경험이 있는 IB 업계 관계자는 M&A 등 신사업에선 창업주의 입김이 여전하다고 귀띔했다. 제약업계 관계자도 "어진 부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섰지만 어준선 회장이 공동 경영 체제를 유지하는 것으로 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국약품은 당분간 공격적인 확장보단 안정적인 성장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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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남 어광 대표가 맡고 있는 안국건강은 상대적으로 공격적인 행보를 보인다. 안국건강은 올해 전년대비 두배 수준인 300억 원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직원이 15명 정도인 감안하면 인당 20억 원에 가까운 생산성이다. 안국건강은 2015년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182억 원, 13억 원을 기록하며 두 지표 모두 역대 최대 수치를 달성했다. 어광 대표의 홀로서기가 탄력을 받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안국건강은 지난해 매출액(159억 원)과 영업이익(4억 원)이 모두 역성장하는 등 주춤하기도 했다. TV 등에 신규 광고를 진행하며 판관비가 늘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공격 투자는 계속되고 있다. 안국건강은 직접적인 쇼핑몰 운영과 대형마트와 홈쇼핑 판매 등으로 유통 채널을 다변화하고 있다. 탈모관리 패키지, 눈 건강기능식품 등 신제품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어광 대표는 결단력과 추진력이 강하다는 내부 평가를 받는다. 어광 대표는 2016년 부진한 영업이익률(2%대) 속에서도 광고를 통한 안국건강 인지도 높이기에 힘을 쏟았다. 안국건강은 '안국'이라는 명칭을 공유하고 있지만 계열사가 아닌 관계사로 있어 경영에서 자유롭다. 오너일가 중 안국건강 지분은 어광 대표만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어진 부회장과 어광 대표가 각각 안국약품과 안국건강을 물려받았지만 경영 스타일 면에서는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규모 면에선 안국약품이 훨씬 크지만 공격적인 스타일의 어광 부회장의 경영 행보가 더해지면 안국건강의 성장성도 무시하기 힘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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