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종 삼성 부사장, 빅스비 실패 책임지나 정의석 부사장에 전권 넘겨 …빅스비 6개월 지나도 음성인식 오류 심해
김성미 기자공개 2017-10-13 08:09:44
이 기사는 2017년 10월 12일 14:0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전자 스마트폰의 소프트웨어 개발을 책임지던 이인종 무선사업부 부사장의 입지가 크게 위축됐다. 인공지능(AI) 음성인식 서비스 '빅스비' 실패로 개발 책임을 다른 이에게 넘겨줬다.개발1실은 무선사업부의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있다. 개발실장은 차기 무선사업부장 후보로 꼽히는 요직 중 하나다. 신종균 IM(IT·모바일)부문장, 고동진 무선사업부장 모두 개발실장 출신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빅스비 개발 전권을 정의석 부사장에게 맡기면서 개발1실장을 맡고 있는 이인종 부사장의 역할이 축소됐다. 정 부사장은 미국 실리콘밸리에 있는 삼성리서치아메리카(SRA)에서 모바일 플랫폼 개발 업무를 담당해오다 최근 국내로 와 빅스비 개발을 맡게 됐다.
현재 개발1실의 인력 대부분이 빅스비에 투입돼 있다. 빅스비 개발의 전권을 정 부사장이 맡게 되면서 이 부사장의 역할은 크게 줄 수밖에 없다. 이를 두고 지난 3월 갤럭시S8 출시와 함께 공개된 빅스비가 여전히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데 대한 문책성 인사라는 시각도 있다.
2011년 삼성전자로 자리를 옮긴 이인종 부사장은 5년 만에 소프트웨어 개발 수장을 맡는 등 사내에서 인정을 받아 왔다. 이 부사장은 2015년 말 무선개발실을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로 각각 분리하면서 소프트웨어 총괄인 개발1실장을 맡은 바 있다. 당시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이 부사장을 위해 없던 자리도 만든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개발실장 자리는 무선사업부장·IM부문장으로 이어지는 승진 라인으로 불린다.
이 부사장은 삼성 스마트폰 사업의 약점으로 지적됐던 소프트웨어 분야를 강점으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으며 삼성 무선사업부의 키맨으로 자리 잡았다. 개발1실이 내놓은 녹스와 삼성페이가 대표적이다. 보안 솔루션인 녹스를 바탕으로 모바일 B2B 사업을 확대할 수 있었고 온·오프라인 결제가 가능한 삼성페이는 갤럭시만의 대표 서비스가 됐다.
빅스비를 내놓을 때만해도 삼성이 내놓은 AI 서비스라는데 시장의 기대가 컸다. 삼성전자 또한 갤럭시S8의 비밀병기로 빅스비를 꼽았다. 이 부사장은 빅스비가 스마트폰의 인터페이스를 바꾸는 것은 물론 삼성의 모든 기기와 연결시켜 사물인터넷(IoT) 허브로 만들 것이라 강조했다.
그러나 출시된 지 6개월이 훌쩍 넘은 빅스비는 아직까지 심각한 오작동에 시달리고 있다. 8개 언어를 지원하겠다는 목표와 달리 아직 한국어와 영어 서비스밖에 지원하지 않고 있다. 그나마 출시된 서비스조차 제대로 사용하기 힘들다.
한국어의 경우 음성인식이 잘 되지 않는다. 이중 모음, 이중 자음이 들어간 문장은 문맥을 통해 단어를 인식해야 하지만 발음되는 대로 인식해 오류가 발생한다.
삼성전자는 3000명 이상의 개발자를 빅스비 학습에 투입해 서비스 개선에 나서고 있지만 서비스가 개선될 때마다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진행하다보니 시도 때도 없이 업데이트가 이뤄진다. 정작 빅스비를 쓰려고 할 때 업데이트 중이어서 제대로 사용이 되지 않는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영어 버전도 계획보다 2달 가량 늦게 출시됐다. 삼성전자는 영어 관련 빅데이터 부족으로 자연어 인지 능력이 고도화되는데 시간이 걸리자 SRA로부터 개발을 지원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페이 등 다른 서비스의 경우 무리한 출시 일정에도 크게 문제 없이 서비스가 진행된 터라 빅스비도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서비스를 향상시킬 계획이었을 것"이라며 "하지만 기존의 S보이스보다 인식률이 떨어지고 기대 이하의 서비스가 지속되면서 부작용이 더 부각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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