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7년 10월 12일 15:1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 너도 그렇다

나태주 시인의 '풀꽃'이다. 잡초처럼 자란 야생화도 찬찬히 보면 예쁘다. 그리고 오래 볼수록 사랑스럽다. 세상 이치가 다 그렇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마저 멀어진다(out of sight, out of mind)는 것은 대체로 진실이다. 그래서 늘 가깝게 두고 지내던 사람이나 물건에 애정이 더 가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인터넷에서 검색창에 '라면'을 한번 쳐보자. 최소한 수십 종의 라면이 쏟아진다. 그런데 그 많은 라면들 중에 대부분의 매출은 특정 브랜드의 라면 몇 개에 집중된다. 다양한 종류의 라면 만큼 소비자의 선택이 다양하지 않은 것이다. 소비자의 선호는 다양한 선택지가 있을 때 다양해지지 않는다. 오히려 더 단순해지는 경향을 보인다.

인간은 정보량이 두뇌가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면, 심각한 주의력 결핍으로 오히려 선택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한다. 소비자는 수많은 선택지가 앞에 있을 경우, 정보처리에 부담을 느낀다. 합리적이고 논리적으로 꼼꼼히 따져보지 않고 눈에 잘 띄거나, 남들이 많이 구매거나, 쉽게 구매할 수 있는 제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는 '부주의 맹'(Inattentive Blindness) 때문이다. '부주의 맹'은 길을 가면서 핸드폰에 집중할 경우 주변의 거리나 지나가는 사람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는 것과 같이 다양한 정보를 모두 소화하지 못하고 특정된 것에만 한정되는 현상이다. 그래서 선택의 폭을 늘리는 것보다 줄이는 것이 현명한 소비를 할 수 있다고 행동경제학을 연구하는 사람들은 주장한다.

금융상품을 선택할 때도 이와 유사한 상황이 재연된다. 너무나 다양하고 많은 금융상품을 앞에 둔 금융소비자는 합리적이고 이성적으로 상품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부주의 맹'으로 결국 '예금·적금'을 선택한다.

절대 저금리시대에 물가상승률까지 고려하면 마이너스 금리인 것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예금·적금'이다. 상품이 매력적이어서가 아니라 너무나 다양한 선택의 대안에서 오히려 '심각한 주의력 결핍'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라면을 사러 가서 너무 많은 종류의 라면을 보게 되면, 결국 늘 먹던 그 라면을 사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이런 선택의 과정에서 합리성과 논리성은 오간 데 없다. 치밀하고 꼼꼼하게 따지지 않는다. 모르면서 그렇게 하는 경우도 있지만, 알면서도 방치하는 경우가 더 많다. 그렇게 하는 것이 막연히 심리적으로 편하기 때문일 것이다.

퇴직연금을 가입할 때도 단지 원리금이 보장된다는 그 이유 하나만으로, 그래서 왠지 마음이 편하다는 이유로 확정급여형(DB)을 선택한다. 반면 자산증식에 오히려 더 도움이 될 수 있고, 다양한 상품이 많은 확정기여형(DC)은 '심각한 주의력결핍'현상이 작동하면서 외면해 버린다.

연금펀드를 고를 때도 마찬가지이다. 단지 많이 들어본 펀드라는 이유로, 주변에서 많이 가입한 다는 이유로, 합리성과 이성적 판단이 아닌, 불합리와 비이성적인 이유로 연금펀드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이 역시 '부주의 맹'이 작동한 결과일지 모른다. 너무나 많고 잘 이해할 수 없는 다양하고 방대한 정보가 오히려 '심각한 주의력 결핍'을 유발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현명한 금융소비를 하기 위해서 누구나 실천 가능한 전략을 알아야 한다. 대표적인 것이 '5533법칙'이다. 금융자산은 전체자산의 50%이상, 투자형자산은 금융자산의 50%이상, 해외자산은 투자형자산의 30%이상, 연금자산은 전체자산의 30%이상, 이것이 5533법칙이다.

이 법칙을 실천하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다. 그러나 5533의 궁극적인 종착점은 은퇴시점이다. 꾸준히 준비하면 된다. 단번에 5533을 이룰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행복한 노후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자세히 보아야 잘 알 수 있다 / 오랫동안 준비해야 행복해질 수 있다 / 노후준비, 너도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