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7년 10월 13일 07:3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우발채무 위험지표를 연내 개발한 뒤 내년부터 모니터링에 활용할 방침이다. 지표는 내부 감시수단으로만 쓰기로 했다."증권사 우발채무를 살펴보고 있는 금융감독원 고위 관계자가 최근 기자에게 건넨 말이다. 우발채무에 대한 접근이 그동안 수치 위주로 이뤄져온 만큼 정성적인 분석이 필요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금감원은 지난 여름 신용평가사·증권사와 함께 우발채무 위험지표 개발에 착수했다. 증권사 채무보증을 보다 과학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였다. 신규 지표에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 채무보증 등 우발채무 규모와 선순위·후순위 대출여부, 사업 내용 등이 포함될 예정이다.
감독 당국의 움직임은 시의적절해 보인다. 증권사들의 수익원이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초대형 IB 출범 이후 부동산 PF가 급증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시장 쏠림을 관리하는 일은 금감원 본연의 역할 중 하나다.
다만 방법의 현실성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증권사 별 채무보증과 매입약정, 매입확약 등의 세부 사항을 지표에 담아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한 IB 업계 관계자는 "통합관리 지표가 도입된다 해도 시장 리스크를 제대로 헤아리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PF 리스크를 파헤치기 위해선 서류 상 수치 외에도 사업장의 성격도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발채무 총액이 약 5조 원인 메리츠종금증권 약정 건수는 무려 227건에 달한다. 자기자본 대비 우발채무 비율이 높은 편인 하이투자증권과 교보증권도 각각 41건, 36건이다. 업계 관계자들이 "담당자가 아닌 한 특정 PF의 고유 위험을 숙지하고 있기 어렵다"고 입을 모으는 이유다.
다른 관계자는 "지표로 모든 PF 대출을 현미경처럼 살펴보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게 사실"이라며 "위험 지표가 자칫 초대형 IB 출범 초기 투심만 위축시킬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업계는 지표 개발 취지에 자체에는 전반적으로 공감하는 분위기다. 그럼에도 지표만으로 우발채무를 면밀히 살펴보기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말 그대로 보이지 않는 위험요소인 우발채무에 대한 정성적 평가가 가능할 수 있도록 현실성 있는 보완책이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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