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프랜지, 車 부품 이어 '모태' 프랜지 부진 [위기의 자동차 부품사]③창업주 3세까지 '사업 외길', 불황기 포트폴리오 취약
박상희 기자공개 2017-10-18 08:29:17
[편집자주]
완성차업계 부진 속에 국내 자동차 부품사들이 벼랑 끝으로 몰렸다. 내수 침체에 이어 수출길이 막히면서 매출 감소와 유동성 악화에 시달리고 있다. 자금 줄인 현대기아차의 중국 시장 판매 부진이 장기화하면서 생사 갈림길에 섰다. 이제는 스스로 제 살길을 찾아야 한다. 삼중고를 겪고 있는 국내 자동차 부품사들의 현주소를 살펴보고 미래 생존 키워드를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17년 10월 16일 14:5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프랜지공업의 주요 사업 부문이 난관에 봉착했다. 주력인 자동차 부품이 대내외적인 악재 속에서 고전하고 있는데다 모태 사업인 프랜지도 몇 년째 수주 가뭄으로 잔고가 갈수록 줄고 있다.한국프랜지공업은 현대차·현대중공업그룹 등과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 시절부터 거래 관계를 맺고 있다. 창업주가 정 회장의 매제라는 점을 활용한 친족경영에서 출발한 한국프랜지공업은 최근 3대 경영까지 이어어고 있다. 다만 안정적인 매출처에 안주해 사업 다각화에 실패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프랜지공업은 자동차 부품, 프랜지, 산업기계 등 크게 세 가지 사업 부문을 영위하고 있다. 상반기 말 기준 한국프랜지와 산업기계 사업부문 수주잔량은 339억 원이다. 프랜지 부문 잔고가 317억 원, 산업기계 잔고가 22억 원이다. 지난해 말 433억 원에서 6개월 만에 100억 원 가까이 감소했다.
5년 전인 2013년 말까지만 하더라도 프랜지와 산업기계 부문 수주잔고는 645억 원에 달했다. 2014년 607억 원, 2015년 572억 원으로 잔고는 갈수록 감소하는 추세다. 플랜트 업계의 전반적인 불황으로 관련 프로젝트가 감소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지난해 국내 EPC(Engineering, Procurement, Contruction) 업체와 조선 3사는 저가 수주로 어닝 쇼크를 겪었다. 그 여파가 프랜지와 선박용엔진부품을 납품하는 한국프랜지공업까지 미치고 있다. 해당 사업 부문에서 한국프랜지공업의 주요 매출처는 현대중공업, 삼성엔지니어링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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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프랜지공업의 전체 매출액의 93%는 자동차 부품에서 발생한다. 나머지는 프랜지(8.5%), 산업기계(1.3%), 울산방송(2.3%) 등이 차지하고 있다. 프랜지가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지는 않지만 기업의 모태사업이라는 점에서 갖는 의미가 크다. 프랜지공업은 당초 프랜지에서 시작해 자동차 부품 산업으로 영역을 확장했다. 이후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 등의 글로벌 성장에 힘입어 한국프랜지공업도 외형을 키웠다.
한국프랜지공업은 1974년 설립 이후 주요 사업 분야에 큰 변화가 없었다. 최초 설립 목적 그대로 자동차부품, 프랜지, 산업기계, 철구조물, 탱크류 및 열교환기의 제조 및 판매업 등을 하고 있다.
현재 한국프랜지공업은 창업주의 장남 김윤수 회장에 이어 김 회장의 장남인 용석 씨가 계열사인 서한산업의 경영을 맡으면서 3세 경영 틀을 갖췄다.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아들이나 손자 세대로 넘어오면서 기존에 하던 영역을 벗어나 새로운 사업을 시도하는 경우가 있다. 한국프랜지공업을 포함한 서한그룹은 본업에만 집중한 케이스다.
이 같은 행보는 계열사 설립에서도 드러난다. 미국에 설립한 계열사 KOFCO USA는 프랜지의 미국 판매 및 수주 등을 위한 것이고, 북경 서한NTN과 서한 오토 USA는 자동차 부품 해외 생산공장이다. 그밖에 서한사업, 서한워너터보시스템즈, 서한이엔피, 서한엔티엔베어링, 오토메탈글로벌 등도 크게 보면 모두 자동차 부품, 프랜지, 산업기계 등과 연관된 것이다. 본업과 관계된 계열사를 확장했지만 신규 사업 진출 차원의 법인 설립은 없었다.
문제는 플랜트 불황으로 모태인 프랜지와 산업기계 실적이 수년째 뒷걸음질 치고 있는 가운데 주력인 자동차 부품마저 부진의 늪에 빠져있다는 점이다. 자동차 부품은 중국 사드 보복 여파에다 미국 자동차 산업 경기 부진까지 겹치면서 실적이 지난해 대비 크게 꺾인 상황이다. 사업 다각화에 나서지 않아 특정 사업 부문에서 실적이 부진할 경우 이를 만회해 줄 다른 사업 부분이 없는 상황이다.
한국프랜지공업 관계자는 "고 정주영 회장의 친족기업으로 설립된 다른 회사들은 2세대, 3세대로 넘어오면서 자녀가 다른 분야에 진출하는 경우가 있었지만, 한국프랜지공업은 장남에서 장손으로 본업이 잘 전수됐다"면서 "요즘처럼 자동차 부품업과 프랜지 등 주요 사업 부문이 모두 좋지 않을 때는 다변화에 대한 필요성을 절감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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