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금융그룹, 총수 부재에 취약한 사업구조 [지배구조 분석]①오너에 금융사 지분 결집…리더십 상실 부작용 당분간 지속
원충희 기자공개 2017-10-24 16:38:35
이 기사는 2017년 10월 19일 14:0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태광그룹의 지배구조는 이호진 전 회장 부자(父子)가 소유한 개인회사 티시스, 한국도서보급 등을 통해 대한화섬과 주요 계열사를 거느리는 형태다. 또 다른 축은 이 전 회장이 직접 소유한 보험, 증권, 저축은행 등 금융계열사다. 통칭 '흥국금융가족'으로 불리는 6개 금융계열사에서 이 전 회장의 지배력은 절대적이다.그렇다 보니 총수의 부재는 리더십 상실로 이어지기 쉬운 구조를 갖고 있다. 이 전 회장이 병환과 재판으로 회장직을 내려놓자 흥국금융에서 오너 중심 지배구조의 부작용이 나타나는 이유다. 지난 5월부터 석 달간 이어졌던 흥국생명의 자본확충 이슈가 대표적인 사례다.
흥국금융의 출자구조는 크게 3가지 주요 축으로 이뤄져 있다. 이호진 전 회장→흥국생명→흥국화재로 이어지는 보험계열사, 이 전 회장→흥국증권→흥국자산운용으로 이어지는 증권계열사, 그리고 이 전 회장→고려저축은행→예가람저축은행으로 구성된 저축은행 계열사다. 중간 중간에는 태광산업, 대한화섬을 통해 지분을 간접 소유한 형태도 있다.
이 전 회장은 흥국생명의 지분 56.3%를, 흥국생명은 흥국화재 지분 59.56%를 보유하고 있다. 흥국증권 역시 이 전 회장이 지분 68.75%를 소유한 1대 주주다. 흥국증권은 흥국자산운용의 지분 72%를 갖고 있다. 저축은행 역시 마찬가지다. 이 전 회장이 고려저축은행의 1대 주주(지분 30.5%)이며 이를 통해 예가람저축은행을 소유한 형태다. 이런 방식으로 금융계열사에 절대적인 지배력을 구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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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 전 회장이 간암과 실형을 선고받고 경영에서 물러난 뒤 불거졌다. 직접 소유로 굳건한 체제를 갖췄지만 주요 의사결정을 내리기 어려운 상황에 빠지자 총수 부재에 취약한 지배구조가 민낯을 드러냈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5월부터 3개월 간 흥국생명을 곤혹스럽게 만들었던 방카슈랑스 중지사태다.
보험사의 위험자산 대비 자기자본 수준을 나타내는 지급여력비율(이하 RBC비율)이 감독당국의 권고치인 150% 밑으로 떨어졌지만 그룹의 자본확충 여력과 의지가 불분명했다. 이에 불안감을 느낀 은행들이 흥국생명의 일부상품 판매를 제한하면서 흥국생명은 영업과 평판에 타격을 입었다.
유상증자가 필요한 상황이었으나 대주주 이호진 전 회장은 와병 중인데다 횡령 등의 혐의로 재판에 묶여있었다. 이 전 회장의 조카이자 경영권 분쟁을 치른 바 있던 2대 주주 이원준 씨(지분 14.65%)의 존재는 증자를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 그룹 계열사들은 지원에 소극적이었다. 최악의 경우 보유 중인 흥국화재 지분을 매각하는 방안까지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신종자본증권과 후순위채권 발행, 지점 통폐합 및 구조조정, 매도가능증권을 만기보유증권으로 재분류하는 등 유증을 제외한 모든 자구책을 총동원했다. 간신히 RBC비율을 162%(6월 말 기준)로 끌어올려 한숨 돌릴 수 있었다. 하지만 2021년 시행 예정인 보험상품 국제회계기준(IFRS17)과 신 지급여력제도(K-ICS)에 앞서 자본확충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 같은 사태가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는 불안감은 여전하다.
흥국생명, 흥국화재에 유독 잦은 CEO 및 임원교체 또한 리더십 부재에 따른 현상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책임경영이 제대로 뿌리내리지 못하니 사업안전성이 흔들렸다. 그러나 유력후계자인 이호진 전 회장의 장남 이현준 씨의 3세 승계는 아직 먼 훗날 얘기다. 현준 씨는 올해 24세인데다 경영수업도 받지 않은 상태다. 총수 부재로 인한 지배구조 부작용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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