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노조 주주제안]회장 인사권 제한논란, 커지는 우려③지배위 등에 대표이사 배제…주주가치 부정적, 비상근 사외이사 한계
원충희 기자공개 2017-11-15 09:01:32
이 기사는 2017년 11월 14일 11:3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오는 20일 열릴 KB금융지주 임시주주총회의 4번째 의안으로 대표이사(회장)를 이사회 내 6개의 소위원회에서 배제시키는 정관개정안이 상정됐다. KB금융 노조가 주주제안을 통해 올린 2개의 안건 중 하나다. 가장 쟁점이 되는 위원회는 인사권과 관련된 지배구조위원회(이하 지배위)와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이하 사추위)다.회장이 지배위에 참여하지 못하면 계열사에 대한 인사권이 제한되거나 계열사 인사에 영향력을 행사할 '공식적 통로'가 사라지기 때문에 투명성이 저하된다는 게 지배구조 전문가들의 견해다. 또 비상근직인 사외이사로만 이사회 소위를 구성하는 방안에 대해선 업무효율성 저하 등 부작용이 더 크다는 우려가 만만찮다. 글로벌 의결권 자문기관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가 주주가치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반대를 권고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KB금융 노조는 지난 9월 21일 계열사 직원의 우리사주 등 KB금융지주 주식 92만 2586주(지분율 0.22%)를 위임받아 주주제안서를 제출했다. 정관변경과 사외이사 추천의 내용을 담은 주주제안서는 KB금융 이사회의 검토를 거쳐 지난달 26일 주총안건으로 정식 상정됐다.
|
가장 논란이 된 안건은 제4호 의안 정관변경이다. 정관 제48조에 '대표이사는 제1항 각 호의 위원회 위원이 될 수 없으며 제1항 제3호부터 제5호까지의 위원회 위원장은 이사회 의장인 사외이사가 그 직무를 수행한다'는 내용을 4항으로 신설하자는 것이다. KB금융 정관 제48조는 △리스크관리위원회 △평가보상위원회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감사위원후보추천위원회 △지배구조위원회 △감사위원회 등 이사회 내 소위원회에 관한 조항이다.
이 중 쟁점은 지배위와 사추위 등 인사권과 관련된 위원회다. KB금융은 이미 보상위와 감사위, 감추위를 사외이사로만 구성하고 있으며 리스크위의 경우 사외이사가 위원장을 맡고 있다. 하지만 지배위와 사추위에는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위원으로 포함돼 있다. 특히 지배위는 윤 회장이 최영휘 사외이사(전 신한금융지주 사장)와 함께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다.
KB노조 측은 "지배위, 사추위에 회장이 당연직 위원으로 포함돼 있어 셀프연임 가능성이 있는 등 승계계획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계열사 대표이사 등의 경영승계 관련안건을 다룰 때도 지배구조위원장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에 회장의 전횡을 예방하고 견제할 수 있도록 정관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주제안 사유를 밝혔다.
|
노조가 이 같은 주장을 들고 나온 근거논리는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기업지배구조 모범규준이다. 여기에 '상장회사는 사외이사들로 구성된 후보추천위원회, 기업지배구조위원회를 둬야한다'는 조항이 있다. KB금융지주 역시 홈페이지를 통해 NYSE 기업지배구조 모범규준과 자사의 지배구조를 비교 안내하고 있다. KB노조가 선진적 지배구조를 위한 제안이라는 명분을 내세운 이유기도 하다.
그러나 지배위에서 회장을 배제시키는 안건과 관련해 효과 및 부작용에 대한 해석이 분분하다. 국내 지배구조 한 전문가는 "KB금융 지배위에서 회장이 제외되면 계열사 대표 인사에 영향력을 행사할 공식적인 통로가 사라진다"며 "이럴 경우 회장이 비공식적 채널을 통해 계열사 인사에 영향을 끼치거나 계열사 대표에 대한 인사권이 제한될 수 있는데 이것이 지배구조 개선 및 주주가치에 부합한다고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외국인 주주들의 의결권 자문기관인 ISS 또한 비슷한 이유를 들어 반대의견을 권고했다. 회장의 계열사에 대한 영향력을 약화시키는 게 주주가치에 부합한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사추위를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많다. 금융지주사 한 관계자는 "경영현안을 아무리 자주 보고한다 해도 비상근인 사외이사가 사내이사만큼 회사 돌아가는 사정을 상세하게 알긴 어렵다"며 "이런 상황에서 주요 의사결정을 맡기는 게 주주가치 제고에 도움이 된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지배구조는 살아있는 생물과 같아서 해당시장 상황과 현실적 여건을 고려해야지 NYSE 규준이라고 무조건 도입했다간 부작용이 더 클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문제점으로 꼽히는 부분은 사외이사의 자기권력화다. 사외이사는 경영진을 견제하는 게 목적인데 이사회 소위를 모두 사외이사로만 구성할 경우 이들 역시 견제받지 않으면 권력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 실효적인 견제장치가 설치된 후 사추위를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게 순서라는 지적이다.
앞선 관계자는 "국내 기업지배구조에서 사외이사 권한을 강화할 필요가 있지만 반대로 사외이사에 대한 실효성 있는 견제장치가 거의 없는 것도 문제"라며 "특히 KB금융은 과거 'KB사태' 등 사외이사의 자기권력화 폐해를 겪었던 곳"이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송영록 메트라이프 대표 "본사 차원 MS AI 활용 논의"
- [저축은행 이사회 돋보기]SBI저축 사내이사진, 홀딩스 영향력 '주목'
- [보험사 IFRS17 조기도입 명암]라이나생명, 보장성 집중해 쌓은 킥스 300% '철옹성'
- [보험사 IFRS17 조기도입 명암]MG손보, 대체투자·실적 악화로 킥스비율 하락세
- [보험사 IFRS17 조기도입 명암]미래에셋생명, 이유 있는 자신감…순익·지급여력 껑충
- [저축은행 이사회 돋보기]SBI저축, 이사회 의장직 이어온 '홀딩스 이사진'
- [보험사 IFRS17 조기도입 명암]삼성생명, 부채감소 효과 톡톡…건전성 높아졌다
- [금융지주 사외이사 뉴 노멀]하나금융, 당국 당부사항 '집합적 정합성' 보완
- [하나금융 인사 풍향계]이승열 하나은행장, '재무·영업' 이어 '전략' 시험대
- 빗썸, '예수금 증가'로 수수료 무료 효과 입증
원충희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밸류업 프로그램 리뷰]한국금융, 주주환원보다 자회사 지원 '우선'
- [밸류업 프로그램 리뷰]한국금융, 은행보다 저PBR…환원율 제고 의지는
- [밸류업 프로그램 리뷰]메리츠, 완전자회사 효과 속 이중레버리지 급등
- [밸류업 프로그램 리뷰]메리츠, 유일한 'PBR 1배 이상' 금융지주 비결은
- [Board Index/삼성그룹]사법리스크 이후…사외이사 의장 선임, 준감위 창설
- 밸류업? 문제는 지배구조
- [Board Index/삼성그룹]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논란이 남긴 상흔
- [CFO는 지금]김영기 네이버제트 CFO, '유니콘' 복귀 갈림길
- [Board Index/삼성그룹]이사회 활동 가장 활발했던 증권·생명·바이오
- [Board Index/삼성그룹]내부거래, 기부·후원도 사전 심의…공개여부는 제각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