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7년 12월 01일 08:0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DGB금융그룹이 말 그대로 '진퇴양난'이다. 영업환경 악화 탓이 아닌, 그룹을 책임지고 있는 수장과 엮인 문제들 때문이다. 사정당국으로부터 30억 원대 비자금 조성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던 박인규 DGB금융지주 회장 겸 대구은행장이 금융감독원 채용청탁 의혹까지 연루됐다. 어수선한 분위기가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박 회장으로부터 비롯된 잡음은 DGB금융그룹을 지방금융사 중 '가장 뒤쳐진' 은행으로 만들고 있다. 특히 지배구조 측면에서 봤을 때다.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이 올 4월 시행된 이후 금융사들은 지배구조 투명성 확보에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작 DGB금융그룹 계열들은 정관 변경이나 위원회 발족 등 형식적인 것 말고는 달라진 게 없다.
DGB금융지주는 회장과 행장 겸임 구조를 깨야할지 여부에 대해 논의조차 벌이지 못하고 있다. 이 시기 BNK금융지주는 회장과 부산은행장 겸직 전통을 깼다. 9월부로 김지완 회장과 빈대인 행장 양대 체제가 구축됐다. JB금융지주는 김한 회장이 겸임하던 전북은행장 자리를 송종욱 당시 부행장에게 지난 8월 넘겼다. 지배구조를 보다 투명하게 만들기 위한 결정이었다. 반면 DGB금융지주는 오너 리스크 탓에 지배구조 투명성 확보 절차가 '올 스톱' 된 상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쟁사인 지방 금융사들이 진일보할 때 DGB금융지주만 낙오하고 있는 배경에 사외이사들의 '방관'이 자리잡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사외이사들이 본연의 역할인 외부 견제 기능을 실현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DGB금융지주 사외이사들은 "경찰 조사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박 회장 거취나 경영권 승계 등 논의는 없다"거나 "박 회장이 입장을 표명한 뒤 경영권 승계를 논의해도 늦지 않다"는 입장만 반복하고 있다.
박 회장은 이를 무기 삼아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로 인해 내부 직원들의 불안감만 커져가고 있다. DGB금융지주 한 관계자는 "금융당국에서 또 다시 검사를 나와 각종 현안들을 면밀히 들여다볼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부담"이라며 "주요 의사결정 사안들도 일단 차후에 결정하자는 생각이 임직원들 사이에 많다"고 말했다.
박 회장이 지금이라도 되새겨봤으면 하는 일이 있다. 성세환 전 BNK금융지주 회장이 물러난 건 주가시세조종 혐의를 인정해서가 아니다. 이광구 우리은행장이 사임을 결정한 것도 일명 'VIP 특혜 채용' 의혹에 연루됐기 때문이 아니다. 이들이 은행을 떠나기로 결심한 건 일평생 몸 담은 조직과 임직원의 흔들림을 막아주기 위해서였다. 자의든 타의든 수장으로서 책임감이 부른 결과였다. DGB금융지주의 현실과 다를 바 없는 상황들이 이들의 '용단'을 이끌어냈음을 기억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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