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신용등급 상향 청신호…과제는 [Credit Outlook 점검]DRAM 수급 안정 호황 지속…업황 가변성, 낸드 과잉경쟁 등 변수
강우석 기자공개 2017-12-06 16:02:35
이 기사는 2017년 12월 04일 18:0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하이닉스(AA-)의 3분기 실적 발표 전후로 국내·외 신용평가사들이 낙관론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DRAM 시장에서의 지위가 두드러지고 재무구조도 안정적이어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당분간 주력 제품의 우호적 수급 환경이 지속될 것으로 보여 AA0로의 안착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기술경쟁이 치열한 낸드(NAND) 시장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크다는 점은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아 있다.
반도체 업종 특유의 실적 가변성을 상쇄할 업황 대응력을 갖추는 것이 신용등급 상향을 통한 AA급 안착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 무디스發 등급 상향 러시…'압도적 실적' 일등공신
지난달 SK하이닉스 등급을 조정한 신평사는 총 네 곳이었다. 포문을 연 것은 무디스였다. 무디스는 6일 SK하이닉스 신용도를 'Ba1'에서 'Baa3'으로 높였다. 이윽고 한국신용평가(7일)와 한국기업평가(10일), NICE신용평가(15일)가 회사 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긍정적'으로 상향했다.
압도적인 실적이 신용도 상승의 일등공신이었다. SK하이닉스는 지난달 14일 분기보고서를 통해 올들어 3분기까지 21조 1000억 원의 매출액과 9조 3000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영업이익률은 무려 43.9%에 달했다. 전년 동기(14.7%) 뿐 아니라 호실적을 거뒀던 2016년(19.1%), 2015년(28.4%)보다도 훨씬 높았다.
메모리 수요 회복으로 판매가가 급등한 덕을 톡톡히 봤다. 삼성전자, 마이크론과 3강 체제를 굳힌 DRAM 부문에서만 1조 6000억 원을 벌어들였다. 부문 최대 실적(1조 3752억 원·2015년)을 일찌감치 경신하며 어닝 서프라이즈를 예고했다. SK하이닉스는 전세계 DRAM 시장의 약 26%를 점하고 있다.
원종현 한국신용평가 연구위원은 "SK하이닉스의 경우 DRAM 부문 20나노급 공정에서 미세공정 기술력을 선제적으로 확보했다"라며 "DRAM의 전방사업이 컴퓨터에서 스마트폰, 서버 등으로 분산되며 사업 포트폴리오도 강화 추세"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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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실적은 안정된 재무구조도 안겨줬다. 올들어 3분기까지 자본지출(Capex)은 7조 3000억 원으로 전년도 총량(6조 5000억 원)을 이미 뛰어넘었지만, 상각전영업이익(EBITDA)만 13조 원에 달해 2016년 현금창출력(7조 9000억 원)을 압도했다. 그 결과 차입금의존도는 10.6%, 부채비율은 31.8%에 그치고 있다. 순차입금 규모는 마이너스(-) 2조 원 수준이다. 도시바메모리 인수로 인한 4조 원 가량의 자금부담이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최우석 NICE신용평가 기업평가3실장은 "현금창출력에 힘입어 올 3분기 SK하이닉스의 재무안정성은 대폭 강화됐다"라며 "EBITDA와 보유 현금성자산을 고려할 때 도시바 인수 관련한 자금 마련에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 등급 상향 트리거 '턱걸이'…불확실한 수급·낸드시장도 변수
SK하이닉스가 신용등급 'AA0'로 안착하는 건 시간 문제일까. 가능성은 있지만 생각만큼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재무지표는 등급 상향 트리거에 간신히 걸쳐있다. 올 3분기 기준 EBITDA/CAPEX 지표는 1.8배, 순차입금의존도는 -4.9%다. 한국기업평가와 NICE신용평가가 제시한 조건을 상회하고 있지만 한국신용평가 기준에는 소폭 못 미친다. 한신평은 EBITDA/CAPEX 지표가 3년 평균 2배 이상 유지될 때 등급 상승을 고려하겠다는 입장이다.
지표가 급격히 개선될 가능성도 높지 않다. 글로벌 반도체사들을 중심으로 설비 투자가 늘어나는 추세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 역시 72단 3D 낸드개발 완료를 마쳤으며 내년까지 청주 M15공장 등 대규모 투자도 집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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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시장 상황도 변수다. 올해는 타이트한 수급 여건으로 판매가가 올랐지만, 내년 이후 시장은 녹록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적지 않다. 스탠다스앤푸어스(S&P)는 최근 "반도체 산업은 1~2년 간 과도한 호황을 유지했지만 내년께 성장세가 둔화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낸드 부문의 과열 경쟁도 문제다. 공격적인 증설이 이어지고 있어 2019년 이후 가격 하락폭이 클 것이란 지적이다. 중화권 업체들의 가세로 인해 실적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모간스탠리 역시 "낸드플래시 메모리 시장이 하강 국면에 진입했으며 가격 하락 속도도 빠를 것"으로 내다봤다.
엄정원 한국기업평가 선임연구원은 "2019년 DRAM 부문의 10나노급 미세공정 진전 등에 의해 2018년 이후 판가는 하락세를 나타낼 것"이라며 "라인 가동이 본격화되는 2019년 가격 하락폭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 전체 매출에서 DRAM과 낸드 비중은 각각 72%, 25% 정도다. 상대적으로 후발 주자인 낸드 부문을 강화하기 위해 투자를 늘리고 있다. 현재 낸드 시장 점유율은 약 10%로 삼성전자, 도시바, 웨스턴디지털, 마이크론 등에 이어 5위다.
전문가들은 SK하이닉스 낸드 실적이 뒷받침돼야 반도체 산업 특유의 변동성을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록호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그동안 이익 기여도가 낮아 약점으로 지적됐던 낸드플래시 사업에서 성과가 나타나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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