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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탁을 통해 피후견인 재산을 잘 관리하려면 [WM라운지]

배정식 KEB하나은행 신탁부 리빙트러스트센터장공개 2017-12-08 08:08:45

이 기사는 2017년 12월 06일 10:4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후견제도의 현황

우리 사회가 성년후견제도를 도입한 지 4년이 넘었다. 질병이나 고령으로 정신적 제약이 있는 사람들을 위해 성년후견제도를 활용하는 사례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법원의 관리나 제도적인 보완 뿐 아니라 관계 기관들의 이해도를 높이기 위한 노력도 함께 진행되고 있다.

금태섭 의원실이 발표한 성년후견에 관한 자료를 보면 시행 첫 해인 2013년 7월 이후 하반기에만 약 727건의 신청과 195건의 후견인용이 있었다. 올해 상반기에는 각각 2175건의 신청과 1472건의 후견인용이 있었다. 약 4년만에 후견신청은 3배, 인용은 7.5배가 증가했음을 알 수 있다.

올해 상반기까지 결정된 성년후견 사건은 총 6726건이며, 그 중 전문 후견인은 4%에 그친다. 반면 친족을 후견인으로 결정하는 비율은 95%에 달한다. 신격호 회장의 후견사례를 통해 후견제도가 알려지긴 했지만, 아직도 많은 이들이 전문후견인보다 친족을 후견인으로 지정하고 있는 것 같다.

후견협회 결성 그리고 제도 개선을 위한 노력들

후견관련 사건은 우리사회의 급속한 고령화와 맞물려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한번 결정된 후견업무는 피후견인이 사망할 때까지 장기적으로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누적되는 사건에 대한 관리가 중요할 수 밖에 없다.

이를 위해 법원에서도 표준화된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으며, 각 법원마다 현실에 맞는 관리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논의를 진행 중이다. 전문후견법인이 중심이 돼 결성된 성년후견협회에서도 문제점을 지적하고 다양한 개선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지난 11월23일 한국후견협회가 주관한 '후견제도의 현 주소와 제도발전 과제 세미나'에서는 개선돼야 할 문제점과 제도개선 방향 등에 대한 발표가 있었다. 문제점으로는 금융기관 직원들의 인식과 규정 미비가 첫번째로 꼽혔다. 후견인들이 피후견인을 위해 자금을 인출하는 과정에서 많은 불편이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법원 허가을 받고 대출요청을 하더라도 후견인에 의한 대리행위라는 점에서 제대로 지원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제도적인 문제로는 후견인의 재산조사과정에서 상속재산조회서비스를 이용할 때 생기는 지급동결 문제가 거론됐다. 법적인부분에서는 친족후견인에 의한 자금횡령의 경우에도 처벌하지 못하는 '친족상도례'에 대한 논의가 제시됐다. 후견인에 의한 경우에는 예외를 둬 처벌해야한다는 대안도 나왔다.

금융기관 및 직원들이 후견제도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표준화된 업무처리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해보인다. 현재에는 은행이나 각 지점마다 다른 서류를 요구하는 식이다. 후견인들의 자금인출에 대한 부담과 시간을 줄여줄 때 피후견인을 위한 복리에 좀 더 집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야 후견제도의 안착을 기대할 수 있다.

우리보다 고령화가 심화된 일본을 보자.

일본은 2000년부터 성년후견제도가 시행됐다. 일본은 법, 제도 뿐 아니라 후견법인들의 활동 내용도 우리보다 잘 정비돼있다. 부족한 전문후견인을 공공후견제도 등으로도 보완하는 사회적 활동도 확산되고 있다.

일본도 시행초기에는 친족후견인의 비율이 당연히 높았다. 하지만 친족에 의한 자금유용, 시간 부족 등 현실적인 문제로 전문후견인에 의한 후견이 늘어났다. 오히려 지금은 전문후견인 비율이 더 높다.

다만 피후견인의 재산을 투명하게 관리하지 못하는 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발생하는 문제다. 일본에서도 후견법인의 대표가 2011년 약 3억 엔을 유용하는 사고가 발생해 문제가 됐다.

이에 대법원에서는 금융기관과 협의해 일정 금액 이상은 신탁을 하도록 권유했다. 일본 신탁 자료에 의하면 2012년부터 미쓰비시UFJ, 미쓰이스미토모, 미즈호, 리소나 등 4개 금융기관이 성년후견제지원신탁 상품을 출시했다. 2015년에는 전체 후견사건 중 약 23~24%가 신탁으로 관리됐다.

후견제도 활성화를 위한 우리 금융의 역할은 무엇일까

우리나라는 후견제도가 활용되거나 시행된 시기가 짧다보니 일본처럼 외부로 드러나는 사례가 많지 않다. 다만 우리도 피후견인 동생의 재산을 자신의 재산과 합쳐 부동산을 자기 명의로 매입한 경우, 부모의 자금을 자신의 사업자금으로 사용하는 자녀의 사례들이 조금씩 기사화되고 있다.

후견관련 상담을 하다 보면 부모를 모시는 자녀가 후견인으로 되어 있지만 다른 형제들로부터 객관적이고 투명한 관리를 하도록 요구받는 사례가 있다. 해외에 있던 다른 형제가 잠시 들어와 간병비나 생활비 지출에 대해 간섭을 할 경우 큰 상처를 남기기도 한다.

이런 고민은 신탁제도를 통해 상당부분 해소할 수 있다. 처음부터 후견인을 지정하는 과정부터 재산관리는 신탁을 통해서 하도록 법원으로부터 허가를 받는 것이다.

재산의 관리방법을 신탁에서 구체적으로 설정해 부모님의 재산은 부모님을 위해서 사용되도록 객관화할 수 있게 된다. 후견인은 부모를 모시는 일에만 전념할 수 있고 다른 형제들과 돈 문제로 인한 갈등을 최소화 할 수 있게 된다.

필자가 속한 리빙트러스트센터에서는 각 가정환경에 맞는 관리방법과 예외적인 지급 절차 부분까지도 신탁을 통해 관리하고 있다. 부모의 재산도 보전하고, 형제간의 감정적 충돌을 현저히 줄일 수 있다.

부동산이 있는 경우 신탁을 활용하면 더 큰 시너지가 발생할 수 있다

피후견인의 모든 재산이 금전이라면 관리가 비교적 용이하겠지만, 보통은 부동산이 상당 비중을 차지한다. 2016년 6월 발표된 서울가정법원의 후견사례 분석자료를 보면 신청사유 중 가장 큰 비중이 부동산 때문이다. 이 경우 부동산관리신탁의 노하우를 접목하면 후견인의 업무 부담을 훨씬 더 줄일 수 있다.

전문후견인이 자신의 업무를 수행하는 도중에 피후견인의 부동산 임차인으로부터 시설 개보수를 요구받을 경우 관리의 문제에 봉착한다. 직접 임차관리도 해야하고, 임차인이 시설 보수를 요구하면 현장도 방문해야한다. 여기에 시설관리 전문가도 불러야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이럴 때 관리신탁 프로그램을 활용하면 부담을 덜고 효율적인 관리도 받을 수 있다. 전문후견법인의 경우에도 부동산신탁관리 프로그램을 권유해 드리고 싶다. 특히 법인이라면 관리 책임이나 시스템 구축 부담을 갖기보다 신탁을 후견업무의 파트너로 두는 것이 어떨까 싶다.


배정식 하나은행 리빙트러스트센터장

한양대 경제학과 졸업 및 동대학원 수료, 서울대 금융법무과정(신탁법)
건국대학교 부동산대학원(금융투자 전공10기) 졸업
[저서]'신탁 상속'(재산 분쟁 없는 희망 상속 플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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