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8년 01월 04일 08:1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리그테이블 집계의 묘미는 1등이 바뀌는 것을 보는 데 있다. 한번 1등이 영원한 1등이길 바라는 것은 당사자 밖에 없지 않을까.그런 의미에서 M&A 회계자문, 법률자문 분야의 리그테이블은 그간 상대적으로 보는 재미가 덜했던 게 사실이다. 각자 속한 업계에서 넘사벽으로 통하는 삼일PwC나 김·장 법률사무소(김앤장)의 존재감이 너무 크다. 골드만삭스, 모간스탠리, JP모간과 같은 벌지브래킷들이 분기가 멀다 하고 엎치락뒤치락 왕좌 다툼을 벌이는 금융자문 부문과는 성격이 다르다.
삼일PwC만 해도 2, 3위 업체들과의 매출 격차가 기본 2000억 원가량에 달하고 자문인력도 훨씬 많아 과연 이들을 같은 체급으로 묶는 게 맞나 싶을 정도다. 차라리 리그테이블 2위 경쟁에 더 눈이 간다.
이러한 판도를 뒤집고 삼정KPMG가 작년 M&A 회계자문 순위 1등을 차지했다. 2013년 이후 4년 만에 이룬 쾌거. 성적을 뜯어 보니 한 해 동안 자문한 거래금액 총계는 약 13조 원으로 2위인 딜로이트 안진(15조 원)보다 되레 적다. 역전을 허용한 요소는 자문건수였다. 총 53건의 딜을 수행, 안진(36건)과 압도적인 차이로 승부를 뒤집었다.
회계법인과 로펌은 '타임 차지(Time Charge)', 즉 일하는 시간에 따라 수수료가 지급된다. 하우스 수익성 측면에서 1건의 거래금액 못지 않게 얼마나 많은 딜을 수임했느냐가 중요하다. 이런 특성에 맞춰 더벨은 이들의 등수를 매길 때 일정 기간 자문한 총 거래금액의 점유율과 건수 점유율을 각각 계산해 평균을 낸 '조정점유율'로 순위를 가름한다.
한 하우스가 아무리 큰 규모의 딜을 자문했더라도 거래건수가 받쳐주지 않으면 수위를 담보할 수 없다. 딜로이트 안진이 아웃바운드(국내 기업의 해외 기업 인수) 사상 최대 M&A인 삼성전자의 하만 인수(9조 3000여억 원)를 자문하고도 1위를 놓친 것이 좋은 예다.
삼정KPMG가 선방한 배경엔 경쟁자 딜로이트 안진이 대우조선해양 부실감사로 '1년 업무정지' 중징계 처분을 받은 데 따른 자문 공백 영향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자타공인 최강자인 삼일PwC를 누르고 2017년 리그테이블의 주인공이 된 점, 2위보다 20건 가까이 많은 거래를 자문한 점은 반사이익만으로 치부하기엔 모자란, 삼정 특유의 저력이 빛을 발한 결과라 할 수 있다.
올해도 M&A 시장은 활기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법정관리 회사 등 구조조정성 매물은 여전히 많고, 새 정부 들어 가중된 상속세 부담에 중견기업 오너 일가들이 가업 승계 대신 경영권 매각을 택할 것이란 목소리도 있다. 이 속에서 삼정KPMG가 어떤 전략으로 응수할지도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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