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거래소 폐쇄 현실성 있나 "국회 문턱 넘기 어렵다" 지적, 헌법소원 제기 가능성도
안경주 기자공개 2018-01-12 11:24:13
이 기사는 2018년 01월 12일 08:1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가상화폐(가상통화 또는 암호화폐) 거래를 막기 위해 거래소를 폐쇄할 수 있을까. 법무부와 금융위원회가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의 폐쇄를 추진하겠다고 밝히자 현실적으로 이뤄질지 이목이 집중된다.정부 안팎에선 일부 정부 부처의 반발은 뒤로 하더라도 국회 문턱을 넘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또 관련 법안이 새롭게 만들어지더라도 투자자들의 헌법소원 제기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지난 11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가상화폐에 대한 우려가 굉장히 커 법무부는 기본적으로 (가상화폐) 거래소를 통한 가상화폐 거래를 금지하는 법안을 준비 중"이라며 "거래소 폐쇄까지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이날 국회 4차 산업혁명 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박 장관의 발언과 관련해 "법무부와 같은 생각"이라고 말했다. 가상화폐 대응과 관련한 핵심 부처인 법무부와 금융위원회의 두 수장이 가상화폐 거래소의 폐쇄 추진까지 검토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그러나 정부 안팎에선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금융위와 법무부가 주도권을 쥐고 가상화폐 대책을 내놓고 있는 '범정부 가상화폐 규제 태스크포스(TF)' 내부에서 조차 현실성이 떨어지는 방안이라는 지적이다.
우선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의 근거가 될 수 있는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을 중심으로 가상화폐 거래소 인가제 도입 등을 통해 제도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초 법무부는 '사행행위 등 규제 및 처벌 특례법'(이하 사행행위특례법)을 적용해 가상화폐 거래 단속에 나설 계획이었다. 하지만 내부 검토 과정에서 사행행위특례법을 적용하기 어렵다고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한 관계자는 "사행행위특례법 적용이 어려운 만큼 가상화페 거래소의 폐지와 기존 거래소를 통한 거래를 모두 폐지하는 내용의 특별법을 정부 입법안으로 제출해야 한다"며 "국회에서 논의되는 것과 전혀 다른 내용의 정부 입법안이 국회를 통과할 수 있을지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법무부는 이자제한법과 같이 몇 개의 법조항으로 된 특별법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자제한법은 8개의 조항으로 이뤄져 있다.
반면 국회의원들은 가상화폐 거래소 인가제 도입 등을 담은 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7월 가상화폐 규제를 담은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발의된 개정안에는 가상화폐를 법적으로 정의하고 가상화폐 거래소 등을 가상화폐취급업자로 정의해 자본금과 투자자보호 장치 등의 요건을 갖춘 뒤 금융위에 등록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앞선 관계자는 "법무부가 추진하는 특별법은 국회의원들의 반발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며 "국회 설득이 우선시 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현실성이 낮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박 장관의 발언이 알려지자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 이것만이 답일까? 아닐 듯 한데"라면서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 태우는 격?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밝혔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의원도 "정부는 특별법까지 동원해서 '가상화폐 완전 거래 금지'를 추진하기 보다는 불법과 무분별한 투기에 대한 규제책을 강구하고 가상화폐에 대한 성격 규정과 제도권 편입을 통해 가상화폐 투자의 안정성과 신뢰성을 높이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회 문턱을 넘어 가상화폐 거래소 폐지 내용을 담은 특별법이 제정되더라도 투자자들이 헌법소원을 제기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는) 개인의 재산권을 침해할 수 있는 소지가 있다"며 "법무부가 가상화폐 거래 금지 특별법을 만들어도 투자자들이 헌법소원을 제기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별법 추진을 강행하기 위해선 공공복리를 위한 최선의 방안이라는 합리적 이유를 제시해야만 한다"며 "자금세탁방지법 개정 등을 통해 최소한의 공공이익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특별법 제정의 당위성을 확보하기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헌법은 '모든 국민의 재산권은 보장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다만 재산권의 행사는 공공복리에 적합해야 하고 공공필요에 의해 재산권의 수용, 사용 또는 제한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으면 재산권을 제한할 수 없다는 뜻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가상화폐 거래 금지, 거래소 폐쇄는 중국에서나 가능할 뿐 선진국에서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다"며 "재산권 제한에 대한 논란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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