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8년 01월 23일 08:1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번 판에 못 끼면 돈 벌 기회 없습니다"광풍이다. 가상화폐부터 강남 아파트, 코스닥을 필두로 한 주식까지. 그 어느 하나라도 잡지 못한 사람들은 헛헛하다. 은행 예금에서 나오는 이자는 오히려 내 돈을 까먹고 있다는 느낌마저 들게 한다. 그 소외감이 이 난장판으로 조금씩 유혹한다.
그런데 한편에서는 이와 조금 다른 판이 감지되고 있다. 흔한 말로 '강남 부자'로 불리는 자산가들이 광풍에서 비껴나 조금 다른 걸 보기 시작했다. 바로 미국 달러다.
그들 역시 가상화폐에 관심이 있지만 자기 인생을 걸겠다며 달려드는 절박한 이들과는 거리가 멀다. 강남 아파트도 투기 목적이라기보단 자식에게 물려줄 물건을 마련하는 정도다. 인생을 거는 '한방'이 아닌 조금 먼 미래를 보는 '투자'를 위해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달러/원 환율이 역사적인 저점을 향해가고 있는 가운데 이들은 환율이 1000원 밑으로 가면 대규모로 달러를 사들이겠다며 대기하고 있다. 광풍의 시대를 넘어 적어도 3년, 5년을 내다 보면서 개인별로 수억원대의 자금을 집행하겠다는 것.
이들이 추구하는 건 가장 안전한 자산에 대한 투자다. 오래 투자하면 손해를 보지 않고 이익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높은 자산을 보는 것이다. 달러는 위기시 빛을 발하는 자산이기도 하다. 물론 달러 금리는 얼마 안된다.
이같은 시각이 현재로서는 적합한지 판단하기 힘들다. 하지만 단기가 아닌 긴 시야의 투자라는 점, 그리고 위기를 대비하기 시작했다는 점은 확실하다.
공교롭게도 최근 글로벌 금융회사들, 그리고 전문가들 사이에서 거품을 경계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는 "가상 화폐 비트코인이 완전히 붕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더불어 그는 "비트코인 뿐 아니라 모든 곳에 거품이 있다"고 보고 있다.
자산 가격이 오르면 이익이 더 많이 나는 금융회사조차 비슷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최근 개최된 글로벌 컨퍼런스에서 블랭크페인 골드만삭스 CEO와 존 크라이언 도이치뱅크 CEO는 한 목소리로 자산가격에 대한 '거품'을 경고했다.
십여년에 걸친 양적완화로 시중에 뿌려진 유동성이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는 건 누구도 부인하기 힘들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누군가의 말처럼 '마약과도 같은 유동성 시대'의 종착점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는 얘기다.
삶으로부터 체득한 부자들의 철학인지, 혹은 그들이 가진 돈의 본능인지 모르겠지만 그들이 보수적인 투자를 준비하기 시작했다는 점은 의미가 있다. '돈은 불리는 것보다 지키는 게 더 중요하다'는 부자들의 철학과 본능을 한번 믿어볼 때가 아닌가 싶다. 광풍으로 어지러울 땐 먼 수평선을 바라보는 게 멀미를 가라앉히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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