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7년 11월 23일 08시55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 2004년 2월, 여의도 증권가에 이변이 일어났다. 연임 도전에 나섰던 오호수(1944년생) 증권업협회장이 황건호(1951년생) 전 메리츠증권 사장에게 일격을 당했다.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황건호 회장이 45대 증권업협회장 자리를 꿰찼다.변화를 바라는 기대가 반영되기는 했지만 당시 54세인 젊은 회장의 탄생에 업계 스스로도 놀랐다. 그보다 더 놀라운 건 젊은 황 회장이 막강 실세를 등에 업은 후보를 눌렀다는 점이다. 오 전 회장은 당시 이헌재 재정경제부 장관의 죽마고우였다. 2003년 12월 오 회장이 모친상을 당했을 때 이 전 부총리가 사흘 내내 빈소를 찾은 일화는 둘의 관계를 그대로 보여준다.
2004년은 이 전 장관의 파워가 최정점이었을 때다. 제1대 금감원장을 지낸 직후로 '이헌재 사단'이 금융권을 뒤흔들던 시기다. 지금도 그 존재감을 잃지 않은 이 전 장관의 무게를 견뎌낼 만한 인물은 당시에 없었다. 그 절친이 금융권 협회장 선거에서 떨어졌다.
투표 결과는 1차 투표에서 황건호 사장 17표, 오호수 회장 16표였고 2차 결선투표에서 황건호 사장 20표, 오호수 회장이 15표였다. 박빙이었지만 대세를 거스르기에는 역부족인 결과였다.
이 사건 이후 모피아(MOFIA)를 둘러싼 인물들이 증권업협회장 자리를 경계하기 시작했다는 후문이다. 이후 자산운용업협회와 선물업협회 신탁업협회가 통합, 금융투자협회로 거듭나면서 회원사 숫자가 급증하자 관료 출신들에게는 더욱 어려운 자리가 됐다. 240여 개에 달하는 회원사가 한 표씩 행사하는 금융투자협회장 자리 선거가 '힘'으로만 밀어 붙일 수 없게 됐다.
때문에 최근 금융투자협회장 선거는 올드보이가 판치는 은행연합회와 생명보험협회, 손해보험협회장의 경우와는 다른 양상이 전개되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도 내로라하는 후보들이 꼬리를 내렸고 정부 관료 내지는 정부 관료와 연줄이 닿아 있는 쪽에서도 움직임이 잘 안 보인다. 기본급과 성과급을 합쳐 연봉이 5억 원이 넘는 탐스러운 자리지만 이상하게 조용하다.
모두가 제2의 오호수 회장이 될까봐 두려워하고 있을지 모른다. 회원사를 상대로 일일이 작업을 하기에도 무리다. 결과적으로 업무로 부딪히면서 친분을 쌓고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현직 회장이 절대적으로 유리한 인선 구조가 정착된 셈이다.
아이러니한 건 황영기 회장도 이헌재 사단으로 분류되던 인물이다. 모피아의 지원사격을 받았던 황 회장이 이젠 모피아에게 눈엣가시가 돼가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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