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의 '공유 인프라' 판 뒤엎을 수 있을까 [공유경영 시대]②'딥 체인지' 사회+경제 가치 추구, 비즈니스모델 실현 과제
박창현 기자공개 2018-01-29 06:30:00
[편집자주]
공유경제가 기업경영의 새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산업정책인 상생·혁신과 일맥상통한다. 이윤추구와 사회적 가치를 접목하는 개념이다. 나눔과 기부 활동에 집중했던 사회적 책임(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활동을 넘어서 공유가치창출(CSV·Creating Shared Value)로의 이동이다. 확산되는 공유경제에 발맞춘 국내 기업들의 '공유경영' 움직임을 집중 조명한다.
이 기사는 2018년 01월 24일 15:1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껍질을 깨는 혁신을 하자" SK그룹 신년회에서 울려 퍼진 최태원 회장(사진)의 일성은 그 어느때보다 단호했다. SK그룹 신년사 화두는 단연 '딥체인지(Deep Change)'였다. 미래 생존이 불확실한 서든 데스(Sudden Death) 시대,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판을 뒤흔드는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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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체인지 정신은 '더블 바텀 라인(Double Bottom Line)'으로 대변된다.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 두 날개로 날아야만 기업이 비상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더블 바텀 라인이 '지향'이라면, 그 이상을 현실화하는 방법론이 바로 '공유 인프라'다.
최 회장의 주문도 간결하다.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자.' '공유 인프라에 대한 가시적 성과를 내자.' SK그룹은 판을 뒤엎을 수 있을까.
△공유 인프라의 본질, '공유' 아닌 '성장' 방점
SK그룹은 다양한 인프라를 갖고 있다. SK에너지의 주유소, SK텔레콤의 통신망과 대리점, SK매직의 영업망 등이 대표적이다. 이 인프라는 이제까지 철저히 경제적 가치 창출에만 활용됐다. 이제는 이 유·무형 자산을 나눠쓰면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공유 인프라라는단어 특성상 나눠쓴다는 개념이 강해 보인다. 하지만 SK그룹은 공유 인프라를 철저히 성장 전략으로 인식하고 있다. 자산 공유를 통해 비지니스 플랫폼을 구축하고, 자산 효율성을 극대화시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목표다. 공유 주체인 SK그룹도 사회공헌 수준을 뛰어넘는 결과물을 원하고 있다.
따라서 전략 취지에 맞게 비지니스 모델을 구축하는 것이 당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도 머리를 싸메고 있다. R&D(연구개발)와 O&M(Operation & Maintenance·운영유지)까지 포함된 거대 생태계를 구상해보기도 하고, 이종 사업간 협업도 검토하고 있다. 아울러 ICT와 에너지·화학, 반도체 등 공동 기술 프로젝트 사례와 성과 정보들도 공유하고 있다.
그나마 가시화되고 있는 공유인프라 계획이 '주유소 활용건'이다. SK에너지는 3600여개의 주유소 자산을 활용한 사업 계획 아이디어를 공개 모집하고 있다. 주유 시설 등 보유 자산을 공유하고 신규 사업 기회를 발굴해 지역 주민의 소득 증대와 사회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취지다. 이 밖에도 SK텔레콤의 대리점 유통망을 공유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결국 얼마나 효율적인 비지니스 모델을 만들어 내느냐가 공유 인프라 성장 전략의 성패를 가르는 잣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회적 가치 측정' 또 다른 도전
성과에는 보상이 뒤따라야 한다. 그래야만 딥체인지 시스템이 확실히 자리잡을 수 있다. 경제적 이익은 측정할 수 있는 잣대가 많다. 하지만 사회적 가치는 정량화가 쉽지 않다. SK가 직면한 가장 현실적인 문제다.
더욱이 SK그룹은 올해부터 계열사 최고경영자 경영 평가에 '사회 성과 지표'를 반영할 계획이다. 그 연장선상에서 사회 성과를 반영할 수 있는 '핵심 성과지표(KPI·Key Performance Indicator)'도 개발 중이다. 다만 정량화 방식과 항목을 두고 초기 시행착오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정부분 주관적인 평가가 이뤄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재 SK그룹이 시행하고 있는 '사회성과 인센티브' 제도에서 그 방향성을 엿볼 수 있다. 사회성과 인센티브는 사회적 기업이 만들어 낸 '착한 일'에 비례해 금전적인 보상을 해주는 제도다. SK그룹은 내부 평가 기준에 따라 착한 일의 가치를 측정하고 평가하고 있다.
이 사회적 가치 측정은 사회성과 인센티브의 핵심이나 마찬가지다. 물론 사회적 가치를 금액으로 환산하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SK그룹은 평가 지표 개발을 위해 수십 차례 전문가 토론을 거쳤고, 기업 현장 방문과 실측에도 나섰다. 이후 참가 기업과 추가 합의 과정까지 거쳐서 지표를 만들었다.
현재 SK그룹은 △일자리 창출과 △사회 서비스 제공 △환경 문제 해결 △지역 생태계 문제 해결 등 4개 분야에서 사회 성과를 측정하고 있다. 사회적 기업인 '심원테크'의 경우, 버려진 토너를 재생하는 서비스로 환경 오염을 줄이는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냈다. SK측은 환경 문제 해결 성과를 인정해 인센티브를 제공했다. 슬럼화된 도시 공간을 새롭게 디자인하는 사회적 기업 '공공미술프리즘'도 주민의 소득 수준과 문화 수준을 향상시킨 성과를 인정받았다.
물론 평가 대상이 계열사들이 아니라 외부 사회적 기업이지만 사회적 성과를 화폐 단위로 평가하고 측정하는 도구와 데이터베이스가 구축돼있다는 점이 눈여겨 볼 대목이다.
그룹 내부에서도 시범적인 사례가 나오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사회적 가치를 스스로 측정해 발표하기도 했다. 온실가스 감축량과 협력사 금융·기술·교육 지원, 사회적 기업 생산 제품 구매, 사회 공헌 금액, 법인세, 임금, 배당 등이 성과 지표로 반영됐다.
재계 관계자는 "얼마나 정교한 사회적 가치 측정 지표를 만들어내느냐가 이 도전의 성패를 가를 것"이라며 "사회적 가치 창출이 사회적 화두인 만큼 합리적인 측정 지표가 나온다면 다른 기업들도 벤치마킹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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