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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견된 지주사 전환 '허기호 지배력 강화' [한일시멘트 3세경영 완성]①수증·매수로 최대주주 등극, 숙부·사촌들은 지분 정리

박창현 기자공개 2018-01-30 08:54:00

이 기사는 2018년 01월 29일 10:4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시멘트 업계 최초로 3세 경영 체제를 구축한 허기호 한일시멘트 회장이 화려한 피날레를 준비하고 있다. 최대주주 등극에 이어 지주회사 전환을 통해 완벽한 1인 지배체제 구축에 돌입했다. 엇비슷한 지분을 보유하고 있던 숙부와 사촌들도 한일시멘트와의 관계 정리에 나섰다.

한일시멘트 지분은 향후 지주사 지배력 확대를 위한 실탄이 된다. 따라서 허 회장과 다른 오너일가 간의 지배력 격차는 더 벌어질 수 밖에 없다. 선제적인 지분 교통 정리를 통해 '허기호 체제' 힘싣기에 나섰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일시멘트는 최근 기업 분할 절차를 거쳐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한일시멘트를 투자회사인 '한일홀딩스'와 사업회사 '한일시멘트'로 인적분할하고, 한일홀딩스가 지주사 역할을 맡는 것이 핵심 골자다.

분할이 끝나면 한일홀딩스는 한일시멘트 지분을 8% 가량 보유하고 된다. 공정거래법상 일반 지주사는 자회사 지분을 20%(비상장사 40%) 이상 보유해야만 한다. 따라서 한일홀딩스는 향후 한일시멘트 주주들을 대상으로 현물출자 유상증자를 실시해 자회사 지분 요건을 충족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거래는 간단하다. 한일시멘트 주주들로부터 보유 지분을 받고, 그 대가로 한일홀딩스 신주를 나눠주는 방식이다. 한일홀딩스와 한일시멘트 주식 교환이 이뤄지는 셈이다.

지배 주주는 지주사 전환 방식을 통해 지배력을 극대화시킬 수 있다. 일반 주주들은 투자회사와 지주회사 간 주가 추이와 주가 상승 매력도 등을 감안해 유증 참여 여부를 결정한다. 반면 지배주주들은 그룹 지배가 목적인 만큼 사업회사 지분 대부분을 지주회사 지분으로 교환한다. 결과적으로 지배주주들이 지주사 신주를 독차지하면서 지배력 강화 효과를 거두게 된다. 오리온과 크라운해태, 샘표가 대표적인 사례다.

한일시멘트

그런 측면에서 한일시멘트는 이미 2년 전부터 철저하게 허기호 회장 중심으로 지주사 전환 포석을 마련했다는 분석이다. 허 회장은 이 거래의 주인공이나 마찬가지다. 허 회장은 창업자 고 허채경 선대회장의 장손자이자, 허정섭 명예회장의 장남이다. 2016년 초까지 한일시멘트 지분 5.8%를 보유한 4대주주였다. 아버지와 두 숙부 지분이 더 많았다. 하지만 지분 장내매수에 본격적으로 나서면서 그해 말 7.81%까지 끌어올렸다. 최대주주인 허정섭 명예회장과의 지분율 격차도 0.2%포인트 내로 좁혔다

드디어 지난해 허 회장은 한일시멘트 최대주주 자리에 올라섰다. 허 명예회장으로부터 1.3%의 지분을 수증받았고, 추가로 지분을 더 샀다. 그 결과 10.11%의 지분을 확보해 2대주주인 허 명예회장(6.63%)과 격차를 3% 포인트 이상 벌렸다. 여기에 개인회사 중원㈜를 활용해 한일시멘트 지분 3.98%를 확보했다. 14% 넘는 개인 지분을 확보한 셈이다.


반면 엇비슷한 지배력을 유지하던 다른 오너일가들은 오히려 지분을 팔았다. 대표적으로 허 선대회장의 3남 허동섭 명예회장이 2년 전 10만 주를 허 회장에게 매도했다. 이후 '한일시멘트=허기호' 공식은 기정사실화됐다.

올해 지주사 전환은 허기호 체제 구축의 마지막 관문이 될 전망이다. 이미 다른 오너일가와 지배력 격차가 큰 상황에서 지주사 전환 절차를 통해 그 간극을 더 크게 벌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계열분리 합의가 이뤄진 만큼 다른 오너일가들이 남은 현물출자 유증에도 불참, 보다 적극적으로 허기호 밀어주기에 나설 가능성도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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