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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용 회장의 '메스', 위기의 E1 살릴까 [갈림길 가스업]③스케쳐스·동방가스 등 매각, LS네트 정상화·선박용연료 진출 관건

심희진 기자공개 2018-02-06 06:01:00

[편집자주]

가스업은 대표적인 독과점 사업이다. 플레이어들은 단단해진 산업지위를 통해 꾸준히 이익을 내고 있다. 안정적 현금창출력을 업고 그룹 내 확고한 지위를 점하고 있다. 하지만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생존을 위한 알파(α)를 추구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다만 고착화된 사업구조 탓에 진일보는 쉽지 않아 보인다. 갈림길에 선 가스업, 그 현주소를 점검한다.

이 기사는 2018년 02월 02일 08: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액화석유가스(LPG) 2위 사업자인 E1이 성장 정체에 직면했다. LPG 공급만으론 획기적인 수익 증대가 어렵다고 판단해 이종 분야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했지만 신사업 대다수가 부진한 성적을 거뒀다. LPG 판매가격 하락, 국내 수요 감소 등의 악재가 겹치면서 본업 실적도 주춤했다.

설립 이래 유례없는 경영난에 직면하자 구자용 회장이 직접 칼을 꺼내들었다. 사업 재편의 골자는 저수익 비핵심 자산을 모두 정리하고 LPG 도매부문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다. 구 회장식 고강도 구조조정이 어떤 성과를 낳을지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

탄탄했던 E1의 실적이 감소하기 시작한 건 2014년부터다. 2013년만 해도 7조원이 넘었던 연결기준 매출액은 이듬해 6조8000억원, 2015~2016년 4조원대로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2010년대 초반 1100억원대에서 2014년 820억원, 2015년 320억원으로 줄었다. 이듬해 영업이익은 110억원까지 감소했는데 이는 E1이 금융감독원에 사업보고서를 제출하기 시작한 1998년 이후 최저 수치다.

자회사 LS네트웍스의 부진이 뼈아팠다. LS네트웍스는 2010년 수입자동차와 고급자전거 판매시장에 진출했지만 수요처 확보에 실패했다. 그 결과 지난 7년간 유통부문에서만 1000억 원이 넘는 손실을 기록했다. 여기에 메르스 여파, 스포츠·아웃도어 의류시장 포화 등의 악재가 겹치면서 LS네트웍스는 2014년부터 3년간 약 1300억원의 누적 영업손실을 냈다.

구원투수로 나선 인물은 2007년 LS네트웍스 인수를 주도했던 구 회장이다. 구 회장은 2016년 3월 LS네트웍스 대표이사에 다시 올랐다. 2011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지 5년 만의 복귀였다. 오너의 책임경영 하에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실적 반등을 이뤄내겠다는 전략이었다.

구 회장이 가장 먼저 한 일은 브랜드부문 철수다. 구 회장은 2016년 4월 아웃도어 브랜드인 잭울프스킨 판매를 중단했다. 2008년 독일 본사와 국내 수입 판매권 계약을 체결한 지 8년 만이다. 같은 해 12월에는 운동화 브랜드인 스케쳐스 지분 100%를 미국 업체에 매각해 294억원을 확보했다. 중국 패션브랜드 시장 공략을 위해 설립한 베이징법인(LS Networks Trading Beijing)도 청산 작업에 돌입했다. 현재 본사에 남은 브랜드는 프로스펙스뿐이다.

유통부문은 상사업을 제외하고 대부분 정리했다. 먼저 2016년 5월 고급자전거 판매부문을 별도법인으로 분리했다. 매각, 청산 등 구조조정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서다. 2017년 1월에는 충청북도 청주시에 위치한 흥업백화점을 한웰에 매각해 122억원을 마련했다. 같은 해 4월에는 수입자동차 판매법인 지분 100% 중 52%를 유상감자해 190억원을 회수했다. 러시아 및 중앙아시아로부터 석탄, 비철금속 등 광물자재를 수입해오는 상사부문도 인력 구조조정 등을 통해 외형을 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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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네트웍스뿐 아니라 모회사인 E1도 구 회장의 칼날을 피할 수 없었다. 첫 구조조정 대상은 온산탱크터미널이었다. 2010년 설립된 온산탱크터미널은 울산시 온산항에 정박하는 선박에 석유류, 벌크 액체화학제품 등을 공급하는 업체다. 2013년 영업이익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그 규모가 3억원으로 미미했다. 반등 기미가 보이지 않자 E1은 2016년 9월 온산탱크터미널 지분 전량을 예스코에 팔았다. 해당 거래로 확보한 자금은 약 75억원이다.

2017년 7월에는 동방도시가스산업을 매각해 약 70억원을 확보했다. E1은 2008년 LPG 소매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동방도시가스산업을 인수했다. 하지만 2009년 이후 소형 LPG 저장탱크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면서 수익성이 저하됐다. 연 600억대였던 매출액은 400억원 아래로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줄곧 10억원 안팎에 머물렀다.

E1 관계자는 "LPG 도매업이 비교적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갖고 있는 편이라 연결실적 개선 여부는 자회사들에 달려 있다"며 "당분간은 신사업보단 본업 경쟁력을 회복하는 데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구 회장은 돌파구 마련을 위해 LPG 도매시장 확대에 집중할 방침이다. 그 일환으로 최근 E1은 선박용 연료사업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 그동안은 오염물질을 많이 배출하는 벙커씨유가 선박용 연료로 사용됐다. 2020년부터 국제해사기구(IMO)의 황산화물 함유량 규제가 강화됨에 따라 액화천연가스(LNG), LPG 등이 벙커씨유의 대체재로 떠오르고 있다.

E1 관계자는 "LNG의 경우 보관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LPG도 함께 주목받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제 막 검토 단계에 돌입한 거라 본격적인 사업 추진과 관련해선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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