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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규 DGB금융 회장 '산 넘어 산' 지배구조 검사 시작되자 임추위 빠져, 검찰 다방면 수사 부담 여전

김장환 기자공개 2018-02-22 16:14:13

이 기사는 2018년 02월 21일 18:0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박인규 DGB금융지주 회장이 이사회를 장악할 수 있는 칼자루와 임원 후보 추천권까지 내려놓으며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금융당국의 지배구조 검사를 앞두고 약점이 잡힐 만한 사안을 최대한 만들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보인다.

그러나 박 회장을 위협하고 있는 건 비단 지배구조 검사뿐만이 아니다. 거액 비자금을 조성해 사용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고, 또 금감원 고발로 시작된 채용비리 수사까지 그를 기다리고 있다. 박 회장 눈 앞에는 넘어야 할 고비가 그만큼 많은 상태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박 회장은 최근 DGB금융지주와 대구은행 이사회 의장에서 물러났다. 지배구조 내부규범을 개정하며 비롯된 일로 박 회장은 이에 따라 임원후보추천위원회 위원에서도 빠졌다.

박 회장이 이사회 의장직과 임추위원에서 물러난 건 금융당국이 최근 은행권 지배구조 검사를 시작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금감원은 신한·KB·하나·NH농협·JB·BNK·DGB·한국투자·메리츠금융지주 등 9개 금융지주사에 대한 지배구조 검사를 순차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지난달 20일부터 시작된 금감원 지배구조 검사는 내달 초중순 마무리될 것으로 전망된다.

금감원이 지배구조 검사를 시작한 건 은행권에서 승계 프로세스 등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최흥식 금감원장은 지난해 9월 부임 직후 이에 대한 날선 비판을 내놓기도 했다. 그는 지난해 12월 기자간담회에서 경영실태평가 결과, 대다수 금융지주사의 회장 후보군 구성에 경영진이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고 CEO 승계 프로그램도 형식적으로 운영되고 있었다고 언급했다. 현직 회장이 연임 예정이면 회추위에서 배제돼야 하지만 어느 곳도 이를 지키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금감원의 지배구조 검사는 이 같은 부분에 초점을 맞춰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근거로 다른 금융지주사들도 임추위에서 회장을 제회시키는 등 변화를 잇따라 보여주고 있었다. 하나금융지주와 KB금융지주가 최근 보인 행보가 대표적이다. 하나금융지주는 지난해 말 후임 회장 인선 절차가 개시되기 전 김정태 회장을 회추위에서 제외시켰고, KB금융지주도 윤종규 회장이 사추위와 회추위에서 올해 초 제외했다.

DGB금융지주가 이와 비슷한 변화를 모색한 것도 금감원 지배구조 검사에서 트집거리가 될 수도 있는 사안을 서둘러 없애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만약 지배구조 검사에서 이와 관련된 지적 사안이 나오면 사외이사들로까지 각종 제제가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박 회장이 경찰로부터 비자금 조성 혐의로 수사를 받는 등 최악의 국면에서도 그의 임기를 지켜주고 있는 건 현 DGB금융지주 사외이사들이다. 금감원이 지배구조 검사 결과를 토대로 사외이사들을 흔들면 박 회장에게 그만큼 불리한 환경이 조성될 수도 있다.

다만 박 회장이 금융당국과 공방에서 완전히 자유로워지기 위해서는 지배구조 검사 외에도 아직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평가다. 우선 금감원이 채용비리 검사 결과를 토대로 검찰에 고발한 대상자에 DGB금융지주 핵심 자회사 대구은행 역시 포함돼 있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금감원 고발로 시작된 검찰의 은행권 채용비리 수사 대상에는 국민·하나·대구·부산·광주은행 등이 올라 있다.

업계에서는 검찰의 채용비리 수사 조사 대상에 CEO까지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인사 절차의 최종 재가권을 쥐고 있는 건 결국 CEO일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혜 여부를 알고도 인사를 실시했느냐, 아니면 단순히 '도장'만 찍은 것이냐에 따라 그 결과도 달라질 수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채용비리 혐의로 특정 임직원들이 '유죄' 판결까지 받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은행은 공기업이 아닌 민간기업이란 점을 근거로 한다.

박 회장은 이외에도 비자금 조성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대구지방경찰청은 일명 수십억원대 상품권 깡 의혹으로 박 회장을 수사하고 기소의견으로 해당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대구지방검찰청은 이에 대한 수사를 진행 중이다. 박 회장은 이병삼 전 금감원 부원장 관련 채용비리 혐의 재판에서도 채용 청탁자 중 한명으로 이름을 올려두고 있는 상태다. 관련 재판들에서 유죄가 확정되면 2020년 3월까지로 잡혀 있는 그의 임기도 보장받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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