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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암호화폐 규제' 시각 달라졌나 거래 안정화 분위기 반영된 듯…거래소 인가제 등은 부정적 기조 유지

안경주 기자공개 2018-02-26 16:38:00

이 기사는 2018년 02월 23일 15:1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암호화폐(가상화폐) 거래 규제에 앞장섰던 금융당국의 시각이 바뀐 것일까. 최근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이 암호화폐와 관련해 정상적인 거래가 이뤄지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히면서 그 배경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그간 금융당국은 암호화폐 거래소와 암호화폐 시장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을 견지해 왔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전날(22일) 암호화폐 거래 규제 완화와 관련해 "정책당국의 스탠스(태도)가 변화한 것은 없다"며 "자금세탁방지 가이드라인을 충실히 지키면서 계좌서비스를 하겠다는 방침을 계속 유지한다는데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이는 최흥식 금감원장의 '암호화폐 정상 거래 지원' 발언으로 금융당국이 규제 완화 기조를 내비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자 이를 수습하기 위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앞서 최 원장은 지난 20일 출입기자 오찬간담회에서 "암호화폐가 금융상품이든 통화든 정상적인 거래가 이뤄지면 좋겠다"며 "우리(금감원)가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하나은행도 (실명확인 입출금계정 서비스)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하는데 당국의 눈치를 보지 말고 자율적으로 나서게끔 독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동안 금융당국은 암호화폐 투기 열풍이 식지 않자 거래를 규제하는 정책을 펼쳐왔다. 특히 암호화폐를 금융상품이나 통화 등 거래 수단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비록 최 위원장이 "당국의 정책 변화는 없다"고 일축하면서 해프닝으로 끝나는 모양새지만 업계 안팎에선 최 원장의 발언이 금융당국의 정책 변화 가능성을 암시하는 신호일 수 있다는 관측이다.

암호화폐업계 관계자는 "암호화폐 거래 실명제를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계좌서비스와 관련해 은행의 자율에 맡긴다고 했지만 최근 최 원장의 발언은 '독려'로 비춰진다"며 "그간 암호화폐 거래에 날을 세웠던 것과 대조된다"고 말했다. 암호화폐 거래 규제 정책에 미묘하지만 변화가 감지된다는 것이다.

복수의 금융당국 관계자들도 뚜렷한 정책 변화는 없지만 암호화폐 거래를 바라보는 시각에 변화가 있다는 점을 내비쳤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최 위원장과 최 원장 모두 예전과 비교해 암호화폐 거래가 안정화되고 있다고 보는 분위기"라며 "암호화폐 거래 실명제 도입 후 어느 정도 투기 광풍이 잠잠해 졌다는데 의미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암호화폐 거래 실명제와 자금세탁방지 의무 조치 등을 시행하면서 비정상 거래가 줄고 나름대로 거래 안정화가 되고 있다고 평가한 것이다. 금융당국은 지난달 암호화폐 거래 실명제를 도입하면서 암호화폐를 거래하려면 암호화폐 거래소가 '실명확인 입출금계정 서비스' 시스템을 구축한 은행과 계약을 맺도록 했다.

앞선 관계자는 "금융당국은 비정상적인 암호화폐 거래 안정화에 방점을 두고 암호화폐 거래 행위를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해 왔다"며 "현재 암호화폐 거래 실명제의 사각지대로 남아있는 중소형 암호화폐 거래소를 통한 거래도 안정화 시키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기획재정부가 추진하는 암호화폐 과세 방안과 보조를 맞추는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기재부는 국세청, 민간 전문가 등과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암호화폐 과세 방안을 검토 중이다.

금융권에선 암호화폐 거래 실명제 시행으로 기재부가 준비하고 있는 과세 방안이 탄력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암호화폐 거래 실명제로 실제 투자자의 거래내역을 파악할 수 있는 만큼 정부가 세금을 부과할 근거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선 암호화폐 거래 실명제가 정착해야 하는데 중소형 암호화폐 거래소는 아직 은행으로부터 신규 가상계좌를 발급받지 못한 상황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재 신규 가상계좌 발급이 막힌 중소형 암호화폐 거래소들이 많아 정부가 세금을 부과할 때 구멍이 생길 수 있다"며 "향후 형평성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는 점을 염두해 둔 포석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다만 금융당국은 암호화폐 거래소 인가제 도입 등 암호화폐 제도화에 대해선 여전히 부정적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정부가 암호화폐 거래를 인정한 것으로 비춰져 시장에 혼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 다른 관계자는 "올해 들어 암호화폐 거래가 안정화 됐지만 '거래소 인가제 도입' 등 제도화하는 방안에 대해선 반대하고 있다"며 "국제적으로도 암호화폐 규제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는 점도 금융당국이 기존의 정책기조를 유지하고자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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