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투표제 제안 '신의 한수' 될까 [기업은행-KT&G 경영권 갈등]사외이사 후보 4명 중 3명 선택, 최소 1명 자리 확보..현원 유지 땐 '무용지물'
박상희 기자공개 2018-03-07 08:09:58
이 기사는 2018년 03월 02일 10시46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IBK기업은행이 KT&G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집중투표제' 방식을 제안했다. KT&G 지분 보유 목적을 '단순 투자'에서 '경영 참여'로 변경한 기업은행이 최소 1명의 사외이사 자리를 확보하기 위해 집중투표제를 활용한 것으로 풀이된다.다만 기업은행의 최소 사외이사 확보는 사외이사 수를 현원(6명)에서 8명으로 증원한다는 안건이 통과돼야 가능하다. KT&G 이사회 측이 상정한 현원 유지 안건이 통과될 경우 집중투표제 방식이 아니라 보통 결의 방식으로 진행돼 기업은행의 사외이사 자리 확보가 힘들어질 수 있다.
KT&G 관계자는 2일 "집중투표제는 기업은행 측이 사외이사 후보 2명을 추천하면서 먼저 제안했다"면서 "이사회가 이걸 받아들여 사외이사 2명 증원이 가결될 경우 집중투표제 방식을 적용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집중투표제란 2명 이상의 이사를 선임할 때 주당 이사수와 동일한 수의 의결권을 부여하는 제도다. 의결권을 주당 1표씩만 부여할 경우 지분이 많은 대주주가 절대적으로 유리한 것을 개선하기 위해 도입됐다.
회사 측은 소수 주주들이 원하는 이사 선임을 막고 싶을 경우 정관에 집중투표제를 배제한다는 규정을 둔다. 기업은행은 KT&G 정관에 그러한 규정이 없는 점을 파고든 것으로 풀이된다.
KT&G의 사외이사는 현재 6명인데, 이 가운데 3월 주총에서 임기가 만료되는 이사는 1명이다. KT&G는 집중투표제가 2명 이상의 이사를 선임할 때만 적용 가능하다는 점을 감안해 사외이사 증원을 요구했다.
KT&G 이사회 측에서 경쟁 후보를 낼 경우에 대비해 증원 이사 수도 2명으로 했다. 기업은행에서 1명의 사외이사 증원만 요구했을 경우 임기가 만료되는 1명을 포함해 총 2명의 자리를 놓고 3명이 경쟁하게 된다. 최악의 경우 집중투표제를 적용하더라도 KT&G 이사회가 추천한 사외이사만 선임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2명의 사외이사 증원을 요구하면 3명의 자리를 두고 4명이 경합하게 된다. 최소한 기업은행이 추천한 사외이사 1명의 자리는 확보하는 셈이다. 결과적으로 2명의 후보를 냈지만 의결권을 한 이사에 집중하는 방식으로 최소 사외이사 1명 자리는 꿰차겠다는 게 기업은행의 전략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은행이 여러 경우의 수를 가정해 사외이사 2명 후보를 추천하고 집중투표제를 제안한 것 같다"면서 "최소 1명의 사외이사 자리를 확보하겠다는 전략으로 볼 때 단순히 '변죽만 울리겠다'는 심산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기업은행의 집중투표제는 KT&G 측의 사외이사 현원 유지 안건 '맞불'로 결과를 장담할 수 없게 됐다. KT&G 이사회는 기업은행의 사외이사 2명 증원 요구에 맞서 현원 유지 안건을 상정했다. 먼저 의결에 부쳐지는 현원 유지 안건이 가결될 경우 기업은행의 증원 요구와 집중투표제는 무용지물이 된다.
현원 유지 안건이 가결될 경우 사외이사 자리 하나를 두고 3명의 후보가 경쟁하는 구도가 된다. 절차도 집중투표제가 아닌 보통 결의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 경우 KT&G 이사회 측 후보는 1명인데 반해, 기업은행 측 후보는 2명이라 표 분산으로 기업은행의 사외이사 자리 확보가 힘들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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