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타이어, 이동걸 회장의 '원칙론' 반영될까 자구안 불발시 법정관리 외쳤지만 정치적 논리에 '부담'
김장환 기자공개 2018-03-05 08:35:57
이 기사는 2018년 03월 02일 13:3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의 오랜 신념인 '원칙론'이 과연 금호타이어 문제에서도 반영될 수 있을까.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금호타이어 법정관리 여부 결정을 한 달간 유예하면서 업계 시선은 이 회장에게 쏠리고 있다. 이 회장이 과거 보여준 성향을 토대로 보면 금호타이어를 법정관리로 이끄는 게 합리적일 수도 있다. 그러나 산업적 측면과 정치적 이슈들이 맞물려 있어 독자적으로 이 같은 결정을 내리기가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금호타이어 노동조합이 자구안 합의에 끝내 반발하며 강경 대응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약점'을 잘 알기 때문이란 해석도 있다.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에서 광주 민심과 직결될 수 있는 금호타이어 법정관리를 결정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생각을 갖고 채권단과 각을 세우는 것이란 관측이다. 산업은행과 이 회장 입장에서 어느 모로 보나 해결책을 제시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산업은행은 지난달 28일 오후 채권단 협의회를 열고 금호타이어 채무만기 연장 등 결정을 내달 말까지 한 달여간 유보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애초 산업은행은 노사가 자구안 이행약정서(MOU)를 제출하지 않으면 금호타이어를 법정관리에 준하는 프리패키지드플랜(P-Plan)에 돌입하는 등 초강수를 둘 수도 있다고 외쳐왔다. 산업은행은 그러나 노조가 해외매각 반대를 외치며 끝내 이를 거부했음에도 법정관리를 섣불리 선언하지는 못했다.
이 회장이 과거 보여준 성향을 토대로 보면 금호타이어의 법정관리는 사실 당연시 될수밖에 없는 상태다. 이 회장은 금융권과 관가에서 오래 전부터 '원칙주의자'로 이름을 떨쳤다. 노무현 정권 출범 당시 인수위원회 경제분과위원을 맡으며 '재벌개혁'을 외치기도 했다. 그는 훗날 "노무현 정권 재벌개혁은 실패했다"는 쓴소리를 내놓을 정도로 철두철미한 성격을 보여줬다.
이 회장은 2003년~2004년경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을 당시에는 국내 굴지의 보험사인 A사의 상장을 직접 막아선 인물로도 명성이 자자했다. 이 회장은 보험사는 보험가입자들이 주인인 뮤추얼 회사(Mutual Company)란 점을 들어 상장 계획안에 포함된 이익분배비율을 문제 삼고 나섰다. 주주 이익분배율이 과도하게 낮다는 지적을 펼쳤던 것이다. 윗선에서 "이제 그만하면 됐다"고 만류했을 정도이지만 이 회장은 A사 상장을 결국 막아섰다. A사는 이명박 정권 들어서야 상장에 성공했다.
이 회장의 이처럼 대쪽 같은 원칙주의만을 고려하면 금호타이어에 대한 채권단의 추가 자금 지원은 사실상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당장 매각이 불가능하다고 보면 금호타이어의 법정관리를 선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평가가 나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현재 국내외를 통틀어 금호타이어의 유일한 원매자로 올라 있는 건 중국 더블스타타이어다. 주식매매계약(SPA)까지 맺었다가 상표권 협상 난항과 미래 손실 등을 이유로 거래를 중단한 더블스타는 최근까지 산업은행과 물밑에서 접촉하며 인수 협상을 지속해왔다. 아울러 여전히 강한 금호타이어 인수 의지를 보이고 있다.
금호타이어 노조가 '해외 매각 반대'를 외치고 있는 것도 이를 막기 위한 목적이 강하다. 그 저변에는 "중국기업인 더블스타에 매각이 되면 어차피 향후 구조조정을 거쳐 인력 감축이 빠르게 이뤄질 것이고, 한국에서도 철수할 것"이란 생각이 담겨 있다. 산업은행이 당장 법정관리를 선택하든지, 아니면 더블스타가 후에 구조조정을 단행하든 결과는 마찬가지일 것이란 판단인 셈이다. 더블스타는 금호타이어 인수시 3년간 고용보장을 약속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그 뒷일을 알 수 없는 건 사실이다.
정작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금호타이어를 그대로 끌고 가려면 추가적인 자금 지원이 불가피하다. 법정관리에 돌입하지 않으려면 워크아웃을 선택해야 하고, 이 경우 채무 원금과 이자는 커녕 추가적인 회생 자금을 투입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금호타이어가 쥐고 있는 부실 우려 채무가 1조2000억원을 넘어서는 상황에서 추가적인 자금 지원은 쉬운 결정이 아니다. 혈세를 투입해야 한다는 얘기여서 이에 대한 국민 여론도 그리 우호적이지 않다.
문제는 '채권단의 논리'로 이 모든 걸 결정하기가 쉽지 않은 상태란 점이다. 일단 기업 구조조정 역할을 전담하겠다고 외치며 금호타이어 이슈에 적극 개입하고 있는 산업자원통상부는 '정치적 논리'에 치중하고 있다는 점이 부담이다. 이는 정부가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역 민심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목적이 담겨 있다는 해석도 있다.
그동안 국내 기업 구조조정은 금융위원회와 여타 채권단 주도로 이뤄져 왔다. 기업의 회생과 청산은 돈을 빌려준 채무자 입장이 가장 먼저 반영될 수밖에 없는 영역이다. 하지만 기업 구조조정에 대한 노하우와 '트랙레코드'가 없는 산업부가 지역 경제와 정치적 논리만을 가지고 이를 대응하고 있어 채권단과 의견 일치를 이루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금융권 관계자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어 정치권 논리가 반영되고 있기 때문에 금호타이어를 산업은행과 채권단 뜻대로 결정하기는 어려운 면이 사실 많다"며 "이 회장이 아무리 원칙주의자라고 하더라도 현 정권과 합을 이루는 정책금융 역할을 위해 오신 분인 만큼 금호타이어에 무턱대로 금융의 논리만을 적용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평했다. 그는 이어 "노조가 결국 받아들이느냐, 아니면 채권단이 굽히느냐 외에는 크게 뾰족한 수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산업은행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고 금호타이어의 채무를 유예한 배경 등을 설명하는 자리를 갖기로 했다. 산업은행이 금호타이어를 두고 한 달 후 과연 어떤 결정을 내릴지에 대한 설명 역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이 어떤 의중을 갖고 있는지도 이날 자리를 통해 어느 정도 가늠해볼 수 있을 것으로 점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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