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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기업의 종언 '이호진 체제 2.0' [오너십의 탄생]③2013년 이후 8개사 합병, 태광산업 지배력 응집·단순화

박창현 기자공개 2018-03-22 08:3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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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일에는 시작과 끝이 있다. 기업과 오너십도 마찬가지다. 지배구조 최정점에 서 있는 오너들도 처음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것은 아니다. 지배구조 재편의 풍파와 무게를 견디고 나서야 비로소 왕관을 쓸 수 있었다. 너무도 당연하게 여겼던 오너십의 형성 스토리와 핵심 변곡점들을 되짚어 본다.

이 기사는 2018년 03월 12일 07:2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5년간 앞만 보고 달려왔던 태광그룹의 지배구조 재편 작업이 막바지에 이르렀다. 일련의 재편 절차를 관통하는 키워드가 있다. 지배구조 단순화와 투명성 제고가 그것이다. 이를 위해 가족기업들을 하나로 합치고, 지주사격인 태광산업과는 연결고리를 만들어 나갔다. 몰론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의 오너십은 여전히 막강하다. 명분과 실리를 모두 잡았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태광그룹 지배구조는 2013년 변곡점을 맞는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오너 일가 소유 기업에 대한 규제 강화를 예고하면서 후폭풍이 몰아쳤다. 공정위는 그 해 대기업 계열사 간의 부당한 내부 거래를 막기 위해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총수 일가 지분이 30% 이상(비상장사는 20% 이상)인 계열사 가운데 내부거래 규모가 200억 원 이상이거나, 내부 매출 거래 비중이 12% 넘는 곳을 타깃으로 삼았다.

태광그룹 역시 규제 칼날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규제 대상에 포함돼있다고 해서 무조건 처벌을 받는 것은 아니다. 실제 사익 편취 행위와 불공정 거래가 발생했을 때만 문제가 된다. 하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감독 당국의 규제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는 것 자체로 부담이 컸다.

태광그룹은 규제 취지를 공감하고 대대적인 사업 재편 절차에 나섰다. 사실상 오너 일가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모든 계열사들이 재편 대상이 됐다. 첫 타깃으로 IT 계열사 '티시스'와 부동산 유지보수 계열사 '티알엠', 골프장 운영 계열사 '동림관광개발'이 선정됐다. 모두 오너 일가 지분율이 높고, 수직 계열 매출이 많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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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응 카드는 합병이었다. 가족회사 지배구조를 단순화시켜서 보다 효율적인 규제 대응 방안을 모색하겠다는 의중으로 풀이됐다. 합병 3사의 사명은 '티시스'로 정해졌다. 이후 통합 티시스는 사업 포트폴리오 재조정과 자회사 추가 합병 등을 통해 재편 밑그림을 그려나갔다.

먼저 2016년 식음료 사업 부문을 다른 계열사인 태광관광개발에 넘겼다. 핵심 역량에 집중하고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조치였다. 몸이 가벼워진 티시스는 지난해 다시 빅딜을 단행했다. 우선 100% 자회사였던 동림건설(건축업)과 에스티임(광고대행업)을 흡수합병했다. 또 추가적으로 인력 공급업체인 서한실업과도 합병 수순을 밟았다. 티시스 최대주주는 이 전 회장으로 5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다. 서한실업 최대주주 또한 이 전 회장(59.7%)이었기 때문에 합병 결과 지분율이 오히려 55.7%까지 늘었다.

올해 초 대대적인 지배구조 재편 작업의 마침표가 찍힌다. 또 다른 가족회사인 '한국도서보급'을 필두로 티시스, 데이터 방송채널 사업자 '쇼핑엔티'의 합병이 결정됐다. 티시스의 경우, 내부 일감이 많은 사업 부문은 별도법인으로 떼어 내고 투자 부문만 합병 대상이 됐다. 티시스 사업 부문은 무상 증여 방식 등을 통해 공정위 규제 해소에 나설 예정이다.

결과적으로 5년 여에 걸쳐 8개 기업이 '통합 한국도서보급'으로 새롭게 태어나게 됐다. 오너 일가의 지배 아래 흩어져있던 가족회사들이 단순화된 지배 체제를 구축하게 된 셈이다. 지배구조가 단순화된 만큼 각 사업 부문에 대한 보다 효율적인 관리가 가능할 것으로 관측된다. 아울러 지주사격이자 상장사인 태광산업과 확실한 지분 연결고리가 생기면서 그룹 차원의 관리 강도 역시 더 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태광산업 지분이 한데 모이면서 지배구조 측면에서도 효율성 제고가 기대되고 있다. 이 전 회장은 태광산업의 확고한 1대 주주로 15.8%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가족기업 합병으로 탄생한 통합 한국도서보급이 11.2%로 뒤를 잇고 있다. 이 전 회장은 통합 한국도서보급의 최대주주이기도 하다. 지분율이 51%를 넘는다. 대대적인 지배구조 재편에도 불구하고 1인 지배제체는 전혀 흔들림이 없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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