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엇갈린 독자신용등급의 의미 AA- 등급 수렴…외부 지원 가능성 빼면 AA급? A급?
피혜림 기자공개 2018-03-14 11:09:19
이 기사는 2018년 03월 12일 10:0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실적 고공행진을 벌이고 있는 SK하이닉스를 보는 신용평가 3사의 시각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3사 모두 AA- 동일한 신용등급에 '긍정적' 전망을 달아 노치(Notch) 상향 가능성을 높였다. 지금과 같은 재무실적 추세를 유지한다면 짧게는 6개월, 길어도 1년 안에는 AA0로의 안착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업종 특유의 높은 실적 가변성보다는 성장성에 초점을 맞추는 모양새다.하지만 표면적으로 드러난 신용등급의 이면을 들여다 보면 신용평가사 별로 미묘한 차이가 난다. 최종신용등급에서 외부 지원 가능성을 배제한 자체신용도(독자신용등급, Stand Alone)는 평가사 별로 엇갈렸다. 한국기업평가와 한국신용평가는 SK하이닉스의 자체신용도를 최종신용등급과 동일한 AA-로 매겼다. 반면 NICE신용평가는 A+로 평정했다. AA-와 A+는 신용등급 체계상의 분류그룹 자체가 다른 것으로 단순히 한 노치 이상의 의미가 따른다.
동일한 최종신용등급에도 자체신용도의 차이가 났다는 것은 계열을 포함한 외부 지원 가능성에 대한 판단이 달랐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실적 이면의 반도체 업황에 대한 전망과 SK그룹 내에서의 계열 지위 등에 대한 평사사별 시각이 자체신용도와 외부지원가능성에 따른 조정(Notching) 수준을 가른 것으로 해석된다.
◇사상 최대 실적…자체신용도, 'A급 vs AA급' 격차
자체신용도는 모회사의 유사시 지원 가능성을 배제하고 해당 계열사의 펀더멘탈만을 기초로 부여한 신용등급이다. 올해부터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회사채 평가 때마다 해당 기업의 자체신용도를 공시해야 한다.
한국기업평가와 한국신용평가는 계열 지원 가능성을 배제한 SK하이닉스의 자체 사업성과 재무지표 등이 AA-등급을 받기에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글로벌 메모리반도체시장의 과점 구도와 IT기기 고사양화로 수급 환경이 뒷받침되자 SK하이닉스는 실적 호조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전체 순이익은 총 10조5000억원을 뛰어넘어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2016년 2000억원 가량이었던 순차입금이 작년들어 순현금으로 전환되는 등 재무구조 개선도 이어졌다.
반면 NICE신용평가는 자체신용만으로는 AA급을 부여하기에 무리라는 판단을 내렸다. 실적은 우수하지만 반도체 산업의 높은 업황 가변성을 이유로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실제로 SK하이닉스의 재무지표만으로 따지면 NICE신평이 제시한 신용등급 상향 트리거(AA0)를 충족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SK하이닉스는 연결기준 EBITDA/CAPEX 지수 1.8배, 순차입금의존도 -4.9%를 달성했다. 모두 최종신용등급 기준 AA0로의 상향 전제 조건을 채운 훌륭한 성적표였다.
하지만 결국 NICE신평은 자체신용도를 A+로 남겨뒀다. 과거 실적 부침 사례를 볼 때 언제든 재무지표의 저하 가능성이 있어, 성장 지속에 대한 확신을 내리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NICE신용평가 관계자는 "치킨게임이 많던 산업이라 보수적으로 접근했다"며 "실적이 좋아진 게 1년 반에 불과해 이같은 성장성과 수익성이 지속될 수 있을지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2008년 하이닉스는 메모리반도체 업체들의 치킨게임으로 신용등급이 BBB급까지 떨어졌다. 당시 하이닉스를 비롯해 삼성전자, 일본 엔피다 등 D램 메모리반도체 업체들은 급등하는 실적에 힘입어 설비투자를 늘렸다. 과잉공급이 이어지자 반도체 가격은 급락했다. 메모리반도체 업체들은 파산과 적자를 면치 못했다. 하이닉스 또한 순손실을 기록하다 2012년 SK에 인수됐다.
최종신용등급 평가에서도 업황에 대한 고민이 남아있다. NICE신용평가는 최종신용등급 평가요소인 기타고려요인에 이를 포함했다. 지난해 0으로 기록됐던 해당 요인은 이번 본평가에서 마이너스로 떨어졌다. 계열 지원가능성으로 최종신용등급을 상향 조정했지만 산업에 대한 보수적 관점은 최종등급 평가에서도 견지하겠다는 것이다.
NICE신용평가 관계자는 "최종신용등급은 AA-급 수준이지만 메모리반도체 업체의 실적 가변성 등을 지켜보기 위해 기타고려요인을 마이너스로 빼놨다"며 "기타고려요인에는 이밖에도 다양한 요소들이 반영돼 있다"고 말했다.
◇'롤러코스터' 메모리반도체 산업…AA0 상향 '신중'
자체신용도 차이에도 SK하이닉스의 최종 신용등급은 AA-로 수렴했다. 최종신용등급은 자체신용등급에 외부 지원가능성과 기타고려요인을 반영해 산정한다.
'SK'라는 배경이 크게 작용했다. NICE신용평가를 포함한 3사 모두 SK의 지원가능성에 후한 점수를 줬다. 특히 NICE신용평가는 주력부문에서 최상위 시장지위를 지닌 SK계열의 지원 여력과 SK텔레콤의 자회사라는 지배구조 등을 고려해 최종 신용등급을 1 노치(notch) 상향 조정했다. 이에 따라 최종신용도는 자체신용등급 A+에서 한 단계 높아진 AA-등급이 됐다.
한국기업평가와 한국신용평가 역시 SK계열의 지원 가능성에 공감했다. 다만 자신들이 평가한 SK하이닉스의 자체신용도가 AA-로 상대적으로 높아, 계열과의 격차 또한 크지 않다는 점을 주목했다. 외부 지원 가능성은 높지만 자체신용도에서 노치를 끌어올릴 정도는 아니라는 판단을 내렸다. 기저에는 SK계열 내의 위상은 공감하지만, 계열 간의 사업 연관성 등을 고려한 지위는 아직 의문이라는 시각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종신용등급은 자체신용등급과 동일한 AA-로 결정됐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메모리반도체 산업의 변동성을 우려하는 시각 역시 큰 이견은 없다. 풍부한 수급상황과 재무지표 개선에도 업황에 대한 우려가 여전히 남아있는 모양새다.
한국기업평가는 실적 추이를 지속적으로 살펴보겠다는 입장이다. 한국기업평가 관계자는 "반도체 산업은 예측이 어렵고 변동성이 큰 산업이라 짚어야 할 부분들이 많다"며 "AA0는 기업체 신용도로 보면 굉장히 높은 등급이기에 조심스럽게 결정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추후 신용도 상향에는 업황의 변동성을 감안해 신중하게 다가가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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