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일약품, 정관변경으로 적대적 M&A '원천 봉쇄' [황금낙하산 펴는 바이오]임원 강제 퇴직시 거액 보상…대주주 지분 30% 넘지만 이중 안전장치
이윤재 기자공개 2018-03-23 08:12:30
[편집자주]
바이오 벤처 기업의 거버넌스가 화두로 떠올랐다. 바이오벤처는 단기 실적은 없고 연구개발비를 외부에서 조달하다보니 오너 지분율은 희석될 수밖에 없다. 연구 실적이 가시화되는 시점에 적대적 M&A에 노출될 가능성도 높다. 바이오벤처들은 주총에서 퇴직보상금이나 정관 변경을 통해 방어책 마련에 나섰다. 반대로 M&A 노출을 통해 자금 조달을 원활하게 하려는 시도도 엿보인다. 변곡점에 들어선 바이오 벤처들의 거버넌스 이슈를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18년 03월 14일 15: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중견 제약사 화일약품이 적대적 인수합병(M&A)을 막는 황금낙하산 규정을 신설한다. 한때 모회사인 크리스탈지노믹스가 지분을 매각하려 한다는 이야기까지 불거지며 지배구조가 취약했던 곳이다. 화일약품은 크리스탈지노믹스와의 협력 시너지 가시화로 기업가치 증대를 확신하고 관련 조항을 삽입한다.현재 크리스탈지노믹스와 공동 대표이사를 맡은 2대주주 지분율 합계는 30%가 넘는다. 지분율만 놓고 봐도 적대적 M&A 리스크는 크지 않다. 사실상 황금낙하산 제도까지 도입하면서 화일약품에 대한 적대적 M&A 가능성은 완전히 봉쇄된다.
◇ 크리스탈로 최대주주 변경…시너지 부족 매각설 불거져
화일약품은 1974년 원료의약품 도매회사로 출발했다. 1981년부터 현재 상호로 변경한 뒤 원료의약품 합성공장을 준공하며 본격적인 제약업에 뛰어들었다. 지난 2002년 코스닥에 입성까지 성공했다. 연간 매출액은 1000억 원대, 영업이익은 50억 원대를 내는 견실한 중견 제약사였다.
화일약품 지배구조가 바뀐 건 지난 2013년이다. 신약개발업체인 크리스탈지노믹스가 화일약품 대주주 지분을 468억 원에 사들였다. 크리스탈지노믹스가 지분 21.66%, 박필준 대표가 11.1%를 보유하는 형태로 바뀌었다. 당시 크리스탈지노믹스는 매출액 37억 원, 영업손실 72억 원을 기록하는 적자회사인 반면 화일약품은 매출액 918억 원, 영업이익 76억 원을 거두는 알짜 회사였다. 생산설비가 없는 신약개발 업체와 신약 개발 능력이 없는 제약사와의 만남으로 주목받았다.
크리스탈지노믹스는 인수자금 중 250억 원을 기관투자자를 상대로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발행해 조달했다. 동시에 매도주체인 화일약품 대주주들을 상대로 총 140억 원 규모 BW와 전환사채(CB)를 발행했다. 나머지 48억 원은 크리스탈 보유 자금으로 메웠다. 화일약품 대주주들이 매각 대금을 다시 재투자하는 구조였다.
하지만 화일약품은 크리스탈지노믹스 인수 이후 매각설이 불거졌다. 최대주주인 크리스탈측이 원매자들의 인수제안을 받고 보유중인 지분 가격을 알아봤다는 내용이다. 이에 대해 크리스탈은 "화일약품 인수당시 기대했던 시너지 효과가 곧바로 나타나지 않은 상황에서 1~2군데 관심을 표했던 곳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며 "본격적인 시너지가 기대되고 있는 시점에서 지분을 매각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매각설을 일축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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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약 승인시 기업가치 증대...선제적으로 적대적 M&A 시도 차단
화일약품은 올해 주주총회에서 정관 변경을 추진한다. 적대적 M&A에 따른 퇴직보상금 지급 규정을 신설키로 했다. 대표이사나 이사가 임기만료 이전에 적대적 M&A로 인해 해임되거나 강제퇴직될 경우 회사가 거액의 퇴직보상금을 지급하도록 했다. 대표이사에 200억 원, 그 밖의 이사에는 100억 원을 퇴직 후 7일 이내 지급해야 한다.
현재 화일약품 이사진은 조중명 크리스탈지노믹스 회장과 박필준 사장이 공동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나머지 등기이사는 안상천 최고재무책임자(부사장)와 사외이사 3인이다. 해당 규정을 적용하면 화일약품에 대한 적대적 M&A를 시도시 총 800억 원이 추가로 필요한 셈이다.
황금낙하산 규정을 배제하더라도 화일약품에 적대적 M&A 시도는 어렵다. 크리스탈과 박 사장 지분율을 합치면 32.76%에 달한다. 적대적 M&A 먹잇감으로 노출되기에는 어려운 구조다.
화일약품이 같은 상황에서도 황금낙하산 규정까지 도입한 건 기업가치 증대를 확신하는 자신감이다. 화일약품과 크리스탈지노믹스는 공동으로 신약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췌장암, 슈퍼박테리아, 골수형성이상증후군 등 항암제 3종은 임상 2상 중이다. 신약들이 판매 승인까지 도달하면 화일약품은 해당 제품의 생산을 맡게 된다. 연간 1000억 원 안팎을 오르내리는 화일약품의 실적이 확대될 여지가 마련되는 셈이다.
화일약품 관계자는 "크리스탈지노믹스와 신약개발관련 공동연구를 진행하는 등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며 "크리스탈지노믹스는 화일약품으로부터 원활한 신약원료 공급 및 연구개발을 위해 안정적인 경영권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신약 승인시 기업가치가 급등할 것으로 판단해 선제적으로 황금낙하산 규정을 도입하게 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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