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규제-주가' 삼박자 맞았다 [현대차 지배구조 개편]흡수합병 대신 분할합병·순환출자 해소 초점·주가 타이밍 최적 조합
김현동 기자공개 2018-04-03 08:13:15
이 기사는 2018년 04월 02일 11:2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방안이 시대 흐름은 물론이고 시기 면에서 절묘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대주주 입장에서는 지배구조 개편 비용을 상대적으로 아꼈다는 평가도 가능해 보인다.현대차그룹이 지난 3월28일 발표한 '출자구조 개편' 방안은 '현대모비스-현대자동차-기아자동차' 3사간 분할합병 후 지주회사 전환이라는 시장의 예상을 깼다.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 간의 삼각분할 합병 방안은 순환출자 해소와 지배구조 단순화를 위한 방안이었다. 지주회사 전환에 따른 세제 혜택도 누릴 수 있는 방안이다.
그렇지만 현대차그룹은 복잡하고 세금이 발생하는 지배구조 개편안을 선택했다. 3사 분할 대신 현대모비스 일부 사업부문을 떼어내서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고, 합병회사의 지분을 처분하고 존속회사 지분을 되사는 번거로운 절차를 택했다.
이는 과거 일련의 흡수합병을 통해 이재용 부회장 중심의 지배구조를 만들어왔던 삼성그룹과 대비된다. 삼성그룹은 2014년 삼성SDI-제일모직 흡수합병에 이어 2015년 제일모직-삼성물산 흡수합병으로 삼성물산 중심의 수직 계열화를 완성했다. 이를 통해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의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현대차그룹은 계열사를 없애면서 하나로 합하는 흡수합병 대신 분할합병과 함께 지배회사 지분을 직접 취득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눈에 띄는 것은 현대모비스만 인적분할을 택해 분할과정에서의 세금 이슈는 최소화했다. 대신 지분거래에 따르는 양도소득세는 정면돌파를 선택했다. 더구나 분할합병 후 지배회사 지분을 다시금 취득할 시점이 불분명해 취득비용과 관련한 불확실성도 그대로 노출시켰다.
회계법인 관계자는 "현대차를 제외한 대부분의 그룹이 지주회사 구조로 지배구조를 개편했다"면서 "현대차그룹은 분할에 따르는 적격분할 요건은 차치하더라도 계열사간 지분양도에 따른 양도세 문제를 그대로 노출시켰다는 점에서 순환출자 해소에 역점을 뒀다고 볼 수 있다"고 전했다.
대규모 기업집단의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불거지곤 했던 상속세 회피 등의 세금 문제를 피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정몽구·정의선 부자가 향후 존속 현대모비스 지분을 사기 위해 통합 글로비스 지분을 매각할 경우 약 1조원에 이르는 양도소득세를 내야 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세금이라는 공익적 측면만이 아니다. 순환출자 해소라는 정부 당국의 규제에 호응했다는 점에서도 평가할 만 하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해 취임 이후 현대차그룹의 순환출자 개선 노력을 지속적으로 요구했다. 내정자 신분으로 "순환출자가 총수 일가 지배권 유지의 핵심적 역할을 하는 곳은 현대차그룹이 유일하다"고 지적했고, 취임 이후에는 "현대차그룹에 순환출자 해소를 서둘러야 한다고 이야기했다"고도 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삼성SDI에 삼성물산 400만주 매각 결정을 내리면서 순환출자 문제에 대해 칼을 꺼내 들었다. 지난해 연말까지 '자발적 개혁'의 데드라인을 제시한 이후 직접적인 압박에 나선 것이었다. 올해 들어서는 3월 주주총회 전까지로 지배구조 개선의 2차 데드라인을 밝혔다.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방안의 핵심은 순환출자 해소였고, 공정거래위원회의 2차 데드라인에 맞춰 전격적으로 나왔다. 정부 당국의 규제에 적극적으로 화답했다고 보기에 충분하다.
지배구조 개선 시기 면에서도 시의적절했다.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의 주가는 최근 들어 바닥을 헤매고 있었다. 현대모비스 주가는 2011년 41만원대까지 올랐지만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2017년 실적은 10년래 최악의 수준이라는 평가까지 나왔다. 그러다 보니 주가는 고점 대비 반토막이 난 상황이었다. 현대글로비스 주가도 마찬가지다. 2014년 33만7000원까지 올랐던 현대글로비스 주가는 일감 몰아주기 규제와 맞물려 올해 들어 13만원까지 추락했다.
지배구조 개편을 위해 관련 기업 지분을 취득해야 하는 상황에서 주가 하락은 취득비용을 아낄 수 있는 요인이다. 물론 현대모비스를 분할해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고, 이후 합병 주식을 매각해 기존 주식을 취득해야 하기 때문에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 주가 향방에 따라서 계산이 달라질 수는 있다. 그럼에도 과거와 비교했을 때 절대 주가 수준이 낮기 때문에 지분을 취득해야 하는 최대주주 입장에서 유리하다. 지배구조 개편을 위해 주식을 취득해야 하는 대주주에게는 지배구조 비용을 절감한 방안이라는 평가도 가능하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은 언젠가는 해야만 하는 일이었고, 주가 수준이 낮기 때문에 오너 일가에게 유리한 시점을 골랐다고 볼 수 있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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