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감 족쇄' 풀린 글로비스, 내부거래 더 늘리나 [현대차 지배구조 개편]공정위 규제 해소…합병 뒤 내부일감 비중 84%로 확대
고설봉 기자공개 2018-03-30 08:12:23
이 기사는 2018년 03월 29일 15시53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글로비스가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 중심으로 그룹 지배구조의 새 판이 짜이는 과정에서 합병으로 덩치를 불리고, 오너일가 직접 지분을 덜어내면서 그룹 내 일감을 더 자유롭게 수주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현대글로비스는 현대모비스의 모듈과 AS부품 사업을 분리해 흡수합병 한다고 지난 28일 공시했다. 기존 물류·해운·유통에 국한됐던 사업영역을 자동차부품 제조까지 넓혔다. 이미 생산기반이 탄탄하고 납품처가 뚜렷한 상황에서 이뤄진 사업 다각화로 해석된다.
현대글로비스는 기존 정 회장 및 정 부회장의 직접 보유 지분을 낮추며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피해왔다. 그러나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다. 정 회장 부자의 직접 지분을 제거하고 기아차의 자회사로 편입되면서 자연스럽게 이슈를 해소하며 그동안 가장 부담스러웠던 일감 몰아주기 규제로부터 한번에 벗어난다.
더불어 현대모비스의 모듈 및 AS부품 사업부문을 가져오면서 단순 물류회사에서 종합자동차부품 생산 및 판매로 사업영역을 다각화할 수 있다. 현대모비스의 핵심 사업부문을 가져오면서 현대차그룹 각 계열사들과의 내부거래 규모도 더 늘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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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글로비스는 현대차그룹 내에서 내부거래 비중이 가장 높은 계열사 중 한 곳이다. 완성차 국내 탁송 및 해외 수출을 중심으로 하는 물류업이 주업이기 때문에 수주하는 일감 100% 현대·기아차 물량이다. 또 현대차그룹 계열사에서 생산한 자동차부품을 전세계 현대·기아차 공장에 납품하는 것을 주업으로 한다.
이에 따라 현대글로비스는 꾸준히 내부거래 매출이 높을 수 밖에 없었다. 기타수익거래를 제외한 순수 현대차그룹 계열사 매출은 2011년 전체 매출의 87.22%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 비율은 공정위의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이 되면서 매년 조금씩 줄었다. 2013년 75.28%, 2015년에는 69.49%로 조정된 뒤 지난해에는 70.74%를 기록했다.
문제는 내부거래를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서 공정위의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에 꾸준히 놓여왔다는 점이다. 2015년 공정위는 현대글로비스에 대해 내부거래 매출을 줄이거나 오너일가의 보유 지분율을 30% 아래로 낮추라고 권고했다.
현대글로비스는 현대차그룹 계열사들과의 내부거래를 줄이지 않았다. 대신 정 부회장의 지분을 대거 매각했다. 이에 따라 정 부회장 및 정 회장, 특수관계자 보유 지분율을 29.99%로 낮췄다.
지난해 기준 정 회장과 정 부회장의 보유 주식수는 각각 251만 7701주와 873만 2290주이다. 합계 1124만 9991주이다. 현대글로비스의 발행 주식수는 총 3750만 주이다. 이중 30%에 해당하는 주식수는 총 1125만 주이다. 주식 단 9주가 미달해 현대글로비스는 규제대상에서 제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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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번 합병으로 현대글로비스는 일감몰아주기 이슈를 말끔하게 해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오너일가가 보유한 지분 전부가 사라지고, 기아차의 자회사로 편입되기 때문이다.
합병 뒤에는 오히려 현대차그룹과의 내부거래를 더 확대할 수 있게 됐다. 합병 뒤 현대글로비스는 연결 매출 30조3700억원 규모로 덩치가 불어난다. 지난해 기준 현대글로비스와 현대모비스의 모듈 및 AS부품 부문의 매출을 단순 합산한 결과다.
같은 기간 현대글로비스의 내부거래 매출은 11조3500억원이고, 현대모비스 모듈 및 AS부품 부문 매출은 25조3617억원이다. 지난해 실적을 기반으로 계산한 합병 뒤 현대글로비스의 내부거래 매출은 총 36조7117억원으로 불어난다. 이에 따라 내부거래는 전체 매출의 83.51%로 늘어날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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