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5억+α' 일감몰아주기 과세 피한 묘수 [현대차 지배구조 개편]정의선 부회장, 글로비스 지분 정리 '일석이조' 효과
박창현 기자공개 2018-03-30 08:12:36
이 기사는 2018년 03월 29일 14:4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부회장이 전격적으로 지배구조 개선에 나선 배경에 세금 문제가 연관돼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정 부회장은 내부 일감이 많은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탓에 수백억원 대 일감몰아주기 과세 상황에 직면해 있다.각종 과세 기준이 강화되면서 정 부회장은 올해 110억원이 넘는 세금 부담을 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추가 규제가 이어질 것이라는 점도 부담이다. 하지만 정 부회장이 지배구조 개선 계획에 따라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모두 팔면, 세금 부담에서도 자유로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지배구조 개선 계획을 내놨다. 핵심은 순환출자 해소다. 이 거래의 중심에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이 있다. 두 부자는 보유하고 있는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팔아 자금을 확보한 후, 그 돈으로 계열사들로부터 현대모비스 지분을 사서 순환출자 고리를 직접 끊을 계획이다.
정 부회장 입장에서는 지배구조 최정점에 서 있는 현대모비스 지분을 확보하는 동시에 세금 이슈가 있는 현대글로비스를 정리하는 일석이조 효과를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글로비스는 정 부회장의 핵심 자산이다. 지분 23.29%를 보유하면서 최대주주 자리를 꿰차고 있다. 지분 시장 가격만 1조 6000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올해 일감몰아주기 과세 대상에 포함되면서 고민거리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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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일감몰아주기 증여의제 과세는 국내 계열사와 내부거래 비중이 연 매출의 30%를 넘는 수혜법인의 지배주주나 친인척 가운데 3% 이상 지분을 보유한 이들에게 증여세를 부과하는 제도다.
최근 규제 강화가 이뤄지면 계열사 내부거래 초과 기준이 30%에서 5%로 크게 낮아졌다. 이 강화 조건 하나가 현대글로비스와 정 부회장에게 미치는 파장은 엄청났다. 현대글로비스는 작년 말 기준으로 전체 매출에서 국내 계열사 일감이 차지하는 비중이 20.3%다. 과거에는 과세 대상 자체가 아니었지만 올해부터 꼼짝없이 납세 의무를 질 가능성이 높다.
세금 계산 방법은 간단하다. 먼저 적용 대상 계열사의 세후이익에 특수관계법인과의 거래 비율, 주식 보유 비율 등을 적용해 전체 증여의제이익을 산출한다. 이후 과세 이익 규모와 증여 세율 구간을 따져 최종납부 세액을 결정한다.
올해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증세법)이 개정되면서 정 부회장은 더 많은 세금을 납부해야하는 상황에 처해있다. 작년까지만 해도 내부거래 비율에서만 15%가 공제됐다. 주식보유 비율도 3% 공제가 있었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공제 비율이 각각 5%, 0%로 바뀌었다. 공제 혜택이 사라진 만큼 세금 납부 대상 금액은 커질 수 밖에 없다.
작년말 기준으로 현대글로비스의 세후이익(당기순이익)은 6349억원이며, 국내 계열사 내부거래 비율은 20.39%다. 정 부회장 지분율은 23.29%다.
과거 기준에 따르면 20.39%에서 15%를 뺀 '5.39%', 23.29%에서 3%를 뺀 '20.29%'를 세후이익에 적용해 증여의제이익을 산출했다. 과거 기준 적용시 증여의제이익은 69억원이 나온다. 하지만 현행 기준대로 하면 증여의제이익이 227억원으로 크게 올라간다. 공제값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증여의제이익 30억원 초과시 증여세율은 50%다. 여기에 증여세를 자진 신고하면 7%를 깎아준다. 이를 감안해 최종 증여세를 계산할 경우, 과거 기준시 정 부회장은 32억원의 세금만 내면 된다. 반면 현행 기준을 적용하면 105억원이 넘는 증여세를 내야 한다. 과세 강화에 따른 경제적 부담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향후 일감몰아주기 증여 과세 기준이 더 강화된다는 점도 부담이다. 상증세법이 개정되면서 올해부터는 일감몰아주기 과세 대상에 교차-삼각 거래를 통한 매출까지 포함된다. 물류기업인 현대글로비스는 3자 물류 등 연관 거래가 많다는 점에서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신고세액 공제율도 현행 7%에서 내년 5%, 2019년부터는 3%로 인하된다. 정 부회장 입장에서는 추가 과세 요인들만 선적해 있는 셈이다.
정 부회장이 올해 현대글로비스에서 받게 될 배당금은 약 262억원으로 추산된다. 배당금의 절반 가량을 세금으로 납부해야 하는 실정이다. 하지만 향후 지배구조 재편 절차가 완료되면 정 부회장은 일감몰아주기 과세 부담에서 완전히 자유로워질 수 있다.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모두 처분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회계법인 관계자는 "공정위 일감 규제와 별개로 오너 개인들은 증여세법 상 일감몰아주기 세금이 가장 큰 고민거리"라며 "현대차 오너 일가도 이 부분을 충분히 고려해 지배구조 개선안을 짰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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