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8년 04월 06일 08:2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IBK투자증권은 2년 전 금융권 최초로 저성과자에 대한 일반 해고 취업규칙을 도입했다. 정규직 직원 중 목표치에 실적이 못미치는 직원들을 대기발령시킨 뒤 해고할 수 있다는 것이 골자였다. 이는 박근혜 정부가 추진했던 성과연봉제의 일환이었다. IBK투자증권은 저성과자의 실적을 높이기 위해 별도의 성과향상 프로그램도 마련했다.표면적으로는 노동조합과의 '합의' 형태를 취했으나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당시 투표 안건 여러가지가 상정되면서 취업규칙에 대해 논의를 제대로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일부는 노동조합을 탈퇴했고, 회사를 떠난 직원들도 있었다. 합의를 이끌었던 전임 위원장이 현업에 복귀하면서 직원들 또한 편이 갈렸다.
그로부터 2년 뒤 IBK투자증권은 모행 출신인 김영규 사장을 신임 수장으로 맞았다. 김 사장이 오자마자 내린 조치는 취업규칙을 손질하는 것이었다. 교육의 중요성은 공감하지만, 취업규칙이 직원들의 고용 불안감을 고조시킨다는 얘기였다. 이에 따라 IBK투자증권의 시도는 효과를 확인해보지도 못하고 사라지게 됐다. 정부가 바뀌고, 사회가 달라졌으니 어찌보면 예견된 수순이었다.
IBK투자증권은 새로운 조직 문화를 이식하기 위해 컨설팅을 발주했고, 최근 결과를 받았다. 이를 바탕으로 조만간 성과배분안도 나올 예정이다. 그간 김 사장이 밝힌 바를 볼 때 개인보다 조직을 강조하는 정책이 펼쳐질 확률이 높다. 조직 개편도 이와 방향을 같이할 전망이다.
직원들이 새로운 변화를 반길 줄 알았는데, 분위기는 그렇지 않다. 오히려 유능했던 인력들이 떠날 채비를 하고 있다는 얘기가 자주 들린다. 특히 IB 및 CM 등 성과급을 많이 받는 본부일수록 동요가 크다. 일부는 기업은행이 컨설팅을 한 것에 불만을 가지며 '증권의 은행화'를 걱정한다. 2년 전에는 지나친 성과지향 문화, 지금은 지나친 평등지향 문화에 불만을 갖는 셈이다.
이 세상에 무조건 옳고 그른 정책은 없다. 중요한 건 정책을 도입하는 과정에서 충분한 의견수렴과 속도조절을 거치느냐다. 설령 잘못된 정책을 되돌려야 할 때에도 그렇다. 현재 IBK투자증권의 모습을 보면 이 과정이 아쉽기만 하다. 조만간 발표되는 '김영규표 혁신'이 직원들의 우려를 잠재우고 새 문화를 이식시킬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마치 거위털을 뽑는 것 처럼 고통없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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