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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창규 KT 회장 '사안 다르다' 버틴다지만… 정치자금 후원 직접 지시없고 규모 크지않아…보이지 않는 압박에 황 회장 의지가 관건

김성미 기자공개 2018-04-20 08:23:09

이 기사는 2018년 04월 19일 16:0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황창규 KT 회장(사진)의 거취가 관심거리로 떠올랐다. 민영화된 지 16년, 정부 지분은 하나도 없지만 KT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회장이 바뀌었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임기를 마치지 못하고 물러나자 다음 차례는 KT란 말이 공공연히 회자되고 있다.

KT는 사안의 성격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황창규 회장도 자진 퇴진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번엔 달라질까. 정부의 보이지 않는 압박과 황 회장의 의지가 관건이다.

[사진3]황창규회장_신년결의식

◇KT 정치자금 후원, 포스코와 다르나

황창규 회장은 회사 임원들이 국회의원들을 불법 후원하는 데 관여한 혐의로 17일 경찰에서 20시간 넘게 조사를 받았다. 경찰은 KT 임원들이 자회사를 거쳐 법인카드로 구매한 상품권을 현금화해 국회의원들에게 쪼개기 방식으로 정치자금을 낸 정황을 포착했다. 지난 1월 KT 본사와 자회사 등을 압수수색하고 관련자들을 조사했다.

정치자금법상 법인이나 단체는 관련 돈으로 정치자금을 제공할 수 없다. 경찰은 KT가 자금 출처를 감추기 위해 여러 임원의 명의로 후원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경찰은 KT가 주주로 있는 인터넷 전문은행 케이뱅크의 입법 사안을 다룬 정무위원회, 통신 관련 예산·입법 등을 담당하는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등의 소속 의원에게 기부금이 흘러갔을 것으로 내다봤다. 황 회장은 이 같은 경찰의 혐의를 대체로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자금으로 거론되는 금액은 4억3000만원 규모다. 언뜻 보면 큰 금액이지만 받은 국회의원 수가 총 90명이다. 인당 400만~500만원 수준이며 해당 자금이 흘러간 기간도 3~4년가량이다. KT는 회장의 지시가 아니라 임원들이 자체적으로 잘못된 관행을 이어간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포스코는 건설 부문에서 전·현직 경영진 7명이 시민단체로부터 횡령 및 배임 혐의로 고발된 상태다. 국세청 세무조사설까지 나왔고 이명박 대통령 재임 시절 자원 외교 과정에서 회사에 손실을 끼친 혐의 등을 묻고 있다. KT는 사법 당국이 포스코에 대해 지적하고 있는 혐의와 KT의 사례가 경중이 다르다고 보고 있다.

◇황창규 회장 강한 의지 보인다는데…

재계에선 죄의 경중 문제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KT나 포스코 등에 대한 정부 입김은 '보이진 않지만 없다'고 말하기 힘들다.

황창규 회장은 현재까진 물러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황 회장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CEO가 불명예 퇴진하는 흑역사를 끊겠다는 명분을 앞세우고 있다. 한 고위 임원은 "황 회장이 조사를 받고 나온 후에도 의지는 변함이 없다"고 전했다.

하지만 포스코 사례나 금융권 움직임을 보면 '압박이 없다'고 볼 수 없다. 포스코의 경우 권오준 회장은 실정법 위반으로 사법 처리를 받는 상황까진 이어지지 않았다. 권오준 회장도 "그런 일은 없었다"고 말하며 외부 압력설에 대해 부인했다. 공식적으로 정부 압박에 따라 퇴진하는 것이 아니라 자진 사퇴하는 것이다.

금융권에선 더 비일비재하다. 논란이 된 금융감독원의 경우 전임 최흥식 원장이 취업비리 의혹으로 갑작스럽게 사퇴했다. 뒤를 이어 김기식 원장이 취임했다 최단기간 금감원장이란 불명예를 안았다.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자본시장연구원 등도 갑작스럽게 수장이 교체되거나 공석인 상태다. 주요 금융지주 회장이나 은행에 대해서도 채용비리 논란 등으로 사퇴 압박이 가해지고 있다. 포스코 회장이나 금융권 인사들도 모두 공교롭게 돌연, 자진 사퇴했다.

◇내부 선임 가능할까, 낙하산 거부할 수 있을까

KT가 마지막으로 기대하는 것은 내부 인사 선임이다. KT는 민영화된 지 16년이 지나도록 한 번도 내부 출신 CEO를 경험하지 못했다. 모두 외부 출신 인사가 낙하산처럼 취임했다. 이후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퇴진하는 흑역사를 경험했다.

KT는 지난달 처음으로 내부 임원이 CEO로 선임될 수 있는 정관을 마련했다. CEO 선임 과정을 체계화하고 후보 추천, 심사 조건도 구체화했다. 이사회 권한 강화라는 시스템으로 외풍 막기에 나섰다.

문제는 시스템이 아니라 실효성이다. 시스템이 아무리 정교해도 이를 다루는 사람이 외압에 휩쓸릴 가능성은 언제든지 있다. KT 내부에서도 내부 인사 출신 CEO는 기대하기 힘들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황 회장이 버틴다고 표현할 것이 아니라 임기를 채우는 일은 당연한 것"이라며 "임직원들이 회사가 다치기 전에 CEO가 자진사퇴하길 바라는 상황까지 이어진 것은 비상식적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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