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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 압박 삼성생명, 전자 지분처리 향방은 [삼성지배구조 딜레마]전량 처분 사실상 불가…일부 해소에 무게

김일문 기자공개 2018-04-30 07:56:03

이 기사는 2018년 04월 27일 07:1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을 과연 어떻게 처리할까. 금융감독당국이 삼성의 금산분리 이슈에 대한 자발적 처리를 종용하면서 삼성생명의 움직임에 관심이 쏠린다. 정부의 압박이 지속되고 있지만 뾰족한 해법은 없어 보인다. 삼성 입장에서도 고민만 깊어갈 뿐이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약 10% 가량이다. 이 지분의 시장 가격은 무려 32조원에 달한다. 정부의 원칙대로 금산분리 원칙을 철저히 지킨다면 해당 지분을 전량 매각하면 된다. 하지만 삼성 내부에서 이만한 주식을 받아줄 곳이 없다. 신규 순환출자 문제가 생기고, 배임 이슈도 생길 수 있다. 무엇보다 이만한 현금을 조달할 수 있는 회사가 없다.

외부에 매각할 경우 삼성전자의 경영권이 위태로워진다. 누가 뭐래도 삼성전자는 삼성의 핵심 계열사다. 더욱이 시장에 해당 물량이 풀린다면 한국 증시가 휘청거릴 수 있다.

◇ 지분 10% 매각시 32조원…전량 처분 사실상 불가

삼성생명이 소유한 삼성전자 지분은 1062만2814주 규모고 삼성화재가 보유한 지분은 185만6370주로 총 1241만9184주 규모다.

삼성전자의 지난 6주간 일평균 거래량은 지난 23만주 수준이다. 삼성생명과 화재가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1200만주 가량을 시장에 던진다면 거래일 기준으로 50여일이 지나야 소진이 가능하다.

시장의 충격과 주가 하락에 대한 삼성전자 주주들의 원성을 고려하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무작정 주식시장에다 팔수도 없다. 물론 실제 외부에 매각이 이뤄진다면 블록딜 방식으로 기관 투자자를 중심으로 매도를 타진해 충격은 덜할 수 있다.

하지만 삼성 입장에선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점에서 해당 지분을 전량 처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삼성전자 주주 구성상 계열사와 오너 일가의 지분율은 19.75% 가량이다. 이 가운데 삼성생명은 지분 8.23%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다. 만약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을 모두 처분할 경우 삼성전자 특수관계인 지분은 11%대로 떨어진다.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이 약화될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삼성생명이 보유 지분을 모두 외부에 매각하는 것은 쉽지않은 선택이다.

삼성의 사실상 지주사로서 상대적으로 삼성전자 지분율은 낮은 삼성물산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의 보유지분을 가져오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지만 현재 삼성물산의 재무 상황으로는 이 지분을 가져오는 것은 실현 가능성이 극히 낮다.

◇ 5% 안팎으로 낮춘다면…일부 처분 가능성 거론

일각에서는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 전량을 매각하지 않고, 일부만 순차적으로 낮추는 방법을 고려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분율을 일정 수준으로 떨어뜨리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삼성을 향한 정부의 압박도 누그러지지 않겠냐는 분석이다.

정부가 용인할 수 있는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보유 지분의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일부 관계자는 5% 안팎 정도를 합리적인 지분율로 보고 있다. 현행법상 금융회사가 타법인 주식을 취득할 수 있는 가장 낮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금융산업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 제5장 24조에는 금융사가 다른 회사 의결권 있는 주식을 취득할 경우 금융위원회의 승인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타법인 주식소유 한도는 5%부터 시작해 10%, 15%, 최대 20% 이상을 소유하게 되는 경우로 나뉘어져 있다.

삼성에 정통한 관계자는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삼성전자 지분을 모두 처분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결정이라는 것은 정부도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을 금융사 타법인 주식소유 한도 규정의 가장 낮은 수준인 5%까지 낮춘다면 정부도 금산분리 해소에 대한 삼성의 의지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삼성전자 주주구성표(보통주 기준, 삼성물산이 삼성생명 보유분 5% 취득시 단일 최대주주 등극)

5% 규모의 물량도 시가로 따지면 16조원에 달한다. 주식수론 약 600만주 규모다. 이정도 물량도 시장이 소화하긴 힘들다. 다만 이정도 물량이라면 삼성 내부에서 소화할 여지가 있다.

대안으로 거론되는 것이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이다. 삼성물산이 삼성바이오로직스를 매각하고 그 자금으로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5% 가량을 인수하는 시나리오다. 현재 삼성바이오로직스 시가 총액은 32조5000억원 수준이다. 지분 43.44%를 보유한 삼성물산의 지분 가치는 14조원에 달한다. 삼성물산이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을 모두 판다면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주식 4% 정도는 가져올 수 있다. 추가로 1%를 조달할 자금을 마련하거나 일부만 시장에 매각하면 삼성전자 경영권에 미칠 여파를 최소화할 수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을 활용하는 방안에도 마지막 허들은 있다. 삼성전자 주주들의 반발을 살 우려도 있다. 국회에 계류돼 있는 공정거래법 등의 개정 여파에 따라 제약이 생길수도 있다.

◇자사주 소각으로 10% 넘어…초과분 처리 방식에 촉각

발등에 불로 떨어진 물량도 있다. 현재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율은 각각 8.23%와 1.44%로 10% 목전까지 차오른 상태다. 삼성전자자가 주주이익 환원 차원에서 진행하고 있는 자사주 소각이 이뤄진다면 이들 두 회사의 지분율은 10%를 넘게 된다.

10%를 초과할 경우 타법인 지분 소유 한도 규제에 따라 금융위원회 승인을 받아야 한다. 결국 약 0.4%로 예상되는 10% 초과분에 대해서는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지분을 먼저 매각해야 한다.

현재 시세대로 계산한다면 삼성전자 지분 0.4%의 가격은 약 1조3000억원 가량이다. 삼성물산이 작년 연결기준 3조원 이상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지분을 가져올 수 있는 재무적 버퍼는 충분한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서초사옥 등 자산 매각을 통해 유동성 확보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도 삼성전자 지분 매입을 염두에 둔 움직임이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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