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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발 묶인 황창규 회장 [thebell note]

김성미 기자공개 2018-05-04 08:08:56

이 기사는 2018년 05월 03일 08:3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드디어 올게 왔다.'

황창규 KT 회장의 경찰 소환을 두고 나온 말이다. 정권교체와 함께 전방위 퇴진 압박을 받고 있는 황 회장은 지난달 17일 경찰 소환 조사까지 받았다. 공교롭게 황 회장이 20시간 조사를 받고 나온 그날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돌연 사퇴 의사를 밝혔다. 권오준 회장도 정부의 퇴진 압박을 받았던 처지다.

경찰 조사까지 받는 황 회장의 모습을 본 권 회장은 심리적 부담을 떨치기 힘들었던 것으로 보인다. KT와 포스코는 똑같이 '정권교체→검·경 수사→CEO 교체'라는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다.

다음은 황 회장이 아니겠냐는 우려도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황 회장은 경영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CEO가 불명예 퇴진하는 흑역사를 끊어내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KT와 포스코 사례도 다르다고 강변하고 있다.

경찰은 당초 4월 말에는 신병처리 방향을 결정할 것이란 뜻을 비쳤다. 예정된 시간이 지나서도 아무런 조치가 없는 것은 황 회장을 압박할 결정적 카드가 부족했을지 모른다. 황 회장도 불법 후원 관여 혐의를 부인할 수 있는 증거를 충분히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법당국은 과거 이석채 전 KT 회장에 대해서도 배임 횡령 혐의를 물은 바 있다. 이석채 회장은 경찰 조사 등으로 압박을 받아 임기를 마치지 못하고 불명예 퇴진을 했다. 최근 대법원에선 이 전 회장에 대한 모든 혐의를 무죄로 판결했다. 황 회장에 대한 수사도 결정적 근거가 나오지 않아 차일피일 발표가 미뤄지고 있다는 설도 제기된다.

이 와중에 속이 타는 건 내부 임직원들이다. CEO가 광폭행보를 보여도 모자랄 시기에 정부의 눈을 의식해 황 회장은 두문불출하고 있다. 유죄든 무죄든 회사를 위해서라도 CEO 리스크가 빨리 해소돼야 한다는 게 KT 임직원들의 한결 같은 목소리다.

통신업계는 하나같이 올해만큼 중요한 해는 없다고 말한다. 내년 5G 상용화를 앞두고 주파수 확보, 표준화 준비에 속도를 내야하는 한편 5G를 기반으로 열리게 될 자율주행차,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시대를 준비해야한다.

하지만 황 회장은 운신의 폭이 극도로 제한적이다. 통신 비즈니스는 정부의 인허가가 필수이고 KT는 우리나라 통신 인프라의 절반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KT가 전면에 나서 시스템과 인프라를 구축해야 하는 시기에 CEO는 정치 리스크로 발목이 잡혔다. 통신업계는 오늘도 애타게 빠른 수사 종결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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