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본업 불안' 휴스틸, 빚내서 운영자금 메운다 [격변기 중견 철강사]②'수주부진·판가하락' 현금흐름 잠식, 설비투자 축소 등 보수적 운용

심희진 기자공개 2018-05-08 08:17:21

[편집자주]

철강은 '산업의 쌀'이라 불린다. 대한민국 산업 근대화 중심에 이 쌀을 만드는 중견 철강사들이 있었다. 반세기 가깝게 산업의 텃밭을 지키며 성장했다. 하지만 최근 상황은 녹록치 않다. 글로벌 무역 마찰로 인한 피해가 커지고 있고, 중국의 무차별 가격 공세로 수익성 확보에도 난항을 겪고 있다. 격변기 중견 철강사들을 둘러싼 각종 변수들을 살펴보고, 지배구조와 재무구조 등 자체 경쟁력도 점검한다.

이 기사는 2018년 05월 04일 14:5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휴스틸이 불확실한 수출시장 리스크에 대비하기 위해 보수적인 재무전략을 펼치고 있다. 이자비용이 들더라도 외부 차입을 통해 운영자금을 충분히 확보하는 것이 핵심이다. 미국시장을 등에 업고 10년새 자산을 3배가량 불렸지만 2013년 이후 저유가에 따른 유정용강관 수요 감소로 유동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휴스틸은 최근 5년간 전례없는 위기를 겪었다. 주력 제품인 유정용강관(OCTG)이 유가 하락에 따른 미국 내 셰일가스 개발 축소로 부진한 성적을 냈기 때문이다. 실제 유정용강관 수요가 감소한 탓에 2013년 톤당 98만원가량이었던 수출가격은 2014년 94만원, 2015년 82만원, 2016년 68만원까지 떨어졌다.

그 결과 휴스틸의 현금창출력도 크게 떨어졌다. 2012~2013년만 해도 영업활동을 통해 창출한 현금 규모는 180억원이었다. 하지만 2016~2017년 휴스틸은 2년 연속 마이너스(-) 영업활동현금흐름을 기록했다. 장부상 매출, 영업이익, 순이익 등이 잡히긴 했으나 실제로 강관 판매를 통해 확보한 자금은 없었던 셈이다. 2016년에는 230억원, 지난해엔 926억원의 현금이 각각 유출됐다.

현금흐름이 악화된 데에는 매출채권 증가가 영향을 미쳤다. 2014~2015년만 해도 500억원대 중후반이었던 매출채권 잔고는 2016년 말 673억원, 지난해 말 1579억원으로 늘었다. 거래처에 대금을 받지 않고 제품을 판매한 규모가 최근 2년새 1000억원이상 증가한 셈이다.

재고자산이 불어난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2015년 735억원이었던 재고자산 잔고는 2016년 말 1140억원, 2017년 말 1405억원으로 해마다 300억원가량씩 늘었다. 셰일가스 붐이 한창 일던 2010년대 초반에 만들어둔 물량이 판매되지 않고 쌓이면서 운전자본 부담이 가중했다. 최근 2년간 원재료 구입시 200억원어치를 외상으로 결제했음에도 자금 유출을 막을 수 없었다.

영업을 통한 현금창출력이 사라진 휴스틸은 단기차입금을 통해 운영자금을 마련했다. 산업은행, KEB하나은행 등으로부터 당진·대불공장, 의왕사업소 등을 담보로 2016년 1600억원, 2017년 4160억원을 빌렸다. 이 중 4330억원은 만기가 도래한 차입금을 상환하는 데 투입했다. 나머지 1430억원가량은 신규수주 확보 등 경영활동에 사용했다. 차입금이 확대되면서 연간 부담해야하는 이자비용도 2배 이상 커졌다.

clip20180504134317

휴스틸은 현금 유출을 최소화하기 위해 설비투자를 줄이는 전략을 택했다. 2015년만 해도 330억원 이상의 자금을 유형자산 취득 등 생산활동 개선에 사용했지만 2016~2017년에는 50억원 안팎을 지출한 게 전부다. 지난해엔 미국법인(Husteel USA)의 건물 임차보증금을 150억원가량 줄이는 작업도 병행했다. 휴스틸이 소극적인 투자활동으로 유동성을 마련한 건 2010년 이후 7년만이다.

업계는 2014년 말부터 본격화된 유가 하락으로 실적 부진에 시달린 휴스틸의 경험이 보수적 자금운영 방식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2010~2012년만 해도 400억원 안팎에 달했던 영업이익은 유정용강관 수주 감소로 2015년 82억원, 2016년 13억원으로 줄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영업손실을 기록한 이래 최저 실적이다. 지난해부터 사업이 다시 정상궤도에 오르자 유동성 확보를 우선시하는 재무전략이 뿌리를 내리게 됐다는 설명이다.

저유가뿐 아니라 미국 정부의 보호무역주의 강화 등 악재가 불거진 것도 보수적 자산운용 방식을 고착시킨 요인으로 꼽힌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 3~4년간 휴스틸을 비롯한 국내 철강사들에 반덤핑관세 20%가량을 부과한 데 이어 최근에는 쿼터(수입할당)제를 도입해 통상 압박을 가하고 있다. 올해 대미수출 허용 물량이 2017년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 만큼 매출 감소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여러 돌발 변수에 대비하기 위해 휴스틸은 여유자금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2015년까지만 해도 200억~300억원대였던 현금성자산은 최근 2년새 400억~600억원가량으로 늘었다. 휴스틸은 국내 생산설비 일부를 해외로 이전하는 작업 등에 자금을 활용해 미국의 무역장벽을 극복하겠다는 계획이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