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스틸, 울고 웃는 미국시장 '양날의 검' [격변기 중견 철강사]①'유정용강관 호황' 10년새 외형 3배, 저유가·쿼터제에 실적 변동성 확대
심희진 기자공개 2018-05-04 08:17:50
[편집자주]
철강은 '산업의 쌀'이라 불린다. 대한민국 산업 근대화 중심에 이 쌀을 만드는 중견 철강사들이 있었다. 반세기 가깝게 산업의 텃밭을 지키며 성장했다. 하지만 최근 상황은 녹록치 않다. 글로벌 무역 마찰로 인한 피해가 커지고 있고, 중국의 무차별 가격 공세로 수익성 확보에도 난항을 겪고 있다. 격변기 중견 철강사들을 둘러싼 각종 변수들을 살펴보고, 지배구조와 재무구조 등 자체 경쟁력도 점검한다.
이 기사는 2018년 05월 03일 15:3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휴스틸에게 미국시장은 유일한 판매처나 다름없다. 2001년 신안그룹 편입 이후 매년 수출물량의 70~80%를 공급하며 2100억원대였던 자산을 2012년 5600억원까지 늘렸다. 특히 주력 품목인 유정용강관이 현지에서 인기를 끌며 든든한 수익 창출원으로 자리매김했다.문제는 미국 시장에 대한 높은 의존도가 양날의 검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장기간 이어진 저유가로 2014년 이후 셰일가스 개발 붐이 잠잠해지자 400억원대였던 영업이익은 10억원으로 대폭 감소했다. 지난해 트럼프 정부가 자원개발 사업에 힘을 실어주면서 예년 수준의 실적을 회복됐지만 올 들어 도입된 쿼터(수입할당)제가 또 다시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이다. 편중된 매출처를 다변화하려는 시도가 필요한 시점이다.
◇美 시장 공략 발판 '유정용강관'…10년새 외형 3배 불려
1967년 설립된 휴스틸은 유정용강관(OCTG), 송유관(line pipe), 철탑구조용 강관, 보일러 및 열교환기용 강관 등을 제조·판매하고 있다. 1978년 미국 로스엔젤레스법인에 이어 1980년 사우디아라비아에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1987년 일본강관과 기술제휴를 도모하는 등 일찌감치 해외로 눈을 돌려 사세를 확장해왔다. 국내에는 인천과 전라남도 목포에 생산공장을 마련했다.
1990년대만 하더라도 휴스틸은 경영 정상화에 어려움을 겪었다. 안정적인 수요처 확보에 실패한 탓에 부도를 막지 못하고 1994년 말 법정관리에 돌입했다. 이후 1995년 신호제지그룹, 2001년 구조조정 전문회사인 골든브릿지CRC 등에 차례로 인수됐다.
2001년 7월 신안그룹을 새 주인으로 맞은 휴스틸은 법정관리를 졸업하며 재도약을 준비했다. 당시 휴스틸이 꺼내든 카드는 유정용강관 사업이다. 원유와 천연가스 시추에 사용되는 유정용강관은 미국에 자원개발 붐이 일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2000년대 초만 해도 800개 남짓했던 원유시추공은 국제유가 상승에 힘입어 2003년 1000개를 돌파했다.
미국 시장을 집중 공략한 결과 2000년대 초반 600억원대에 불과했던 휴스틸의 수출액은 2006년 1000억원을 돌파했다. 매출액은 2004년 3000억원대, 2007년 4000억원대에 진입했다. 2005년 100억원이었던 영업이익은 2006~2007년 240억원 안팎으로 늘어났다.
휴스틸은 유정용강관의 품질을 개선하기 위해 2008년 국내 최초 인덕션 타입의 QT(Quenching-Tempering) 설비를 도입했다. QT는 전기를 활용해 강관을 여러번 가열함으로써 이를 단단하게 만드는 열처리 설비다. 고부가제품 생산에 힘입어 휴스틸의 대미 수출량은 이전보다 3~4배가량 늘어났다.
그 결과 2007년만 해도 1300억원이었던 수출액은 2008~2009년 2000억원 중후반대로 늘었다. 매출액은 2008년 처음으로 6000억원대에 진입했다. 2007년 톤당 70만원대였던 수출용 강관가격이 이듬해 145만원으로 상승한 덕분에 휴스틸의 영업이익은 900억원대를 돌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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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유가·美 정책에 출렁이는 수익성…매출처 다변화 '관건'
미국시장에 대한 높은 의존도는 외형 성장의 배경으로 꼽히지만 실적 변동의 위험성을 가중시키는 요인으로도 빼놓을 수 없다.
미국시장 진출에 힘입어 10년새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뤄낸 휴스틸은 2014년 위기를 맞았다. 장기간 이어진 저유가로 유정용강관의 수요가 급격히 줄어든 것이 원인이었다. 한때 100달러였던 국제유가가 40~50달러까지 떨어지면서 셰일가스 개발이 잠잠해졌다. 그 결과 전체 매출에서 대미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4년 50%에서 2015년 45%, 2016년 30%로 하락했다.
공급과잉으로 2010년대 초 톤당 100만원대 중반이었던 수출용 강관 판매가격은 2015년 82만원, 2016년 68만원으로 떨어졌다. 이로 인해 2012년 400억원대까지 늘어났던 휴스틸의 영업이익은 2015년 82억원, 2016년 13억원으로 급감했다. 매출액도 2014년 5500억원에서 2015년 4385억원, 2016년 3640억원으로 줄었다.
지난해 출범한 트럼프 정부가 셰일가스를 비롯한 자원개발 사업에 힘을 실어주면서 시황은 소폭 개선됐다. 휴스틸은 약 50만톤의 강관을 생산해 20만톤 이상을 미주지역에 판매했다. 수요 반등에 힘입어 휴스틸의 매출액은 7000억원, 수출액은 4100억원으로 모두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영업이익도 2013년 이후 5년만에 200억원선을 회복했다.
하지만 이달부터 한국산 강관에 쿼터제를 도입함에 따라 올해 실적 전망은 또 다시 불투명한 상태다. 트럼프 정부는 자국산업 보호 등을 이유로 한국산 유정용강관 수입량을 2017년(203만톤)의 50%인 100만톤으로 제한했다. 일각에선 물량 배분과 관련한 강관업계 합의 지연, 쿼터 초과분에 대한 관세 적용 등을 근거로 휴스틸이 2015~2016년 수준에도 못 미치는 실적을 거둘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미국 의존도를 낮추려는 노력이 필요하지만 유정용강관이 원유, 가스 등을 추출하는 데 사용된다는 점에서 다른 수요처를 찾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 2월 신설된 캐나다법인이 현지 판매 네트워크를 확보하는 데에도 다소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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