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8년 05월 11일 08시35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16년 7월 서울 플라자호텔 비지니스센터. 오후 9시경 내부에서 고성이 흘러 나왔다. 뒤이어 한 사람이 문을 박차고 나왔다. 잔뜩 상기된 얼굴로 문을 나선 사람은 당시 대우건설 사장후보추천위원회(사추위) 위원이었던 A 씨. B 위원이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그를 붙잡기 위해 따라 나섰지만 A 위원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사라졌다.A 위원은 당시 더벨과 통화에서 "출출해서 베이커리에 다녀온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다른 사추위원들도 말을 아꼈다. 최종 사장 후보자에 대한 단순한 의견충돌이었을 것이라고 어림짐작만 가능했던 상황이다. 이처럼 사추위원간 진통을 겪은 뒤 선출됐던 대우건설 사장이 바로 박창민 씨였다.
박 전 사장은 대우건설에 부임한지 1년여 만인 지난해 8월 회사를 떠났다. 박근혜 정권 국정농단 사태의 주역인 최순실 씨가 박 전 사장 인선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나오고 있던 때다. 대우건설 노동조합은 이동걸 전 산업은행 회장과 전영삼 자본시장부문 부행장 등을 검찰에 고발했다. 대주주인 산업은행이 정치권을 통해 사장 인선 절차를 조작했으니 '업무방해' 혐의에 해당한다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훗날 확인해본 결과 A 위원이 회의실 문을 박차고 나왔던 것도 이와 관련이 있었다. 당시 사추위에 참여했던 C 위원은 "산업은행이 박 전 사장 선임을 '윗선'의 뜻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동걸 전 회장과 서울 모처에서 만난 자리에서 이 말을 들었다고 한다. 윗선은 누구였을까. 짐작이 어렵지는 않았다. 대우건설 사장 선임에 외압이 작동했다는 방증이었다.
산업은행이 최근 진행 중인 대우건설 신임 사장 선출 절차도 과거와 크게 달라진 게 없어 보인다. 사추위는 산업은행 입맛에 따라 좌지우지될 수 있게 꾸려졌다. 청와대 유력 인사와 친분이 있는 인물, 유력 정치인 캠프에서 자문 역할을 했던 인사 등이 대우건설 사장 후보자로 거론되고 있다. 이번에도 정치권에 줄을 댄 인사가 사장으로 뽑히는 게 아닐까 우려된다.
정작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는 산업은행에 "대우건설 사장 인선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번 인선에서 절대적 힘을 갖고 있는 건 이동걸 현 회장이 될 수밖에 없다. '원칙론자'로 잘 알려진 이 회장이 이번 인선 절차에서 뚜렷한 잣대를 세워줬으면 한다. 원칙을 잘 지킨다면 대우건설 사장 인선이 과거처럼 망가질 일은 없을 것이다. 무엇보다 정치권과는 거리가 먼 인물을 뽑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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