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 지분 매각 나선 생명·화재…물산 움직임은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순환출자 이슈 여전…삼성전자 지분 당장 매입 어려워
김일문 기자공개 2018-05-31 08:06:03
이 기사는 2018년 05월 30일 17시52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보유중인 삼성전자 지분 일부를 블록딜을 통해 처분키로 결정하면서 삼성의 사실상 지주사인 삼성물산의 움직임에도 관심이 쏠린다. 삼성전자의 지배력 강화를 위해서는 삼성물산이 인수할 것이라는 분석이 많았지만 순환출자 이슈가 불거질 가능성이 있는 만큼 당장 전면에 나서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30일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공시를 통해 5억1216만여주, 금액으로는 약 1조3850억원에 달하는 삼성전자 지분을 블록딜로 처분한다고 밝혔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의 이같은 움직임은 이미 예견된 결과다. 그 동안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의 자사주 소각에 따라 지분율 상승이 불가피 한 상황에서 금산법 규제를 회피하기 위해 10% 초과 지분에 대한 매각 작업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다.
삼성물산은 이 초과분의 유력 인수자로 지목돼 왔다. 지주사 역할을 맡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의 지배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이유 때문에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삼성전자 지분을 판다면 이를 삼성물산이 가져올 것이라는 분석이 많았다.
하지만 순환출자 이슈가 다 해소되지 않았다는 점이 삼성물산의 발을 묶은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 삼성은 총 4개의 순환출자 고리가 존재한다. 크게는 삼성물산-삼성전자-삼성전기-삼성물산의 고리와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화재-삼성물산으로 이어지는 고리다. 나머지 2개는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각각 삼성전자 지분을 보유함으로써 발생하는 고리가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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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구조 속에서 삼성물산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의 삼성전자 지분을 가져올 경우 공정거래위원회는 기존 순환출자 고리의 강화를 문제삼을 수 있다. 삼성물산이 삼성전자 지분을 확대하면 주요 4개의 순환출자 고리를 강화하는 상황이 될 수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신규순환출자에 대해선 금지하고 있다.
과거 공정거래위원회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직후 순환출자 고리가 강화됐다며 삼성SDI에 삼성물산 지분 일부의 처분을 명령한 바 있다. 당시 두 회사의 합병은 순환출자고리의 강화라기 보다 기존 순환출자고리를 합친 것으로 볼 수 있었지만 공정위를 이를 순환출자고리 강화라고 해석했다. 올초에는 아예 예규를 바꿔 이 지분 전량을 매각하라고 지시했고, 삼성SDI는 이같은 결정에 따랐다.
삼성물산이 삼성전자 지분을 확대하는 것도 순환출자고리 강화 이슈에서 자유롭지 않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삼성물산에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을 인수하라고 압박하고 있지만 이 역시 순환출자 고리 해소를 기저에 깔고 있다는 것이 삼성 주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삼성은 장기적으로는 삼성전기와 삼성화재가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을 처분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전기와 삼성화재 등이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을 모두 처분한다면 삼성물산의 삼성전자 지분 추가 매입은 순환출자고리 이슈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이번 삼성전자 지분 일부 매각은 삼성의 지배구조 문제 해결을 위한 첫 단추라는 점에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지분 매각의 표면적인 명분은 금산법 규제 회피를 위한 것이지만 삼성전자 지분 매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잠재적인 이슈를 본격적으로 해소해 나가겠다는 삼성의 의지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평가다.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 처리는 다양한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수 조원에 달하는 거래 규모 뿐만 아니라 유배당 보험가입자들의 수익 배분 이슈, 삼성물산이 인수시 강제 지주사 전환 여부 등 여러가지 복잡한 문제들이 중첩된 상황이다.
특히 지배구조 개편을 압박하고 있는 규제 당국과의 협의와 조율없이 삼성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운 만큼 앞으로 정부측과의 본격적인 교감이 이뤄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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