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8년 06월 01일 08:2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1969년 12월 구자경 당시 금성사 부사장은 청천병력 같은 소식을 듣게 된다. 부친인 구인회 LG그룹 창업주가 뇌종양으로 급작스럽게 별세했다. 세간의 이목은 그로부터 한 달 뒤인 1970년 1월 5일 열린 LG그룹(당시 럭키그룹) 시무식에 집중됐다.누가 그룹 총수에 앉을 것인가. 당시엔 구인회 창업주의 다섯 동생들인 철회·정회·태회·평회·두회 씨 중 하나가 총수에 오를 것이란 소문이 파다했다. 그들은 모두 LG그룹의 모태인 락희화학 설립 당시부터 생사고락을 함께한 창업공신들이었다. 누가 그룹을 승계하든 내분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시무식은 조용하고 평화롭게 끝났다. 구철회 당시 락희화학 사장이 본인의 경영퇴진과 함께 장조카인 구자경 부사장을 회장으로 추대했고 우레와 같은 박수로 통과됐다. LG그룹 장자 승계의 전통이 탄생한 순간이다.
그로부터 48년이 지난 현재. 세간의 이목은 다시 이달 29일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열리는 (주)LG의 임시주주총회에 쏠리고 있다. 지난달 별세한 LG그룹 3대 총수 구본무 회장의 장남 구광모 LG전자 상무를 (주)LG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자리다. 재계의 관심은 구 상무의 회장직 승계 여부와 구본무 회장의 동생 구본준 부회장의 거취에 집중됐다.
구 부회장은 분가를 택한 다른 형제들과 달리 구본무 회장 곁에 남아 수십년 동안 LG그룹 발전에 기여했다. LG디스플레이 대표를 맡아 과감한 투자를 통해 세계 1위 기업으로 부상시켰으며, LG전자에선 미래먹거리 전장사업을 정착시켰다. 구 부회장은 지난해부터 형을 대신해 경영 전반을 관장하기 시작하면서 그룹 역사상 최대 딜인 ZKW 인수를 성사시키기도 했다.
일각에선 구 상무 나이가 올해 40세로 아직 젊기 때문에 구 부회장이 '징검다리' 총수 역할을 할 것으로 관측하기도 했다. 하지만 구 부회장은 창업주 형제들이 정한 전통을 따를 것으로 보인다.
LG그룹은 구 부회장 퇴진을 공식적으로 밝힌 적은 없으나 거의 기정사실화 하고 있다. 구 부회장이 퇴진 의사를 공식화했기에 형성된 분위기일 터다. 구 부회장은 대내외 공식 일정을 위양하거나 참석하지 않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역시 LG는 LG다. 구 부회장 퇴진은 그의 작은 할아버지들이 그랬듯 일반인은 상상하기 어려운 용단이다. 경영권 분쟁이 예삿일이 된 한국 기업사에 LG그룹은 흔치 않은 미담을 계속해서 이어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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