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산업 신재생에너지, '재도약' 기지개 [격변기 중견 철강사]②'저수익' 한려·디케이·청안 등 매각, 핵심축 '동국S&C' 이익률 회복 과제
심희진 기자공개 2018-06-14 13:23:00
[편집자주]
철강은 '산업의 쌀'이라 불린다. 대한민국 산업 근대화 중심에 이 쌀을 만드는 중견 철강사들이 있었다. 반세기 가깝게 산업의 텃밭을 지키며 성장했다. 하지만 최근 상황은 녹록치 않다. 글로벌 무역 마찰로 인한 피해가 커지고 있고, 중국의 무차별 가격 공세로 수익성 확보에도 난항을 겪고 있다. 격변기 중견 철강사들을 둘러싼 각종 변수들을 살펴보고, 지배구조와 재무구조 등 자체 경쟁력도 점검한다.
이 기사는 2018년 06월 08일 11:1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냉연강판 전문 제조회사인 동국산업이 신성장동력 발굴 일환으로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운영 효율성을 강화하기 위해 한려에너지개발, 청안 등 저수익 법인들을 정리하는 한편 지속가능성 있는 풍력발전 등에는 투자를 아끼지 않는 모습이다. 동국산업의 바람대로 신재생에너지 사업이 역경을 딛고 안정적 현금창출원으로 자리잡을지 주목된다.동국산업이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관심을 보인 건 2001년부터다. 냉연강판 제조·판매만으론 경영환경 변화에 적극 대처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동국산업은 2001년 7월 동국S&C를 분할설립했다. 동국S&C는 후판을 가공해 발전타워 및 관련 구조물을 제작하는 업체다. 해외 풍력타워 시장에서 약 30%의 점유율을 차지하는 곳으로 모회사의 미래 먹거리를 책임져야 하는 중책을 맡았다.
신사업 추진을 위한 동국산업의 노력은 계속됐다. 동국산업은 동국S&C를 중심으로 2004년 12월 한려에너지개발과 2005년 10월 고덕풍력발전을 인수했다. 한려에너지개발은 전라남도 여수시 쓰레기 매립장에서 발생되는 메탄가스를 이용해 전기를 생산한 뒤 이를 전량 한국전력거래소에 판매했다. 제주도에 거점을 마련한 고덕풍력발전은 풍황 등 사전조사 작업에 착수했다.
인수합병(M&A) 외에 법인을 직접 신설하는 작업도 병행했다. 2005년 신안풍력발전을 시작으로 2007년 5월과 11월에 디케이풍력발전, 남원태양광발전을 각각 설립했다. 신안풍력발전은 2008년 전라남도 신안군 비금도에 3㎿급 풍력발전소를 준공해 시험가동에 돌입했다. 디케이풍력발전은 경상남도 양산에, 남원태양광발전은 전라북도 남원시에 각각 사업 기반을 마련했다. 2011년에는 경상북도 경주에도 풍력발전 거점이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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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밋빛이었던 시장 상황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180도 달라졌다.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은 미국 업체들이 프로젝트 개발을 미루면서 발전사업에 대한 수요가 감소했다. 호주 등 신생 시장에서도 정부 지원정책이 더디게 진행되면서 신규 일감이 창출되지 않았다. 중국, 베트남 등에서 제작된 저가의 풍력발전 타워가 시장에서 판매되기 시작한 것도 악재였다.
미국, 덴마크, 스페인 등 해외 의존도가 높았던 동국S&C에게 수출량 감소는 치명적이었다. 2007~2008년만 해도 15~18%의 높은 영업이익률을 냈지만 2009년부터 3년간 영업적자를 면치 못했다. 해당기간 동안 누적된 손실액은 약 500억원에 달한다. 매출도 2007년 3000억원대에서 2009년~2011년 1000억원대 초반으로 감소했다.
동국S&C는 2012년 구조조정 일환으로 국내 사업부터 정리했다. 우선 저수익 구조가 고착화된 한려에너지개발을 개인사업자에게 매각했다. 한려에너지개발은 2009~2010년 2억원의 누적 적자를 기록했다. 설립 이래 한 차례도 이익을 내지 못한 디케이풍력발전 역시 정리했다. 고덕풍력발전은 풍황 점검 등 사전조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민원이 과도하게 발생한 탓에 활동을 중단했다. 결국 설립 7년만인 2012년 청산됐다. 2015년 11월 인수한 청안도 2017년 9월 GS E&R에 매각했다.
동국S&C 관계자는 "한려에너지개발의 경우 사업 규모가 작다는 점 등을 고려해 관할지역 관계자에게 팔았다"며 "디케이풍력발전도 비슷한 시기에 사업 개발권을 외부에 넘겼다"고 말했다.
동국S&C이 수익성 반등을 위해 꺼내든 또 다른 카드는 해외 영업망 확보다. 동국S&C는 풍력발전이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진 미국 동남부 지역뿐 아니라 침체돼있던 일본 시장에서 여러 프로젝트를 확보했다. 여기에 미국 정부가 중국, 베트남산 풍력타워에 반덤핑 규제를 시작하면서 업황이 점차 개선됐다. 풍력발전에 대한 세금감면제도(PTC)가 2019년까지 연장된 것 역시 호재로 작용했다.
2012년 22억원을 기록하는 데 그쳤던 동국S&C 영업이익은 2014~2015년 100억원대에 재진입했다. 같은 기간 매출도 1300억원대에서 2000억원 초반으로 절반가량 증가했다.
다만 설립 초기와 비교했을 때 영업이익률이 반토막났다는 점은 여전히 고민거리다. 2017년 말 기준 동국S&C의 영업이익률은 6.3%다. 결코 낮은 수준은 아니나 10년전에 비하면 아쉬움이 남는다. 경주풍력발전과 남원태양광발전 외에 신안풍력발전, 비금풍력발전 등이 최근 2년째 순손실을 기록하고 있다는 것 역시 해결해야 할 숙제다. 동국S&C는 그간 육상에 집중돼있던 발전단지를 해상으로 확대해 신규 수주를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동국S&C 관계자는 "후보지를 개발한 뒤 이를 사업자에게 매각하거나 타 업체가 풍력단지를 건설할 때 EPC로 수주 받아와서 참여하는 등의 사업을 벌이고 있다"며 "현재 여러 발전프로젝트들이 상당수 진행된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신재생에너지 사업은 환경문제와 뗄래야 뗄 수 없기 때문에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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