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8년 07월 30일 08: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행법 위반이 아니라고 가만히 있으면 안된다. 스스로 고치려고 노력해야 한다."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지난 19일 전남 목포지역 조선업체를 방문한 뒤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꺼냈던 말이다. 최 위원장의 이날 발언은 삼성그룹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됐다. "대기업이 법령에 턱걸이 해서는 안된다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감한다"고 말한 뒤 내놨던 언급이었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이 같은 논리로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을 꾸준히 압박해왔다.
최 위원장은 지난 4월에도 삼성그룹이 자발적 지배구조 재편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당시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을 처리하는 문제는 법률이 개정되면 강제적으로 하게 되는데 회사가 그전에 방안을 스스로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삼성그룹이 (법률 개정 전) 스스로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게 삼성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 위원장 발언의 근간은 국회에 계류 중인 보험업법 개정안에 있다. 김기식 전 금감원장과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19대와 20대 국회에서 발의했던 법안이다. 보험사가 보유한 주식 자산을 취득가가 아닌 시가로 계산해야 한다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보험업법은 보험사가 계열사 유가증권을 자산총액의 3%까지만 보유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법률 개정안이 통과되면 삼성생명은 20조원에 달하는 삼성전자 주식을 시장에 매도해야 한다.
삼성그룹 계열 중 이 정도 자금을 들여 삼성전자 주식을 가져갈 만한 곳을 찾기는 사실상 어렵다. 특히 공정거래위원회가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하라고 압박하고 있는 상황에서 삼성전자 주식을 특정 계열이 가져가면 새로운 순환출자 고리가 생길 수 있다. 지주사 체제 전환 외에는 방법이 많지 않아 보이는데 중간금융지주사 설립이 법적으로 막혀 있어 당분간 추진하기 어려운 일이다.
시장 일각에서는 당국이 삼성에 제조나 금융 한 쪽을 포기하라고 압박하는 것과 사실상 다름 없다는 지적도 있다. 재계 관계자는 "정부가 삼성전자를 포스코처럼 공기업화하려는 목적에서 압박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심심찮게 들린다"고 말했다. 가뜩이나 경기가 민감한 시기에 '재벌개혁'이란 이념적 잣대만 들이대며 1등 기업을 압박하자 나온 얘기들로 보인다.
개정 법안이 통과되기도 전에 이에 맞춘 방안을 갖고 오라는 당국의 압박 역시 어불성설이란 지적이다. 보험업법 개정안은 '법의 보편성' 측면에서 무리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생명 외에 당장 영향을 받는 곳이 없기 때문이다. 바꿔 말하면 삼성생명만을 타깃으로 한 법안으로 볼 수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특정 기업만을 겨냥해 입법한다는 건 법의 보편적 가치로 봤을 때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통과돼도 5~7년의 유예기간이 주어진다. 해당 방안을 알아서 서둘러 마련하라는 당국의 최근 압박이 이해하기 힘든 이유다.
국민이 지금 당장 삼성그룹에 원하는 건 확실치도 않은 법안에 맞춘 지배구조 재편 절차 마련이 아닐 것이다. 국내 경제 살리기를 위해 1등 기업인 삼성이 보여줬으면 하는 일이 산적해 있다. 소득주도성장과 최저임금 인상을 외치는 정부에서 경제성장률과 기업투자는 제자리 걸음이다. 고용은 침체돼 있고, 양질의 일자리도 찾아보기 힘들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재용 부회장에게 국내 투자 요청을 한 것도 이 때문 아닐까. 당장 결론 내기 어려운 지배구조를 두고 삼성을 숨쉴 틈 없이 공격할 시점은 아닌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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