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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지 모를 고액보수 공개…분열만 조장하나 [Market Watch]5억 이상 연봉자 실명 공개 파문…상대적 박탈감 호소, 영업에도 부담

민경문 기자공개 2018-08-20 07:50:00

이 기사는 2018년 08월 17일 08: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그야말로 분열과 좌절의 증권업계다. 반기보고서에 5억원 이상 연봉자들이 공개되면서부터다. 그렇지 못한 다수가 느껴야 하는 박탈감은 상당하다. 연봉이 공개된 이들 또한 기분 좋을 리 없다. 오히려 영업에 부담을 느껴야 하는 상황이다. 누구를 위한 연봉 공개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당국은 올해 반기보고서부터 기업 CEO(최고경영자)나 등기 임원이 아니라도 연봉 5억원 이상 받는 직원 이름과 보수 내역을 공개토록 했다. 소수긴 하지만 실명 공개에 따른 후폭풍으로 증권업계도 아우성치고 있다. 사장보다 많은 수십억 원대 연봉의 증권사 직원 스토리가 언론사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있다.

고액연봉자들은 단순 주식 영업보다는 일부 트레이더, 금융공학, 부동산 PF 쪽에 몰려 있다. 돈을 많이 벌지 못하는 부서 직원으로선 자괴감이 들 수 밖에 없다. 한 증권사 직원은 "일부 특수한 자들의 이야기"라며 "일부 주니어를 중심으로 수익이 많은 부서로의 이탈 행렬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리스트에 오른 이들도 난감한 건 마찬가지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연기금이나 공제회 등을 대상으로 한 영업은 앞으로 쉽지 않을 것"이라며 "고객들이 자기한테 수수료 받아서 몇 십억 챙겼다는 인식을 가질 수 있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직원은 "금융권 연봉의 하향 평준화를 노리는 정책일 뿐"이라며 "개인정보보호나 사유재산 보호 측면에서 위헌 소지도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연봉 공개가 안 된 외국계 증권사 임직원들도 당황스런 기색이 역력하다. 한 외국계 IB 직원은 "국내사 일부 임직원이 외국계보다 더 받는 건 공공연한 사실"이라며 "이번 계기로 국내 증권사로의 유턴을 생각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외국계는 브랜드 네임에 의존해서 영업하는 이들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섣불리 국내 IB에서 근무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굳이 TOP 5만을 뽑아서 공개하기 보다는 최고, 최저, 평균 이런 식으로 분산그래프를 그리는 게 나았을 수 있다"며 "아무 실익도 없는 연봉 공개를 왜 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오히려 증권업계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확대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증권사 IB 관계자는 "이번 정책은 고액연봉자들에 대한 마녀사냥과 함께 증권업계 전반의 분열과 좌절만을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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