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8년 08월 17일 14:3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도시가스·집단에너지 전문 기업 '삼천리'는 17개 삼천리그룹 계열사 중 유일한 상장사다. 사외이사 조직을 갖고 있는 계열사도 삼천리 뿐이다. 삼천리그룹의 보수적인 경영기조가 반영된 탓인지 삼천리 사외이사들도 '장기근속'이 대세다.

아울러 공정거래위원회와 국세청, 환경부 등 에너지 사업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는 정부부처 고위 관료들이 이사회 주축으로 활동했다.

삼천리는 2010년부터 올해까지 총 12명의 인사를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이 가운데 임기가 6년 이상이었던 사외이사가 4명이나 된다. 김인호 전 공정위원장, 손영래 전 국세청장, 곽결호 전 환경부 장관, 김병일 전 공정위 부위원장이 그 주인공들이다. 이들 장기근속 사외이사들은 이사회 조직 안정성을 유지하면서, 이사회 교체 시기에도 경영 중심을 잡는 역할을 담당했다.

또 '고위 관료 출신'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몸 담았던 정부 부처도 공정위와 국세청, 환경부 등 에너지 기업인 삼천리와 사업적으로 밀접하게 연관된 곳들이다. 모시기 어려운 핵심 정부 관료들을 사외이사로 선임한 만큼, 재선임 등을 통해 근속기간을 늘려 경영 독립성을 보장해줬다는 분석이다.


장기근속 트렌드의 출발점은 김인호 전 사외이사였다. 김 전 사외이사는 1966년 제4회 행정고시 출신으로 경제기획원 경제기획국 국장과 환경처 차관, 한국소비자보호원 원장 등을 지냈다. 1996년 공정거래위원회 수장을 맡다가 이듬해 대통령비서실 경제수석비서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2004년 삼천리와 첫 인연을 맺었고, 이후 2013년 3월까지 9년간 사외이사로서 이만득 명예회장과 경영 파트너십을 구축했다. 삼천리는 도시가스와 집단에너지, 민자발전 등 화석 연료를 활용한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탓에 환경 규제 이슈가 많다. 여기에 당시 오너일가 일감 규제와 상호출자 해소 등 공정거래 해소 사안도 산적해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전문성을 갖춘 김 전 사외이사가 오랜기간 이사회를 이끌어가면서 각종 대응 방안 마련에 상당한 기여를 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2008년에는 손영래 전 국세청장이 삼천리 사외이사로 합류했다. 손 전 사외이사는 국세청 조사국장과 서울지방국세청장, 국세청장을 지낸 최고위 세무 관료 출신이다. 전문 지식을 기반으로 2017년 3월까지 9년간 삼천리에 몸 담았다.

환경부 장관 출신인 곽결호 사외이사도 두 차례나 연임에 성공하면서 근속 기간을 늘려가고 있다. 곽 사외이사는 2010년 3월부터 올해까지 8년 넘게 삼천리 이사회 자리를 꿰차고 있다. 건설부 토목 사무관과 환경부 수질보전국 국장, 환경부 기획관리실 실장을 역임한 후 2004년 제 9대 환경부 장관으로 영전했다. 삼천리는 환경 이슈에 노출될 수 밖에 없다는 사업 구조를 갖고 있다. 국내 최고 환경 행정 전문가를 사외이사로 영입함으로써, 경영 컨트롤타워인 이사진의 역량과 무게감을 높였다는 평가다.

김병일 전 사외이사는 공정위 부위원장 출신으로 2012년 삼천리 등기임원으로 선임됐다. 삼천리에 첫 발을 내딛은 시기는 공교롭게 같은 공정위 관료인 김인호 전 사외이사의 임기가 1년 밖에 남지 않은 때였다. 자연스럽게 공정위 고위 관료간에 세대 교체가 이뤄지는 모양새가 만들어졌다. 김 전 사외이사는 올해 3월까지 총 6년간 삼천리에서 근무했다.

현재 삼천리 사외이사진도 정부 고위 관료들이 포진해있다. 환경부 장관을 지낸 곽 사외이사가 아직 현직이고, 금융감독원장 출신인 김종창 사외이사가 이사진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최도성 사외이사만 정통 관료 출신이 아닌 금융계 인사다. 최 사외이사는 한국자본시장연구원 원장과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을 역임했고, 지금은 가천대 국제화부총장을 지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