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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 이사회의 진화 [thebell note]

박창현 기자공개 2018-08-23 08:20:15

이 기사는 2018년 08월 22일 08:1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그룹 계열사들의 이사회 조직은 복잡하다. 상장사와 비상장사를 가리지 않는다. 감사위원회와 사외이사추천위원회 등 일반적인 이사회 내 위원회 뿐만 아니라 이름도 생경한 조직들이 다수 포진해 있다.

먼저 ㈜SK에는 다른 그룹사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거버넌스위원회'가 있다. 그룹 지주사로서 투명 경영과 주주 권익 보호 수준을 높이기 위해 만든 이사회 하부 조직이다. SK이노베이션은 이사진의 권한과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기 위해 무려 6개의 위원회를 두고 있다. 이 외에도 SK텔레콤의 보상심의위원회(인사), SK하이닉스의 지속경영위원회(기부 심의), SK인포섹의 성장투자위원회(투자), SK머티리얼즈의 기술안전위원회(안전) 등 계열사 특수성이 반영된 조직들이 존재한다.

사실 SK 이사회의 변신과 진화는 '관리 실패와 경영 공백'의 산물들이다. SK그룹은 1998년 최태원 회장 체제가 시작된 이래 절체절명의 위기들을 수시로 겪었다. 2003년 SK네트워크 분식 회계 사건이 터졌고, 이로 인해 최고 경영자는 법정 구속까지 당했다. 그 즈음 외국계 자산운용사인 소버린으로부터 적대적 M&A 공격을 당했고, 가까스로 경영권 방어에 성공했다. 하지만 2014년 다시 한번 오너 공백 위기에 빠지기도 했다.

SK그룹은 견조한 사업 실적에도 불구하고 컨트롤타워 부재와 내부 통제 실패 꼬리표가 붙었다. 투자자들의 불신 또한 커졌다. SK그룹이 내놓은 해법은 결국 '시스템'이었다. 갈고 닦은 시스템 경영의 산물이 바로 지금의 분업화된 '이사회' 체제다.

조직 비대화와 비효율성 논란에도 불구하고 SK그룹은 이사회 내에 상호 견제와 전문성을 담보할 수 있는 여러 위원회를 신설했다. 물론 곱지 않은 시선도 있었다. 오너 경영 리스크가 커지자 책임 분산을 위해 '꼭두각시' 이사회를 이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대표적이다.

이 같은 비판에도 불구하고 결국 이사회를 통한 의사결정은 투명성을 담보한다. 누가 어떤 결정을 내렸는지 이사회 회의록 등을 통해 명백하게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주주와 이사회 간에 상호 견제와 균형이 가능한 구조다.

SK 이사회 시스템은 결코 저절로 만들어 지지 않았다. 추진 동력은 '영광'이 아닌 '오욕'이었다. 실패를 딛고 위기 때마다 자정을 위해 노력했다.'책임경영'과 '투명성'에 방점을 찍고 새로운 변화와 도전을 마다하지 않았다. 그 결과 이사회는 해를 거듭할수록 복잡해졌다. 대신 의사결정 구조는 그 만큼 투명해졌다. SK 최고 경영진의 선의를 믿지 않는다. 하지만 시스템은 믿는다. 촘촘한 이사회, 그것이 SK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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