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8년 08월 24일 08:0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메이드인 차이나(Made in China)'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은 박하다. 중국 공장에서 생산되는 볼보(Volvo)의 럭셔리 세단도 그렇다. 가격 할인에도 국내 반응이 신통치 않다. 스웨덴차의 90년 기술력에 대한 검증보다는 막연한 불신이 앞선다. 최대주주가 중국 회사로 바뀐 뒤부터 예상된 반응이기도 하다.지리(吉利)차가 볼보를 인수한 건 2010년이었다. 구조조정 중이던 포드(Ford)로부터였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포드가 내놓은 매물에는 재규어·랜드로버도 있었다. 새로운 주인은 인도 타타그룹이었다. 우리에겐 대우상용차를 사들인 업체로 익숙하다. 공교롭게도 유럽계 명품차 두 곳이 각각 중국과 인도업체에 팔렸다.
당시 양사의 인수 후보로는 한국 회사도 있었다. 주인공은 현대차. 주변의 기대를 모았지만 끝까지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 현대차그룹은 1998년 IMF 당시 기아차 인수가 사실상 마지막 자동차회사 M&A였다. 여기에는 '그린필드(Green field)'를 선호하는 정주영식 기업문화도 한몫했을 것이다.
굳이 찾는다면 해외 카셰어링 업체나 전장 부품 회사 등에 투자한 정도다. 대신 현대차는 제네시스 등 별도의 프리미엄 자동차 브랜드를 출시했다. 수소차 역시 아우디와 기술 협약을 진행하긴 했지만 독자 개발에 가깝다. 유럽의 피아트와 미국의 크라이슬러가 합쳐진 FCA를 인수할 의지도 없어 보인다.
지리차가 적자에 허덕이던 볼보를 흑자로 전환하는 데는 3년이면 충분했다. "뱀이 코끼리를 삼켰다"는 시장의 우려는 씻긴 지 오래다. 지리차의 올해 상반기 순익이 50% 이상 늘어난 데는 볼보가 한몫을 톡톡히 했다. 인수 8년이 지난 올해부터는 볼보의 기업공개(IPO)도 준비하고 있다.
전문가들이 예상하는 볼보의 기업가치는 최대 300억 달러(약 34조원)에 달한다. 당초 인수가격이 19억 달러였으니 15배 이상으로 몸값을 불린 셈이다. 차이나 디스카운트에 대한 시장의 우려는 찾아보기 어렵다. 지리차는 자금 지원 외에 볼보 경영이나 기술개발에는 거의 간섭하지 않았다.
볼보의 연간 글로벌 생산능력은 60만대 수준. 500만대 수준인 현대차(시가총액 27조)가 볼보보다 싸게 평가받는 건 아이러니다. 현대차 수뇌부로선 심기가 불편할 수밖에 없다. 2008년 인수전 당시로 되돌아가도 같은 결정을 내릴 지 궁금하다. 만약 볼보가 현대차에 팔렸다면 지금 수준으로 성장했을까.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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