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성 회장, 17년만에 알짜회사 내놓은 까닭 [LF 코람코자산신탁 인수 추진]고령으로 미래대비 차원 해석, 증여보다 고가매각이 유리
이승우 기자공개 2018-08-27 09:01:00
이 기사는 2018년 08월 24일 16:2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코람코자산신탁의 지난해 영업이익(연결기준)은 661억원, 당기순익은 483억원이다. 게다가 2010년 100억원을 출자해 설립한 100% 자회사 코람코자산운용의 순익도 50억원대였다. 꾸준히 성장하면서 현금을 창출해 내고 있는 알짜 회사라는 이야기다.지난 3월 한화증권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9.94%) 매각 당시 거래가격을 역산해보면 주당 가치는 10만7000원에 달한다. 설립 17년만에 일궈낸 성과다.
이런 알짜 회사를 이규성 코람코자산신탁 회사발전협의회 회장이 주도해 매각에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한 해답은 코람코자산신탁의 설립 당시와 현재까지 이 회장의 역할에서 찾을 수 있다.
코람코자산신탁이 설립된 건 2001년이다. 출자와 더불어 설립을 주도했던 이가 바로 이규성 회장이다. 이 회장은 1988년부터 1990년 제33대 재무부 장관을 지냈고 IMF 외환위기 극복이라는 특명을 받고 다시 1998년부터 1990년까지 제1대 재정경제부 장관을 맡았다. 그 이전에는 제16대 전매청 청장 이력도 있다. 이후 2003년부터 코람코자산신탁 회장으로, 2014년부터는 코람코자산신탁 회사발전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규성 당시 재정경제부 장관 재임시절 IMF에서 지원받은 195억달러의 빚의 대부분을 갚는 등 우리나라 경제에 지대한 공헌을 한 것으로 평가받았다"며 "당시 이규성 씨는 경제계에서 절대적인 존재감을 가진 인물이었다"고 말했다.
현재까지도 이 회장의 영향력은 막강한 수준으로 실질적인 오너 역할을 하고 있다. 코람코자산신탁의 시작과 끝이 이 회장이라고 보면 된다. 지분율이 5%대에 불과하지만 경영권을 행사하고 매각까지 주도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물론 지분율이 40%에 육박하는 소액주주들의 전폭적인 신임을 받으면서 대표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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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회장의 나이도 내년이면 여든이다. 미래를 대비할 때가 됐다는 뜻이다. 하지만 다른 기업 오너처럼 2세 증여나 상속을 할 상황은 아니다. 소액주주의 전폭적인 지원을 등에 업고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지만 이 회장 개인 지분 5.43%(작년말 기준)만으로는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받아낼 수 없기 때문이다. 우호세력 지분과 함께 경영권 프리미엄을 받고 매각하는 게 이 회장 입장으로서는 최선의 선택인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관을 제외한 개인 소액주주 지분율이 40%에 달하는데 이들은 이 회장의 명성으로 모여든 것"이라며 "이 회장이 지분을 팔거나 증여를 하게 되면 그 주주들도 구심점을 잃고 단합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 회장 입장에서 보면 자신을 보고 모여 있는 우호 지분을 모아 경영권 프리미엄을 받고 넘기는 게 최고의 선택"이라고 덧붙였다.
수차례 매각설이 불거졌을 당시 금융회사 주주들이 지분 매각을 먼저 타진했으나 이 회장이 반대에 나선 이유도 같은 선상에서 해석 가능하다. 당시 반대의 근거는 가격이었는데 이는 이 회장이 매각 주도권을 쥐고 최고의 가격으로 지분 엑시트를 먼저 하기 위한 방어였던 셈이다.반대로 말하면 소액주주 입장에서도 이 회장을 등에 업고 비싼 가격에 지분을 파는 게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금융회사 지분율도 40%에 달할 정도로 적지 않아 매수자 측에서는 다수의 소액주주 지분을 매입하는 것보다 나은 선택지였을 수 있다"며 "결과적으로 소액주주를 잘 설득한 이규성 회장이 선수를 친 면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회장을 비롯한 우호주주들이 지분 매각을 현실화하자 금융회사 주주들도 매각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코람코자신탁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이번 매각 딜에서 같이 팔지 검토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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