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8년 08월 27일 07시51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문재인 정부 들어 국내 재벌 총수들은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재벌 저격수라 불리는 김상조 공정위 위원장 취임과 함께 기업 오너일가의 사익편취와 편법승계 행위에 대한 감시와 견제가 강화됐기 때문이다.공정위는 하림 등 일감몰아주기 혐의가 있는 몇몇 그룹을 타깃 삼아 조사하고 처벌해 일벌백계했으며, 공익재단이 오너 지배력 강화에 악용되는 사례가 있다며 전수조사에 나서 관련기업들을 긴장케했다. 김 위원장은 올 중순엔 아예 대기업 오너 일가가 비주력·비상장사 보유 주식을 매각할 것을 권고하기도 했다. 문제가 될 소지를 원천 차단하라는 의미였다.
재계는 공정위의 행보가 과도하다고 지적하지만 주요 그룹들은 몸을 숙여 자발적으로 공정위 지침에 따르고 있다. 그만큼 당국의 눈 밖에 나는 것이 두렵다. 한진그룹은 오너일가가 갖고 있던 유니컨버스 등 계열사 지분을 대한항공에 무상증여했고, LG그룹도 일가소유의 LG상사를 지주사에 편입시켜 모범적인 지배구조를 과시했다. 삼성과 현대차 그룹은 순환출자고리 해소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런데 재계 22위 영풍그룹은 조용히 반대 노선을 걸었다. 영풍그룹은 재단을 활용해 세금지출 없이 지배구조를 정비했다. 지주사격 회사인 영풍은 지난해 6월 영풍문고 지분 10%(약 90억원)를 영풍문화재단에 증여했다. '영풍→영풍문고→영풍개발→영풍'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고리를 끊기 위한 조치 중 하나였다. 기업은 계열사 주식을 공익재단(성실공익법인)에 증여할 때 지분의 10%까지만 증여세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올해는 '씨케이'라는 가족회사를 승계도구로 활용했다. 씨케이는 장형진 영풍 회장의 장남과 차남 등이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장 회장은 지난해 말부터 올 3월까지 씨케이에 425억원을 대출해줬고, 씨케이는 이 돈으로 계열사 지분을 사들여 지배구조 최상단으로 올라섰다. 장 회장의 자녀들은 부친 자금만으로 그룹 지배력을 강화하는 효과를 봤다.
장 회장과 씨케이의 자금 거래는 법을 위반한 것은 아니지만 편법승계 방식으로 비춰질만한 소지는 다분하다. 씨케이는 단순투자회사로 매출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장 회장에게 거액의 대출금을 갚을 능력이 충분치 않다. 장 회장은 거의 무기한으로 대출을 유지할 가능성이 있다. 장 회장은 지난달에도 추가로 씨케이에 55억원을 대출해줬다.
영풍그룹의 이 같은 행보는 모두 문 정부 출범 후 진행됐다. 특히 장 회장의 씨케이 활용은 공정위가 올 초 '대기업집단의 소유 지배구조 개선 사례' 등을 발표하며 그룹들이 자발적으로 지배구조 개선에 나서기를 독려했던 때다.
장 회장은 은둔경영인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영풍그룹에 대한 세간의 관심도 상대적으로 적었다. 그렇다 해도 공정위 지침을 거스르는 행보가 대담한 건지, 무모한 건지 모르겠다. 소탐대실(小貪大失)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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