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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일종목 3%룰 비웃는 운용사, 화 자초했다 [카타르 ABCP 후폭풍]발행일·만기일 다르게 구조화, 투자한도 규제 본질 무시하고 베팅

최은진 기자공개 2018-09-03 07:02:00

이 기사는 2018년 08월 31일 14:4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머니마켓펀드(MMF)의 유동성 위기가 자산운용업계 전반에 번진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2000년대 초반 카드대란으로 인해 카드채 매각이 불발되면서 전체 운용사의 MMF가 유동성 위기에 빠졌던 것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문제는 운용사 개별 이슈에 불과했다. MMF는 입출금이 자유로운 단기금융상품이기 때문에 유동성 확보에 만전을 기하며 포트폴리오를 구성한다.

운용업계서는 이번 '카타르 국립은행(QNB) 정기예금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로 인한 파장에 대해 기본적으로 억울하다는 입장이지만 한편으로는 투자에 다소 성급했던 것도 인정하는 분위기다. 해당 자산은 여전히 우량하기 때문에 이번 펀드런 사태가 과도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그러나 유동성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할 MMF 운용에 수익률이 높다는 이유로 동일 자산 투자 한도 규제에도 불구, 과도하게 높은 비중으로 편입했다는 점은 문제였다고 보고 있다.

◇ QNB 우량등급·우수한 수익률 매력에 베팅…터키발 불안에 매각 불발

카타르는 1인당 GDP 6위, 천연가스 세계수출 1위의 경제부국이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피치는 카타르의 국가 신용등급을 우리나라와 같은 AA-, 전망은 '안정적'이라고 평가했다. QNB는 아프리카 최대 규모인 자산 250조원으로 카타르 투자청이 지분50%를 보유한 정부소유 은행이다. QNB의 신용등급은 S&P가 A0(부정적), 무디스가 Aa3(안정적)로 분석했다.

운용사들은 재무 건정성이 우량한 국가의 최대규모 은행이 발행한 정기예금이 기초자산인데다, 연 2% 안팎의 높은 이자를 지급한다는 점을 매력적이라고 보고 적극적으로 편입했다. 여전히 운용사들은 자산의 안정성을 내세우며 부실이 일어날 수 없다고 선을 긋고 있다. 단지 터키발(發) 불안감이 카타르로 번진 데 따라 일시적으로 유동성 위기에 빠진 것으로 보고 있다.

터키에 대한 미국의 경제수위 압박으로 경제위기가 발생하면 터키에 대한 위험노출액(익스포저)이 높은 카타르 금융권도 부실에 빠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이에 투자자들은 카타르 익스포저를 축소하기 위해 관련 자산을 매각하고자 하는 데 반해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투자자들은 인수를 꺼려하면서 일시적으로 유동성이 꼬인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운용사 관계자는 "터키 익스포저가 높은 카타르 자산을 투자하려 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MMF 투자자들이 환매를 하며 이번 사태가 불거진 것"이라며 "자산에 문제가 없고 돈을 떼일 염려도 없는데 카타르 자산의 매각이 불발되고 있으니 운용사 입장에서 여러모로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 동일CP 최고 3% 가능…사실상 동일자산 구조화 해 공격적 투자

카타르 은행 정기예금 ABCP에 문제가 없다는 운용업계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MMF 유동성 위기를 마냥 시장 탓으로만 돌릴 수 없다는 의견도 지배적이다. 안전자산이라고 해도 과도하게 높은 비중으로 편입했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설명이다. 관련 자산을 보유한 운용사들은 평균적으로 특정 MMF 포트폴리오의 약 10% 비중으로 편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적게는 3%, 많게는 30% 비중으로 투자하고 있는 운용사도 있었다.

MMF는 단기금융상품인만큼 언제든 환매에 대응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운용 규제가 엄격하다. 유동성이 풍부한 국채나 지방채의 경우에도 만기가 5년 이내인 자산만 투자할 수 있다. 양도성 예금증서는 만기 6개월 이내, 기업어음의 경우에는 만기 1년 이내의 자산만 편입이 가능하다. 동일 종목에 투자할 수 있는 한도 역시 다른 유형의 펀드보다 엄격하다. 기업어음의 경우 신용평가사로부터 최상위 등급을 받은 종목의 경우 3%, 차상위 등급 종목은 1% 이내로 투자할 수 있다.

엄격한 운용 규제에도 불구, 운용사들이 MMF에 카타르 자산을 대거 편입할 수 있었던 이유는 구조화 영향이다. 기초자산이 카타르 은행 정기예금으로 같더라도 발행날짜와 만기일이 다르면 동일 종목으로 보지 않는다. 더욱이 QNB 외 카타르의 다른 은행들이 발행한 정기예금도 기초자산으로 삼아 ABCP를 만들었기 때문에 동일 종목 투자비중 규제에서 제외됐다.

결국 동일 자산을 여러번 구조화 해서 상품을 만든 후 공격적으로 편입한 것이 문제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특히 해외물이 기초자산인 경우 대외환경에 따라 불확실성 위험이 크지만 이를 고려하지 않고 오로지 수익률에만 몰두해 투자한 것이 화근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운용사 관계자는 "동일종목 한도 규제 등의 본질을 따져보면 운용사들이 MMF의 유동성 위기를 시장 탓으로만 돌리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며 "단기금융상품이라는 점을 감안해 보수적으로 투자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수익률에 몰두해 무리수를 둔 것에 투자자들만 피해를 보게 됐다"고 말했다.

증권사 관계자는 "MMF는 단기금융상품이기 때문에 유동성이 무엇보다 중요해 포트폴리오 구성을 신중하게 해야 한다"며 "이번 카타르 ABCP는 자산에 문제가 없더라도 운용사들이 투자에 신중하지 못했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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